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는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도 식량, 환경, 보건의료 등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분야다. 그간 바이오는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복잡한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매우 고난도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가 AI, 나노, 로봇 등의 기술과 융합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창출된 첨단바이오산업은 바이오 기반 경제를 견인할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세계 첨단바이오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3대 수출산업인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를 합친 것과 유사하며, 미국에서는 10년 내 석유화학, 농업, 섬유 등 기존 제조업의 30% 이상이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력기술 블록화 및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첨단바이오는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적인 전략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합성생물학 기술, 코로나19 같은 신변종 감염병에 대응해 보건안보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전령 리보핵산(mRNA) 백신 사례처럼 첨단바이오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EU의 「바이오기술법」과 같이, 선진국들은 바이오 기술 자립화와 바이오 패권 주도 전략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AI 기반 신약개발 등 다양한 AI 플랫폼 기술 확보···
바이오제조 고속화·자동화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정부는 이러한 기술 트렌드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전통적인 바이오 강국을 추격해 온 우리나라가 2035년 첨단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수립·발표했다.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는 우리가 가진 혁신기반기술과 고품질 바이오데이터의 결합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등 AI가 결합된 차세대 서비스 플랫폼을 창출하고 국민이 체감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는 ‘바이오 가치사슬’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전략에서는 첨단바이오 분야 4대 미션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바이오 대전환을 이끄는 디지털바이오를 대한민국의 주력분야로 육성한다. 우선 산재한 바이오데이터를 모아 바이오 빅데이터 및 바이오소재 정보 플랫폼 등을 구축한다. 그리고 연구자, 기업에 유용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등 데이터 고도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유전체 변이 예측 딥러닝 플랫폼이나 AI 기반 신약개발 등 다양한 AI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둘째, 바이오 제조혁신을 통해 바이오 소재·제조 산업을 육성하는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인다. 이를 위해 바이오부품 설계·합성, 초고속 스크리닝 기술 등 합성생물학 요소기술을 확보한다. 그리고 바이오제조 공정을 표준화·고속화·자동화하는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기반기술과 장비를 국산화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고기능성 소재, 생명자원, 의약품 원료·부자재·장비 등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산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셋째, 첨단바이오 의료기술 혁신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 먼저 의료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 파괴적·창의적 연구에 도전해 세계 최초의 연구성과를 확보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유전자 편집과 차별화되는 유전자 조절 기술, 돌연변이에 의해 만들어진 세포를 추적·제어하는 기술, 인류의 마지막 질병인 노화 기전 규명 등 역노화 연구를 지원하고자 한다. 그리고 혁신신약, 감염병 백신 개발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확보하고 차세대 유전자가위 등 공통 기반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맞춤형·정밀 치료제나 AI 탑재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등 첨단의료기술을 상용화하고 고령화, 장기·혈액 수급 불균형 등 보건의료 현안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첨단바이오 혁신을 통해 기후변화, 식량 부족, 감염병 등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난제를 해결한다. 친환경 바이오소재, 무탄소 바이오에너지, 해양·대기 환경 대응기술 등을 활용해 첨단바이오를 통한 탄소중립 이행을 가속할 것이다. 그리고 식량 부족에 대응해 스마트팜·양식장, 디지털 육종기술 등을 개발해 농수산업의 생산성을 증대하고, 육류 모사 가공(대체육, 배양육 등), 세포배양 기술 등을 통한 배양육 등 식품소재 기술을 확보할 것이다. 한편 감염병 발생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 예방·치료·진단·감시·예측 등 전 주기적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감염병의 일상적 유행(엔데믹)에 따라 mRNA 백신 국산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첨단바이오 융합 인재 양성, 특화연구소 지정,
규제혁신 지원 등 기반구축 과제 제시
이러한 기술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산업, 인재, 인프라, 법·제도 등 생태계도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4대 기반구축 과제도 제시했다. 첫째, 디지털바이오, 바이오제조, 의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바이오 창업·사업화, 민간투자 지원 및 지역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등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 둘째, 극저온 전자투과 현미경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분석 장비·시설을 확충하고, 첨단 바이오 특화연구소를 지정·운영한다. 또한 디지털바이오를 선도할 슈퍼컴퓨팅 인프라, 실험 자동화 연구실 시스템을 도입한다. 셋째, 첨단바이오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미국, EU 등 바이오 선도국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인력교류를 확대하고 신흥기술에 대한 안보·표준·인프라 등 글로벌 협력체계에도 적극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첨단바이오 유망기술에 대해 선제적으로 법·제도를 마련하고 규제 로드맵 수립, 규제과학 연구 등 규제혁신 과제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간 정부는 바이오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민간투자를 견인해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세계 최초의 바이오 연구성과 창출, 바이오산업의 활성화 등 가시적 성과를 달성해 왔다.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 뛰어난 바이오 인재 및 디지털 인프라, 선진화된 바이오 의료데이터 등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역량을 총결집해 눈앞으로 다가온 바이오 대전환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미래 첨단바이오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