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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42%… 지속가능성, 세대 형평성 고려해 연금개혁 추진
박창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 2024년 10월호
매일 885억 원씩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향후 70년의 재정추계를 해보면 기금이 소진된 이후 연금을 지급하는 데 부족한 금액은 2,231조 원이며,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885억 원이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국민연금은 낮은 보험료율과 높은 소득대체율로 설계됐다. 매월 소득의 3%를 납부하고 퇴직 후 생애 평균소득의 70%를 사망 전까지 매달 연금으로 지급토록 한 것이다. 국민 수용성, 당시의 높은 경제성장률, 기금운용수익률 등이 고려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저부담 고급여의 제도설계는 저출생·고령화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상황이 된 것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연금개혁을 주요 과제로 다뤄왔고, 두 차례 실제 개혁이 이뤄졌다. 1998년에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췄고, 60세였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올려 2033년에 65세가 되도록 조정했다. 2007년 이뤄진 2차 개혁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일시에 인하하고 이후 매년 0.5%p씩 낮춰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변경했다. 이들 개혁을 통해 2024년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2%, 수급 개시 연령 63세로 운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과 함께 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교육·노동·의료와 함께 핵심 개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실시한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2018년 실시했던 4차 재정추계 당시보다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4차 추계 당시 2042년에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각각 1~2년 시기가 앞당겨져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계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향후 5년간 추진해 나갈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4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으로 여야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제22대 국회 출범 후 연금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논의의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지속돼 이번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금운용수익률 1%p 높여 재정안정성 강화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

연금개혁 추진계획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첫째,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으로의 재설계다. 우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되, 국민의 수용가능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단계적 인상을 추진한다.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한다. 2007년 개혁의 취지와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40%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제21대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제시된 노후소득보장 강화의 중요성도 감안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금운용수익률을 1%p 높여 재정안정성을 강화한다. 기금운용수익은 보험료 수입과 함께 주요한 재정안정 수단이며, 실제 수익률 1%p 상승은 보험료율 2%p 인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애초 재정추계 때 장기 수익률을 4.5%로 산정했으나,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기준포트폴리오(올해 5월 도입한 새로운 자산배분체계로 기금이 장기적으로 감내해야 할 위험 수준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를 통한 자산배분의 유연화와 투자 다변화로 5.5%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렇게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조정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을 올리면 기금소진 시점이 현재보다 16년 연장돼 2072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많은 나라가 운영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인상하고 있다. 만약 재정위험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될 경우 가입자 수 감소율과 기대여명도 반영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도입되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변경에 따라 매번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 천천히 인상…
가입 인정 기간 늘려 노후소득보장 강화

두 번째 방향은 청년세대 부담 완화와 미래세대 신뢰 확보다. 국민연금은 그간 개혁에 따라 적게 부담하고 많이 받는 세대와 많이 부담하고 적게 받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올해 처음 가입하는 18세의 경우 59세인 가입자와 비교하면 보험료율은 1.64배 높지만 소득대체율은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년세대는 더욱이 기금소진과 연금 수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제도에 대한 신뢰도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적용한다. 납입기간이 많이 남아 있고, 생애 평균 보험료 부담이 높은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이 천천히 인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50대는 연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한다. 또한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도 추진한다. 현재 「국민연금법」에도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국가의 책무가 규정돼 있기는 하나, 더 구체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법에 명문화해 미래 급여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세대의 신뢰를 높이려 한다. 


셋째는 다층연금제도를 통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우선 국민연금제도의 경우 국민들의 실질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현재 출산 크레딧은 둘째아부터, 군복무 크레딧은 6개월 내에서 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출산 크레딧은 첫째아부터 인정하고, 군복무 크레딧은 실제 군복무 기간을 고려해 인정 기간을 확대한다. 보험료 지원대상도 납부재개자로 한정된 것을 저소득 지역 가입자로 확대하고 지원기간을 늘릴 계획이다.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 어르신부터 40만 원으로 우선 인상하고 2027년에는 전체 지원대상 어르신에게 4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감액하는 현재 방식을 개선해 저소득 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한다. 그간 다층연금체계 내에서 기능이 미흡했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도 대폭 개선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중도인출 요건 강화 등을 통해 퇴직금보다는 퇴직연금 수령을 유도한다. 또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 등으로 수익률도 높여나간다. 노후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구축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 가입과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령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수익률 공시 개선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 방안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연금개혁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인다. 보험료를 올려 수입을 늘리거나 연금액을 내려 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 개혁하느냐에 따라 국민 개인마다 유불리가 달라지며 개혁에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연금개혁을 위한 모든 과제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법률 개정 사항이며, 개혁은 법률로 완성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방안을 토대로 국회에서 논의할 시간이 다가왔다. 정부는 앞으로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반드시 연금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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