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현상과 글로벌 경기둔화, 공급망 분절 등 전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 출범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이면서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는 대외적인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민관이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답은 투자와 수출이라는 양대 바퀴가 떠받치는 산업에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재정·통화 정책이 제한적인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공급 측면의 생산성 향상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산업정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산업기술 혁신전략’,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방안’ 등 20개 이상의 업종별·기능별 전략을 수립했으며, 이와 동시에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 등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우리 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산업 대전환’ 전략을 민간이 수립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산업혁신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신산업정책 1.0’이었다.
AI 수요 업종 중심으로 산업 AI 표준모델 구축, 기업이
활용 가능한 CFE 기반 확대 등 주력산업 대전환
이제는 그간의 정책구상을 바탕으로 민간 주도, 시장 기반의 경제성장을 확산하는 신산업정책 ‘2.0’을 추진해야할 시점이다. 2024년은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는 여전하고,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건재하다. 한편으로는 미래 신성장동력의 부재도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 2년간 마련한 정책적·제도적 기반 위에서 ‘신산업정책 2.0’을 통해 직면한 리스크를 완화하고 성장 활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신산업정책 2.0의 핵심 가치는 ‘속도’와 ‘성과’다. 속도감 있는 정책과 체감 가능한 성과를 통해 투자, 수출 회복을 넘어 경제 전반의 활력 회복을 도모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10대 제조업에서 1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실현하고, 35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목표도 역대 최대인 7천억 달러로 설정했다.
이번 정책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첨단산업 초격차’ 실현이다. 우선 첨단산업 업종별로 경쟁력 확보 전략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는 설계·소부장 등 약한 고리를 보강하고, 이차전지는 핵심광물 등의 공급망을 안정화하며, 디스플레이는 경쟁국을 따돌릴 차세대 기술 역량을 제고한다. 바이오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제조공정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첨단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므로 현장 밀착 지원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10조 원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니터링하고, 20대 핵심 투자 프로젝트는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 내 담당관을 지정해 밀착 관리한다. 지난해 지정한 총 7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도 차질 없이 조성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며, 기반시설 구축과 인허가 신속처리 등을 적극 지원한다. 아울러 투자 촉진을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 기간을 연장한다. 갈라파고스 규제(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특정 지역에만 있는 규제), 시대착오적 낡은 규제, 신산업 제도 미비 등 3대 규제혁신 전략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산업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인재 확보도 적극 추진한다. 산업기술 R&D 패러다임을 기업 주도형, 개방형으로 전환해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개방형 전환을 위해 모든 산업기술 R&D를 해외에 전면 개방하고,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업해 180개의 초격차 급소기술과 차세대 산업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산학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혁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경제안보의 핵심이 첨단산업인 만큼, 공급망 안정화 및 산업기술 보호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소부장 국산화 계획과 연계해 R&D를 지원하고, 외국인투자 지원을 통해 공급망 핵심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첨단기술·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술유출 시 처벌을 강화하고, 인력을 통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수립할 것이다.
두 번째 전략으로는 ‘주력산업 대전환’으로 혁신의 속도를 높인다. 우선 업종별로 디지털·그린 전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자동차는 미래차 전환을 위한 생태계 구축과 수출 확대를 지원하고, 조선은 미래선박 기술 확보를 위한 R&D 지원을 강화한다. 철강, 석유화학과 같이 환경규제가 심화되는 업종의 경우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 로봇은 새로운 비즈니스 수요에 맞춰 규제를 개선하고, 섬유는 친환경·디지털 공정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관이 함께 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틀도 마련한다. 민관 공동 산업 AI 얼라이언스를 통해 ‘산업 디지털 전환 선도사업’을 선정·지원할 계획이다. AI 수요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AI 표준모델도 구축할 것이다. 또 친환경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이 활용 가능한 무탄소에너지(CFE) 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신속히 재개하고, 에너지공급과 탄소중립이 조화된 전원믹스와 안정적 전력망 구축을 통해 국내 CFE 활용을 지원한다. 아울러 국내 여건을 반영한 CFE 이행기준을 마련하고 국제 규범화를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 전략으로 우리 기업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수출 고도화’를 추진한다. 먼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공급망, 디지털, 탄소중립, 인구구조 등 4대 핵심 트렌드와 전략성을 기준으로 지난 2월 20개 전략품목을 선정했다. 수출시장은 자유무역협정(FTA), 경제연계협정(EPA) 네트워크를 확대해 다변화·고도화해 나갈 것이다.
255조 원 역대급 무역보험 제공 등 수출기업 지원
우리 수출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도 강화한다. 금융·마케팅·해외인증 3대 애로사항을 집중적으로 해소하는 한편, 수출전략회의 등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부처간 칸막이를 넘어 수출 원스톱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55조 원 규모의 무역보험을 제공해 원활한 수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정상 세일즈외교 성과도 본격적으로 창출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코트라, 한국경제인협회 등이 민관합동 ‘세일즈외교 지원단’을 구성해 총 385건, 66억 달러 규모의 성과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경제안보를 위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통상현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당면 현안에 대한 대응 전략이었다면, 네번째 전략은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AI 시대의 신산업정책’이다. AI는 제품·서비스 혁신으로 미래 일상을 바꾸고, 공정혁신으로 산업 생산성을 향상하는 미래 필수기술이다.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 AI를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주도로 AI 시대의 산업과 정책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동시에 4월부터 자율제조, AI반도체, R&D, 디자인, 유통·물류 등의 분야별 전략을 순차적으로 수립한다. 아울러 AI 산업 육성, 인력 양성, 규제 개선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 나간다.
“위기는 기회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신산업정책 2.0’을 통해 경제회복의 기회를 잡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