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사업을 처음 수주한 이래 해외건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이 돼왔다. 이러한 해외건설시장은 계속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3% 증가한 14조5천억 달러로 예상된다.
한편 각국에서는 인프라 프로젝트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투자개발사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강세를 보여온 중동에서도 2020년 전후로 민관협력사업(PPP)법을 제정하면서 PPP시장이 2020년 98억 달러에서 지난해 342억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했다.
투자개발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단순 도급사업과 달리 사업 시행자로서 지분을 투자해 초기부터 사업을 기획·개발하고 금융조달 및 시공, 운영·관리 등 사업의 전 단계를 추진하게 된다. 투자개발사업은 지분투자를 통해 개발·운영 수익을 얻을 뿐 아니라 사업 시행자로서 의사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전 단계 수주가 가능하다. 즉 전후방 파급효과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순 도급사업보다 상위의 시장으로 볼 수 있다. 도급사업은 3~5% 수준, 투자개발사업은 10%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해외건설 역량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음에도 해외 수주에서 도급사업 비중이 94.7%(2019~2023년)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단순 도급시장은 가격경쟁 위주로 중국·튀르키예 등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주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 및 관계부처는 지난 7월 23일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민관협력 거버넌스 마련, 패키지 지원 강화, 도시개발 분야 특화진출 확대, 민간 기업 투자사업 역량 강화라는 4대 전략에 초점을 맞춰 마련됐다.
먼저, 정부의 지원전략 수립, 공공기관 역할 강화 등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해 우리 기업과 함께 참여하는 선단형 수주를 추진한다. 공공기관은 높은 대외신인도와 상대국 정부와의 협상력을 기반으로 선도 투자자로 참여해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철도·도로·공항·주택 등 전문 공공기관이 유망국별 민관합동 진출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지분율 확보 및 사업구조 검토, 시설 운영·관리 등 공공기관의 역할을 검토하고 민간 기업과의 연계 진출방안을 미리 마련한다.
투자개발 전문기관 KIND의 대주주 참여 허용···
지분투자 한도 현재 30%에서 50%로
또한 국토교통 ODA(공적개발원조) 등을 활용해 유망국에 초기부터 기본계획 수립, 설계·자문, 노하우 등을 지원함으로써 진출기반을 마련한다. 이를테면 철도 분야에서 국가철도공단이 진출 대상국의 철도망 계획 수립을 지원하면 우리 기업이 철도 건설 본공사를 수행하고, 이후 이어지는 신호체계 수립 및 철도차량 공급 컨설팅을 한국철도공사가 지원하면 우리 기업이 신호시설 본공사 수행과 철도차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에 ‘해외 투자개발사업’ 관련 내용 반영, 투자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등 공공기관의 투자개발사업 참여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새로 추진한다.
한편 투자개발사업 민관 공동진출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프라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만으로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투자개발 전문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지원 기능을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 KIND는 대주주로서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폐지해 대주주로서 참여를 허용할 계획이며, 지분투자 한도 또한 현재 30%에서 50%까지 확대할 것이다. 아울러 KIND의 투자요건을 시공 수주 위주에서 기자재나 차량 등 ‘유관산업의 동반진출 효과’도 함께 고려하도록 개선하고, 우리 기업의 지분 회수(exit) 후 재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KIND의 지분인수도 허용한다.
둘째, 대규모 금융이 필요한 투자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의 유무상 ODA 연계와 정책금융 및 리스크 관리 등 정책 패키지를 지원한다. 우선 투자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들의 장기투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무상 ODA 및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연계해 프로젝트화를 촉진한다. 예를 들어 전체 프로젝트 중 상업성이 없는 부분은 수원국 정부가 EDCF를 활용한 재정 발주사업으로 진행하고 상업성이 있는 부분은 우리 기업이 사업 시행자인 투자개발사업으로 진행하거나, 수원국 정부가 EDCF 또는 무상 ODA를 활용해 우리 기업 사업에 대해 건설보조금 및 고정대금(EDCF), 설비·기자재(무상 ODA)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해외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투자개발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총 1조1천억 원 규모의 PIS(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2단계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대출·보증 등) 지원도 병행한다. 또한 그동안은 시장개척을 위한 초기 조사, 사업 타당성 조사 등에 지원이 집중됐으나, 앞으로는 사업 단계별 리스크 관리도 함께 지원하고자 한다. 사업 초기부터 리스크에 대한 조사·검증을 지원하고, 타당성 조사도 회수 및 재투자 등 리스크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를 보다 강화한다.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 추진,
공공기관이 사업 발굴 후 민간이 수주
셋째, 도시개발 분야 특화진출을 확대한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증가, 무엇보다 연 1.37% 수준의 도시인구 증가가 예상되므로 도시개발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도시개발사업은 정부 간 협력, 해당국 법률과 문화 습득 등 초기 진입 장벽이 높고, 장기간 추진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도시개발 분야에 특화해 정부 대 정부(G2G) 협력 기반의 민관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 Urban Growth Partnership Program)’을 추진한다. 정부 간 MOU 체결 등 G2G 기반으로 전문 공공기관이 개발자로서 사업을 먼저 발굴하고, 민간 건설기업들이 지분 투자 및 시공 수주를 추진하며, 이후 공공기관이 개발부터 준공, 입주까지 기업을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외교 성과인 판교 신도시 규모의 ‘박닌성 동남신도시’를 도시 수출 1호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이다. 건설·설계·교통·IT 등을 망라한 K스마트신도시 패키지 진출을 통해 동남신도시가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교두보가 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넷째, 건설 기업들이 투자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건설사의 신용평가 및 보증심사 등에 활용되는 시공능력평가에 해외 투자개발사업 실적을 포함할 계획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거점국가에 설치된 해외인프라협력센터 7곳이 투자개발사업도 지원하도록 기능을 개편해 사업 발굴 및 현지정보 수집, 네트워킹 등 투자개발사업 관련 제반 활동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시작으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선단형 수주를 통해 K신도시 수출 등을 활성화하고, 국정과제인 2027년 해외건설 수주 500억 달러 달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