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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률 2027년까지 30%로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농업정책과장 2024년 05월호

필자가 농대에 재학하던 시절만 해도 농업은 땅 위에서 작물들이 뜨거운 여름 뙤약볕과 비바람을 이겨내고, 농부들은 고된 노동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가을에 풍성하게 수확하는 산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평균기온의 상승, 이상고온과 냉해, 잦은 큰비 등 기후변화로 인해 이제 농작물에 필요한 만큼의 햇빛, 물과 양분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극한 환경변화에 더해 지난 20여 년간 경지면적은 점차 감소했고, 농가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농업인 비율이 두 배로 늘었다.

이러한 농업의 도전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농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으로 오늘날 어떤 농업방식은 더 이상 땅과 햇빛에 의존하지 않는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에서 영양분이 녹아 있는 물속에 작물의 뿌리를 담그고, 햇빛 대신 인공광원으로 식물이 좋아하는 파장만을 골라 작물이 자라나는 상황에 맞춰 최적의 빛을 공급한다. 더나아가 힘들고 반복적인 농작업을 센서와 AI를 탑재한 로봇이나 드론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술도 상용화하는 중이다. 일손, 햇빛, 땅 없이도 농작물을 재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농업은 이제 도심 빈 건물, 지하철 역사, 컨테이너, 카페와 레스토랑 한쪽에서 신선한 채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부처 칸막이, 규제 장벽 넘어 수직농장의 산업단지 입주 허용 등 추진

이처럼 농업은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농업을 지원하고 질서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아직 전통방식의 농업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건축물 안에서 인공광원과 고도의 환경제어기술을 활용해 작물을 다단으로 재배하는, 이른바 ‘수직농장’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수직농장은 작물 재배시설이지만 건축물이라는 시설형태 때문에 농지에서는 설치가 제한되고 있다. 반대로 건축물 안에서 공장식으로 작물을 생산하는 시설이지만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 공장 등에만 입주가 허용되는 산업단지에는 ‘농업’에 해당하는 수직농장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농업의 디지털 전환, 세대 전환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농산물 생산방식과 전후방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현장 중심의 규제 개선과 경쟁력 강화 과제들을 담은 ‘스마트농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2027년까지 현재 14% 수준인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률을 30%로 끌어올리고, 스마트팜 수출 확대와 함께 경쟁력 있는 농산업체 1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농산업 발전을 위한 첫 번째 전략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수직농장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한다. 우선 수직농장이 산업단지에 입주해 공장폐열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를 달성하고 가공식품 공장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법령을 개선한다. 이에 필요한 산업단지 관련 법령은 국토교통부(「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소관이기 때문에 세 부처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또한 수직농장을 포함한 스마트팜 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스마트팜 핵심 기자재를 부가가치세 환급 대상 품목에 추가했다. 

한편 스마트팜을 경영하는 농업회사법인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스마트팜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면서 쌓은 전문적인 노하우와 기술을 인정받아 ‘스마트농업 전문기업’으로 지정받은 경우, 추가적으로 스마트팜 기자재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다른 농가에 컨설팅할 수 있도록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정비한다. 또한 비농지 기반의 수직농장을 위한 농업경영정보 등록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농업경영정보 등록을 요구하는 정책사업의 대상에 수직농장이 포함되도록 한다.

스마트농업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도 강화한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스마트농업 육성을 위한 중앙단위 5개년 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시도가 수립하는 계획과 연계해 정책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민간 전문가와 농산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해 스마트농업 현황과 정보 공유, 정책 조정의 장으로 업계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작물재배·데이터·ICT 역량 보유한 인재육성 등으로 
스마트농업 산업경쟁력 제고


두 번째 전략은 스마트농업의 기술적 역량을 강화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농업 기술을 도입하려는 농가와 농업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자재·솔루션 개발기업을 매칭해 솔루션 보급을 지원한다. 농가로부터 우수한 기술로 인정받은 솔루션은 올해부터 200농가 이상 주요 생산지 단위로 보급을 확대한다. 기업은 실증결과를 토대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된 농가는 식품·외식 기업과 B2B 계약재배를 체결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 확산도 지원한다. 또한 스마트팜 경제성 향상을 위해 고소득 작물 중심으로 최적 재배모델 연구를 지원하고, 수직농장 재배에 적합한 종자도 개발해 나간다. 한편 스마트팜 기자재와 소프트웨어 간 호환성 증대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ICT 기자재 국가표준을 확대하고 표준 개정이 필요한 분야는 현행화한다.

작물재배·데이터·ICT 기술 역량을 골고루 보유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스마트농업에 특화된 전문 교육기관을 올해 2개소 지정하고, 표준교육과정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하는 한편, 전문적인 스마트농업 기술지도와 컨설팅이 가능한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또한 스마트팜과 연관 산업을 집적화하기 위해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를 조성한다. 육성지구는 기존 청년 스마트팜 창업을 지원하는 임대형 스마트팜과 연계하고, 기존 온실단지의 스마트팜 전환도 돕는다. 육성지구 내 지자체 시설에 입주하는 경우 수의계약, 임대료 경감, 임대기간 연장과 같은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기술 기반 유망기업도 집중 지원한다. 민간투자를 유치한 실적이 있는 기업에 새로운 프로젝트 사업화자금을 추가 지원하고, 경영실적이 우수한 스마트팜 기업은 정책자금 한도를 상향하고 정책금융 공급도 확대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동 지역 중심으로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무역관을 통한 전문적인 컨설팅과 시장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대형 스마트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우리 기업 컨소시엄에 각종 패키지 지원도 강화한다.

우리 농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먹거리와 건강한 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식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부처 간 경계를 허물고 농업인과 농산업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앞으로 우리 농업과 관련 산업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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