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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금융·통신 채무 한 번에 조정하고 일자리 연계해 경제적 재기 지원한다
김광일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 2024년 08월호


채무조정이란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상환기간 연장이나 채무감면 등의 방법으로 상환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채무자는 과중한 부채가 경감돼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되는 한편, 채권자 입장에서도 채무조정이 없었다면 받지 못했을 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채무자의 상환의지를 높여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도움으로써 복지재원 소요 등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채무조정 제도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가 있다. 법원의 개인회생, 파산 제도는 금융채무뿐만 아니라 통신비, 공과금, 일반 상사 채무 등 비금융채무까지도 조정 대상으로 한다. 이에 반해 그동안 신복위의 채무조정 대상은 주로 금융회사나 정책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금융채무에 한정됐고, 통신비와 같은 서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비금융채무는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현재 37만 명의 통신채무자, 일상생활이 단절돼 
재기가 어려움에도 그간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그러나 오늘날 통신서비스는 단순히 전화기를 이용한다는 의미를 넘어 인터넷을 통한 정보 취득과 구직, 창업과 같은 경제적 활동의 기본이 되는 필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통신비를 미납하면 전화, 문자, 인터넷 등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금융거래, 구직 등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통신채무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재가 됐지만 통신채무가 신복위의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어서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재기하는 데 걸림돌이 된 상황이다.

또한 최근 상황을 고려해 서민층·취약층의 채무 부담을 적극적으로 줄여줄 필요가 있다.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채무조정 신청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자 수를 보면 2022년 13만8천 명에서 2023년에는 18만5천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이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유 또한 생계비 지출 증가, 소득 감소, 실직 또는 폐업이 전체의 84%를 차지하는 만큼 취약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종합적인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인식 아래 지난 6월 20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1월 17일 금융 부문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정책방향을 발표한 이후 이를 구체화한 조치다. 지난 5개월간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복위 및 통신업계 등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3단계 중층적 심사과정으로 도덕적 해이 최소화

해당 방안에 따라 6월 21일부터 채무조정 신청 채무자는 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을 수 있게 됐다. 신복위는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채무자의 부채 상환능력을 고려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등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조정한다.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20개사, 휴대폰결제 6개사가 보유한 채무가 대상이며, 통신업계에서 이들 업체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98%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통신채무자가 이번에 신설된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조정받은 통신채무를 완납하기 전이라도 통신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는 통신채무를 미납한 경우 완납 전까지는 통신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통신채무자는 일상생활과 단절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매우 어려웠다. 앞으로는 전체 통신채무를 완납하기 전이라도 신복위가 조정한 통신채무를 3개월 이상 성실히 상환하는 경우 통신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일회성 채무조정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재기지원을 위해 채무자에게 신용관리서비스 제공, 고용·복지 연계 등 종합적인 정책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채무자가 실질적으로 경제적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환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채무조정 이행 중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신복위 등 정책기관을 통해 고용·복지 연계, 신용관리 등 복합적인 정책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연체된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 응급수술에 해당한다면 고용·복지 연계는 수술을 마친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재활치료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채무조정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의 연체자, 고액 자산가 등에 대한 지원을 막도록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채무조정 과정에서 국세청 등 행정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채무자의 소득, 재산 등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심사한다. 다음으로 변호사, 채무조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채무조정안의 적정성을 심의한다. 최종적으로는 금융회사, 통신회사 등 채권자의 동의를 거쳐 채무조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3단계에 걸친 중층적 심사과정을 통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으로 최대 37만 명의 통신채무자가 혜택을 받게 됐다.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그간 채무조정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계층의 일상으로의 복귀와 경제적인 재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취약층이 재기할 경우 복지재원 소요 등 사회적 비용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통신 취약층 재기지원 방안 이외에도 범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서민·취약계층의 경제적 자활과 자립을 돕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나 그 온기가 서민 모두에게 전해지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며 금융위원회는 앞으로도 이들의 금융 애로를 완화하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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