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 199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익숙한 이 가사는 가수 강산에의 노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의 도입부다. 내가 가는 길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에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힘을 불어넣어 줬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이런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167만 명이었던 총인구는 2072년 3,622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지정해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으며, 그중 31개가 어촌·연안 지역에 해당한다. 74개에 달하는 어촌·연안 지역 중 40%가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45년이 되면 어촌의 87%가 소멸 고위험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업 중심의 어촌대책이 아닌
어촌과 해양관광을 연계한 정책으로 대전환
어촌의 고령화율은 48%로 전국 대비 2.5배 높고, 인구도 2018년 12만 명에서 2023년 8만7천 명으로 27.5% 급감해 농촌(9.9%)보다 더 빠른 인구감소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어촌을 찾아가 어촌주민, 수산업 종사자 등의 목소리를 듣는 토크콘서트 ‘연(안)·어(촌) 톡(talk)’을 개최했다. 경남 통영, 강원 양양, 전남 신안 등에서 열린 세 번의 연어톡을 통해 파악한 현장의 애로사항과 정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장밀착형 대책을 수립, 지난 5월 ‘어촌·연안 활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는 어촌이 소멸 위기에 직면한 것과 달리 연안 지역은 해양 레저·관광 등을 목적으로 많은 이가 즐겨 찾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산업 중심의 기존 대책과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어촌과 해양관광 정책을 연계해 어촌과 연안을 연결하는 ‘바다생활권’을 만들어 정책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하고자 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어촌은 부족한 생활 인프라와 소득원을 해양관광객 방문을 통해 보완할 수 있고, 해양관광객은 어촌의 체험형 관광콘텐츠와 수산물 먹거리로 바다를 향유하는 등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즐겁게 찾고 싶은 바다생활권’이라는 정책 비전을 실현하고자 바다생활권 경제·생활 거점 및 관광객 확대를 통한 지역 매출액 연 50조 원(2022년 40조 원 추정) 달성이라는 목표와 함께 다음의 네 가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첫째, 테마별로 바다생활권 경제·생활 거점을 조성한다. 우선 어촌·어항 기반 바다생활권에는 대규모 민간투자와 경제·생활 인프라 지원을 집적화해 거점 기능을 강화한다. 어촌지역에 다양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약 5,800만 평에 달하는 어촌지역 국공유지를 활용한 ‘어촌형 기회발전특구’ 도입과 어항 내 수익시설 설치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 부산 등 도시형 바다생활권의 경우 항만을 재개발해 해양관광 거점으로 조성하고, 수산식품 개발 R&D부터 가공·수출에 이르는 기능을 집적화한 수산클러스터를 통해 해양·수산 융복합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형 바다생활권을 위해서는 지자체별 발전 전략과 연계한 맞춤형 바다생활권 특화 전략을 마련한다. 특화 전략에 따라 어촌·연안·해역 활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31개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해양·수산 분야 정책 우대, 바다생활권 개선을 위한 ‘지역발전투자 협약’(「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가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을 기획해 협약을 체결하고, 다부처 사업 구성으로 통합 지원) 등도 연계해 추진한다.
둘째, 수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로 돈이 되는 바다생활권을 만든다. 우선 수산업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어선어업의 경우 2028년부터 모든 어선에 총허용어획량(TAC)을 적용하면서 금어기·금지체장을 비롯한 규제를 절반 가까이 완화하는 대혁신을 추진한다. 양식산업은 신규 양식장을 개발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스마트·자동화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산업의 체질 개선을 도모해 나간다.
또한 어촌계 공동어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을어장 면허 심사·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중개를 통해 청년 등 신규 인력에게 어장을 임대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 새 일자리도 창출한다. 신규 인력의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어선·양식장 임대 지원 확대와 어선은행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어업인 양성을 위한 귀어학교 운영 등 기술교육과 정착 지원도 빈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어촌과 연안의 관광콘텐츠를 연계해 찾고 싶은 바다생활권을 조성한다. 먼저 어촌체험휴양마을 스탬프 투어를 비롯해 코리아둘레길 여행자를 위한 어촌체험휴양마을 쉼터 도입, 호텔급으로 숙소 시설 개선, 갯벌·해녀 등 어촌에서만 즐길 수 있는 어촌문화 체험 상품 개발, 어촌·연안 유휴시설을 활용한 워케이션인 ‘어(漁)케이션’ 활성화 등 체험형 관광콘텐츠를 확대한다.
또한 해양치유센터 5개소를 차질 없이 조성하고 해양치유지구 지정,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해수욕장 환경을 개선하는 반려해변 활성화 등으로 바다쉼터를 만들어간다. 아울러 서핑, 스쿠버 다이빙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해양 레저·관광 활성화를 위해 거점을 확대하며 인근 어촌관광과 연계한다. 지역의 해수욕장을 레저·문화·향토체험 등 테마별로 지정해 특색 있는 관광콘텐츠도 발굴할 계획이다.
세컨드 홈 세제 지원, 비대면 진료 서비스 도입 등
살기 좋은 어촌 조성
넷째, 정주 여건을 개선해 살기 좋은 바다생활권을 만든다. ‘세컨드 홈’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주거-일자리-어촌계 가입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청년귀어종합타운 조성을 적극 검토한다. 섬·도서 지역을 찾아가 의료·생활·행정 서비스를 지원하는 어촌복지 버스와 비대면 진료서비스 ‘섬 닥터’를 도입하고 수산공익직불제 등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해 어촌지역 복지 체계를 개편한다. 또한 도시민이 쉽게 귀어·귀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 간 정착정보 통합검색시스템을 고도화하며 귀어·귀촌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국민의 관심을 높인다.
이번 대책은 ‘바다생활권’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첫걸음이다. 정부는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개선 사항을 끊임없이 발굴해 살기 좋고, 찾고 싶은 바다생활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바다에서 고향인 민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많은 이가 어촌으로 돌아와 바다생활권에서 희망과 활력을 얻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