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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국립대병원 역할 강화로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장 2023년 12월호
- 지속 가능한 지역·필수 의료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충분한 의사 수 확보 위해 의대 정원 확대, 근무 여건 개선 등 추진
-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주요 국가 의료기관을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역의 필수의료 역량 강화 집중 지원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단기간 내 전 국민 의료보장, 비용 효과적인 효율적 의료서비스 제공 등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증응급 상황에 대응할 전문의가 없어 이송 중 ‘표류 사망’한 환자 수가 2017년부터 5년간 3,752명에 달하는 것이 우리 의료의 현실이다.

고난도·고위험·고강도라는 특성을 가진 필수의료 분야를 희망하는 전공의 수가 급감하고, 미용 등 비필수 영역으로 젊은 의사들이 눈을 돌리며, 수도권 대형병원의 병상 증설 경쟁 속에 환자와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필수의료와 삶터에서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지역의료가 ‘위기’를 넘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이제 낯설지 않다. 고사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단편적 수가 인상을 넘어서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 의료인력 확충 등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시급히 마련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립대병원이 지역의 병원·의원 포괄하는 
협력네트워크 구축·운영해 의료전달체계 효율화


정부는 이러한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지난 10월 19일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지역·필수 의료 생태계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공백 없는 필수의료를 보장하겠다는 비전으로 무너진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하고, 의대 정원 확대 등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며, 이를 지원할 추진기반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혁신의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각 권역의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립하고, 소위 ‘빅5’ 병원 수준의 진료역량을 갖출 수 있게 획기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지역에서 큰 병에 걸려도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국립대병원이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의 상급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동네의원까지 포괄하는 필수의료 협력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도록 지원해 중증·응급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환자의 특성과 중증도에 따라 지역의 의료기관이 적정하게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현재의 각자도생, 무한경쟁식 비효율적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할 계획이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의 핵심인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는 우수인력 확충, 혁신적 R&D 투자, 인프라 첨단화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수인력 확충을 위해 국립대병원의 교수정원을 대폭 확충하고, 적극적·탄력적 인력 확충을 어렵게 하는 총인건비, 정원규제 등 인력규제를 혁신해 고난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우수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숙련 전문의가 개원가로 이탈하지 않고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우수인력 확충과 함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대폭적 R&D 투자를 추진해 강화된 연구역량이 진료역량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4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한국형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for Health)에 국립대병원에 특화한 필수의료 혁신형 연구에 대한 장기지원을 반영했다. R&D 투자를 확대할뿐 아니라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필수의료 연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진료-연구 병행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산학협력단을 설치해 안정적 연구기반 확충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노후화한 국립대병원의 시설·장비를 최첨단화할 수 있도록 재정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기부금품 모집 허용 등 재원을 확보할 창구도 다양화하고자 한다.

둘째, 지속 가능한 지역·필수 의료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의사 수 확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OECD 최저 수준인 2.2명에 불과하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재활, 의료·돌봄, 요양 등 의료 수요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 공급은 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다. KDI 연구에 따르면 2050년에는 수요 대비 부족한 의사 수가 2만2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족한 의사 수를 확충하기 위해 2025년부터는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 의사 수 확대와 함께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필수 의료 분야에서 자긍심을 갖고 활약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지원 패키지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하고 고위험, 고난도, 상시 대기 등 필수의료 특성을 반영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체계 마련, 번아웃 방지를 위한 근무 여건 개선 등 필수의료 기피 요인에 대한 종합적 해법을 모색한다.

끝으로, 지역·필수 의료 혁신 추진기반을 강화한다. 정부와 의료계,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필수 의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확립한다. 또한 지역·필수 의료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투자를 강화하고, 안정적·효과적 지원을 위한 별도 재정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변경해
보건의료 R&D 혁신 거점, 인력 양성 원천으로 육성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주요 국가 의료기관은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역의 필수의료 역량 강화를 집중 지원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임상·연구 분야에서 국가중앙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중증 필수의료 기관으로 키우고, 국립중앙의료원은 명실상부한 감염·응급 등 공공 분야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기관 혁신을 추진한다. 또 국립대병원의 소관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변경해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 중추, 보건의료 R&D 혁신 거점, 인력 양성·공급 원천’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병원 특성에 따른 맞춤형 투자와 규제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필수의료 혁신전략은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위한 청사진이다. 이번 전략이 의료 현장과 시스템을 바꾸고,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실효적 대책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의료계, 국민과 소통하며 디테일을 꼼꼼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과감한 혁신을 뒷받침할 획기적 재정투자, 법·제도 혁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필수 의료에 대해 국민적 신뢰를 얻고 필수의료 인력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담대한 의료시스템 혁신에 우리 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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