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성이 커졌다.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 수요에 맞춰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에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도 늘리고 있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78.9%)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해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서툰 한국어 실력과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부족, 안전교육 부실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1차 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 사고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용부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난 8월 13일 관계부처들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의 정부 지원 정책과 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빈틈은 없었는지를 살펴봤고, 외국인 근로자, 기업인 등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번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 외국인 근로자 대상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신속 대피와 스마트 안전장비에 재정 지원 확대하고
찾아가는 교육과 체험교육으로 교육 효과↑
먼저 화재·폭발이 발생할 경우 무리한 진화보다 신속한 대피가 중요한 만큼 근로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격벽이나 위험물질 별도 보관시설 설치 비용을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한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해 비상구와 대피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작업장의 시각적 환경 개선 비용도 최대 1억 원 지급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산업재해통계 기준 사망사고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은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우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요율을 10년 만에 평균 19% 인상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건설공사 발주처로부터 지급받아 안전관리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건설 현장에서 스마트 안전장비 활용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늘어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 및 임대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60%인 자비 부담률을 매년 낮춰 2026년에는 폐지할 예정이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 전 또는 취업 시 직업교육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적어도 한 번은 안전교육을 받도록 한다. 특히 취업자가 가장 많은 F계열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무부가 운영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신설하고, 재외동포청에서 발간할 예정인 ‘국내동포 정착 지원 안내서’에도 기초적인 안전 정보 및 산재보상 안내 등을 수록한다. 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교육기관이 지역 산업단지 등에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제공해 교육 접근성을 높인다. 공단에서 운영하는 체험 교육장(3개소)과 민간 기업의 교육장(200여 개소) 등을 함께 활용한 체험교육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고용허가제 인력(비전문취업 E-9 비자)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전문 교육기관을 통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제도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채용 후 이뤄지는 교육에 화재·폭발 등 사고 발생 시 대피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관련 법령도 개정한다.
교육자료도 더욱 쉽고 친숙한 방식으로 제작해 제공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고 유형, 주요 공정별 안전 수칙 등을 모국어로 번역하거나, 알기 쉬운 그림(O, X) 및 VR 체험 콘텐츠로 제작·배포한다. 아울러 올 11월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해당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전용 앱도 제공한다. 한편 외국어 안전교육 전문 강사 양성을 위해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 제도도 도입한다. 또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를 사내 또는 지역의 ‘외국인 안전 리더’로 지정해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이나 작업 노하우 등을 전수하도록 지원한다.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200개소 우선 점검,
산업안전 대진단 및 위험성평가 인정 사후관리 강화
셋째, 안전관리 역량이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 지원을 더욱 강화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함께 사업장의 위험을 스스로 찾고 개선하는 활동인 위험성평가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먼저 올해 1월부터 실시한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사업장 스스로가 안전관리 수준을 진단하도록 한다. 이후 사업장 점검·감독 시 산업안전 대진단 결과를 확인해 취약 사업장에는 3개월 이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전문기관의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제공한다. 컨설팅이 종료된 후에는 6개월 이내에 재방문해 개선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사후관리 단계도 신설하고 사업주·경영책임자 면담도 의무화한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이 서류 작업 부담 없이 쉽게 온라인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을 개선한다. 컨설팅 품질 제고를 위해 컨설팅 기관 평가 시 지원 사업장 전수 모니터링(유선), 현장 점검 결과를 반영하고, 성과가 미흡한 기관은 2년간 해당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한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을 받은 곳에 산업재해보상 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위험성평가 인정 사업도 개편한다. 해당 제도가 단순히 산업재해보상 보험료 감면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인정 기준을 상향하고, 인정 후 3년 이내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재해보상 보험료 감면액도 환수할 수 있게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최근 3년간 점검·감독을 받지 않은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200개소를 우선 점검할 예정이며, 사업장 점검 시 비상구를 적정하게 설치했는지, 안전보건교육을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을 포함해 안전보건수칙 전반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 안전 수칙인 ‘4대 금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①안전장치 해제 금지, ②모르는 기계 조작 금지, ③보호구 없이 작업 금지, ④가동 중인 기계 정비 금지 등 ‘4대 금지 캠페인’을 업종별 협회·단체, 기업, 지자체 등과 함께 실시할 계획이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누구든 일터에서 위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용부는 이번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시작으로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