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류산업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는 옴니채널 등이 확산되고, 온라인 해외직구도 보편적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과 기업 간의 단순한 화물운송에 더해 기업과 개인을 연결하는 생활물류가 전체 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물류 분야에 접목되며 풀필먼트(물건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등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센터, 메가창고 등 새로운 물류시설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 물류산업은 과거 화물의 운송 기능만 담당했지만 이제는 유통-제조-정보통신(ICT) 등과 융복합해 물류업체-화주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물류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되고, 국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분야로 견고히 자리잡았다.
소량·경량 화물 보관 가능한 주문배송시설 확충하고
AI로 주변지역 수요 예측해 빠른 배송서비스 제공
정부는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해 국내 물류시설의 배치와 개발에 대한 5개년 계획인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제4차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을 고시했다. 해당 계획은 물류시설의 유형을 단위물류시설(창고 등), 집적물류시설(물류단지, 물류터미널), 연계물류시설(도로, 철도 등)로 구분하며, 물류여건 변화와 전망을 고려한 물류시설의 공급 및 관리, 운영에 대한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초 1차 계획(2008~2012년) 수립 당시에는 권역(지역)별 물류단지 총량제 운영에 따라 물류단지 총량을 지정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으나, 2014년 총량제가 폐지된 이후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은 물류시설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성격이 변화했다. 또한 도시 외곽에 내륙물류기지 및 공항·항만 등을 확충하는 기업물류 중심의 공급 계획뿐 아니라, 도심 내 생활 물류시설 확보와 물류서비스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등과 같이 다양한 물류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번에 수립한 제4차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은 ‘편리한 일상과 신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첨단물류 인프라 구축’이라는 비전과 함께 2027년까지 물류산업 매출액 200조 원, 일자리 90만 개, 부가가치 비중 46%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다음과 같은 6대 추진 전략을 담고 있다.
첫째, 도시물류시설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밀착형 도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한다. 주거지역으로 생필품을 즉시 배송하기 위한 주문배송시설(MFC)을 도심 곳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주문배송시설은 주문 수요를 예측해 소형·경량 화물을 미리 보관하고 주문 즉시 배송할 수 있는 물류창고다. 도심 내 근린생활시설에 주문배송시설이 마련되면 AI를 통해 주변지역의 배송 수요를 예측해 더욱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도로와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생활물류시설 설치를 확대해 도심 내 부족한 물류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공공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차장 부지, 주민센터 등에 물류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해 주는 디지털 물류 실증사업과 같은 공공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노후화된 물류시설의 재정비 방안을 마련한다. 향후 5년 내 운영기간 만료가 도래하는 수도권 복합물류터미널인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2026년)와 군포 복합물류터미널(2028년)의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함께 부산·중부·호남·영남권 복합물류터미널의 현실화된 운영방안을 마련한다. 도심 내 노후화된 물류시설의 기능을 개선하고 각종 지원시설과 연계·복합해 주민 친화적으로 개발하는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당초 물류단지시설 용지에서만 가능했던 환지방식(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 토지로 보상하는 방법)의 사업을 지원시설 용지까지 확대하고, 지방세 감면 등으로 사업자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노후화된 일반물류터미널·여객터미널 등을 활용해 도심물류시설을 복합화·고도화하고 주민친화시설로의 재정비를 유도한다.
노후 물류시설 기능 개선해 주민친화시설로 재정비…
UAM·드론 등 새로운 교통수단 연계 방안도 검토
셋째, 지역 간 격차 없는 물류서비스 기반을 제공한다. 기업의 비용절감을 통한 서비스 확대와 택배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소외지역 공동물류거점을 확대 설치한다. 도서산간 지역의 경로당, 주민센터, 터미널 등 공공시설을 공동물류거점으로 활용하며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한편, 물류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는 도서지역에 대해서는 복합운송(도로+선박 등)으로 내륙 및 도서지역 간 물류시설 연계를 강화한다. 더불어 물류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고 체계적인 물류시설 공급이 가능하도록 실수요 검증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넷째, 물류시설의 스마트화를 지원한다. 물류창고의 첨단화를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도와 우수물류기업 및 신기술 인증제도를 활용해 기업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첨단물류시설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스마트물류센터 인증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마련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증수수료도 감면한다. 도심 내 물류센터 확보가 어렵고, 시설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물류기업이 저렴한 임대료로 공동 이용할 수 있는 공유형 물류센터 건립도 확대한다. 또한 국가 R&D를 통해 생활물류 배송 전 과정을 친환경화·첨단화하고, 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드론 등 새로운 교통수단과 연계한 물류 인프라 제공 방안도 검토한다.
다섯째,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물류체계를 구축한다. 물류시설 및 화물운송수단의 에너지원을 탄소 기반에서 수소, 전기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 화물차용 수소·전기 충전소 구축을 확대한다. 아울러 친환경 운송수단인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장대화물열차(화차 35량 이상으로 구성돼 길이가 500m를 넘는 화물열차)·피기백(컨테이너를 적재한 수송차량을 그대로 화물열차에 실어 운반하는 방식) 등 신기술을 적용해 철도 물류의 비용·시간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한 대규모 화재 피해에 대한 신속한 대응체계 마련, 실시간 위험물질 운송 정보공유 체계와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 수립 등으로 물류산업 종사자의 안전한 근로여건도 마련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국제물류허브 기반을 조성한다. 전통적인 수출입 물류체계 지원과 더불어 이커머스 기반의 수출입 물동량 다변화에 대응한 스마트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공항·항만의 화물처리 시설을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개선하고, 인천공항의 물동량 처리를 위해 제3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아울러 공항·항만 등 물류인프라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물류 및 제조 활동을 촉진하도록 국제물류거점 인근 복합개발 추진도 검토한다.
물류시설의 공급은 단순히 물류서비스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통-제조-정보통신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나아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으로 여러 분야의 투자가 촉진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리한 물류가 일상이 되고, 물류가 새로운 신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업계, 지자체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