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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2027년 2월 개 식용 종식 목표로 해당 업계 전·폐업 지원한다
손경문 농림축산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장 2024년 11월호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

서구의 신화에서 시간은 물리적으로 흐르는 객관적 시간(크로노스)과 특정 의미가 부여된 주관적 시간(카이로스)으로 구분된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 1월 9일은 필자에게는 카이로스인 셈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짐작했을 터. 지난 1월 9일은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식용종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다. 

30년 이상 지속된 개 식용 논란···
동물복지 선진국 도약 위해 법 제정


1만4천 년 전 사람과 함께 묻혔던 개의 유해가 발굴되면서 개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인류의 가장 오랜 친구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음에도 국내에서 개 식용 논란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공식적인 연원을 쫓으면 「축산물 위생관리법」 개정으로 개의 도축 및 검사가 정부의 관리영역에서 제외되는 19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 프랑스 배우의 비판으로 논란이 다시 촉발됐으며, 그 불씨가 수십 년 동안 꺼지지 않고 이어지다 2021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출범하면서 종지부를 찍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개고기 먹는 국가로서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2년 개 식용 종식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후 육견단체, 동물보호단체, 소비자단체, 전문가, 정부 위원 등 21명으로 구성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에서 개 식용 종식에 관해 23차례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 2023년 11월 민당정협의회를 통해 발표된 개 식용 종식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개 식용 종식 법제화, 관련 업계 지원방안 마련, 법제화 이후 이행계획 마련 이렇게 세 가지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는 2024년 1월 9일 「개식용종식법」을 통과시켰고 마침내 2024년 2월 6일 공포했다. 법 제정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곧바로 개식용종식추진단을 발족하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등과 개 식용 종식 정책 방향을 구체화했으며 지난 9월 24일 개식용종식위원회에서 기본계획을 심의해 확정·발표했다. 

2027년 개 식용 종식의 완전한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2027년 2월 이후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개의 생산·도살·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둘째, 개 식용 종식을 위해 관련 업계가 전·폐업할 수 있도록 합리적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3대 추진 전략은 ‘조기 종식을 위한 업종별 전·폐업 인센티브 지원’, ‘차질 없는 종식 이행체계 구축’,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며 7대 추진과제 및 18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 식용 업계 5,898개소의 전·폐업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정부는 폐업이행촉진지원금 562억 원, 시설물 감정평가에 따른 잔존가액 지원 372억 원, 철거비 112억 원, 유통 및 식당의 전·폐업 지원에 10억 원 등 2025년에 지방비(50%)를 포함해 약 1,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농장주에게 지원하는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은 조기폐업 유인을 위해 전·폐업 이행 시기가 빠를수록 더 지원하는 차등지원 방식으로 설계했다. 연평균 사육 마릿수를 기준으로 하되 배출시설 면적당 적정 두수(1.2마리/㎡)를 상한으로 폐업 시기에 따라 한 마리당 최대 60만 원부터 최소 22만5천 원을 지원한다. 

농장주와 도축 상인의 경우 감정평가한 시설물의 잔존가액을 지원하는 한편 지자체가 시설물 철거를 대행하며 다른 축종 등으로 전업할 경우 해당 시설 또는 운영 자금을 저리에 융자해 준다.

유통 상인과 식품접객업자 폐업 시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업 소상공인 지원사업과 연계해 점포 철거 또는 원상회복에 소요되는 비용(최대 400만 원)과 재취업 성공수당(최대 190만 원) 등을 지급하고, 취급 메뉴나 식육 종류를 변경해 전업하는 경우에는 간판과 메뉴판 교체 비용(최대 250만 원)을, 창업 시에는 재창업사업화 자금(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한다. 


전·폐업 빠를수록 더 지원,
2027년 2월 이후 개 도살 시 3년 이하의 징역


둘째, 차질 없는 개 식용 종식 이행체계를 구축한다. 개 식용 종식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기폐업 못지않게 개체수 감소 노력도 중요하다. 개는 번식을 통해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6만6천 마리로 파악된 사육 규모의 선제적 감축을 위해서는 농장주가 자발적으로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7년 2월 이후에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는 만큼 농가는 폐업 예정일 1년 전부터 암수 분리, 증식·번식 제한 등을 통해 개체수를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농가의 폐업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농장 단계에서 잔여견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가의 개체수 관리 노력과 정부의 주기적 점검에도 사육 포기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남겨지는 개는 동물보호센터 등을 활용해 관리하되 동물보호단체 등과 협력해 분양을 지원하는 등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업계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자체, 농촌진흥청, 농협 전문가 300여 명으로 컨설팅 지원단을 구성해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전·페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먼저, 개 이외의 축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농가를 대상으로 사육에 필요한 지식, 축사 규모 등을 개략적으로 설명(1차 컨설팅)하고, 축종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지도 및 인허가 사항 등을 지원(2차 컨설팅)한다. 두 차례의 컨설팅 이후 농가가 최종적으로 축종을 선택하고 축사에 입식할 경우 사양관리 등 심화교육을 지원(3차 컨설팅)한다. 지난 10월 10일 기준 총 1,537개 농가 중 전업 희망 농가는 607호다. 그중 420호가 컨설팅을 희망하며 380개 농가가 1차 컨설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항구적 개 식용 종식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7년 이후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한다. 2027년 2월 이후 개 식용 목적의 상업적 유통망이 종식되더라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개 식용 문화가 잔존한다면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개선과 엄정한 법 집행 등 이행력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항구적 개 식용 종식을 달성하기 위해 동물복지 가치 인식 및 식문화 개선에 필요한 캠페인과 홍보를 병행하고 생애주기별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교육을 추진해 개 식용 종식에 관한 대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종식 유예가 종료된 이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간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위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적발될 경우 법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2027년 2월 이후 개 도살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식용목적의 개 사육, 유통, 판매 등의 경우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정부는 입장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국격 제고로 나아가는 관문인 개 식용 종식은 어렵고 험난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방법은 있다. 업계의 참여와 국민의 지혜를 모아간다면 2027년 2월 또 하나의 카이로스가 탄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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