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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국내 벤처투자시장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시켜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이권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장 2024년 11월호
선진 벤처투자시장 도약 방안

최근 오픈AI, 스페이스X 등 비상장 딥테크 기업이 혁신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수는 상장 기업 수의 3%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4년 72% 수준으로 급증했다. 본래 유니콘 기업이란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은 ‘상상 속 동물처럼 희소하다’는 의미로 2013년 등장한 개념이나, 이제는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혁신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딥테크 기업은 매출 성장단계를 뛰어넘어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생존 가능하므로 벤처투자의 중요성이 보다 확대됐다. 이에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은 딥테크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벤처투자시장 육성에 정책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국경이 무의미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전 세계의 풍부한 유동성을 자국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투자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유동성 유치 위해 K-VCC 싱가포르에 첫 설립···
규제 완화해 벤처투자 주체 확대


그간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2005년 모태펀드 출범, 2020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정부의 노력과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의 도전에 힘입어 최근 15년간(2008~2023년) 연평균 16% 성장해 같은 기간 전 세계 벤처투자시장 성장률 13%를 크게 상회했다. 이렇게 조성된 벤처펀드는 고위험 투자라는 인식과 달리 연평균 9%의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는 같은 기간 국고채 수익률의 약 2배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유치 실적이 전체 신규 벤처투자액의 2% 수준에 불과하고 정부 모태펀드 등 소수 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조성되고 있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과제다. 우리나라도 벤처·스타트업이 국내외 벤처투자를 원활하게 유치해 성장하고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도록 벤처투자 생태계의 글로벌화 등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선진 벤처투자시장 도약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4가지 전략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 투자유치다. 해외의 풍부한 유동성을 국내 벤처투자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글로벌 투자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첫 번째로 설립한다. VCC(Variable Capital Company, 가변자본기업)는 싱가포르 통화청에서 인가하는 전환형 펀드 제도로, 유연한 운용이 가능하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유치에 강점이 있는 제도다. 그러나 국내 벤처캐피털이 이를 위한 인가를 직접 획득하기에는 비용 및 시간 측면의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K-VCC를 설립해 국내 벤처캐피털이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펀드를 설립하고 글로벌 투자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싱가포르에 2억 달러 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이후 중동, 미국 델라웨어주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 추가 설립을 검토할 계획이다. 글로벌 펀드도 매년 1조 원 추가 조성해 2027년까지 15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해외 유수 벤처캐피털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전 세계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을 초청하는 글로벌 벤처투자 협력행사도 확대해 나간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글로벌 벤처투자 통합신고센터’를 개소해 투자 과정에서의 외국환거래 편의성을 제고하고, 관계부처 합동 매뉴얼도 제작해 국내 벤처투자에 수반되는 행정절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두 번째 전략은 국내 벤처투자시장 참여 주체를 확충하는 것이다. 은행이 보다 과감하게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정책 목적의 벤처펀드에 위험가중치 특례를 적용하고 금융권의 벤처펀드 참여 확대에 대한 인센티브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8개 대기업과 함께 내놓은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까지 집행하는 경우 모태펀드가 매칭 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를 신설한다. 지난 6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대기업·공기업 등의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한 벤처투자 참여가 허용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상생협력 모펀드’도 조성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에 대한 외부자금 모집 및 해외투자 규제 완화 또한 지속 추진한다. 벤처투자 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LP 첫걸음 펀드’를 신설하고, 모태펀드가 우선손실충당, 풋옵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벤처투자시장의 신규 참여 주체를 확대해 나간다. 그간 업계에서 지속 건의해 온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와 관련해 연금 가입 기업 및 연금사업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수요 확인 등 논의를 시작한다.


비수도권 전용 펀드 신설해 지역 벤처투자 활성화,
수익률 공표 정례화 등 벤처투자시장의 신뢰 제고


세 번째 전략으로 벤처투자시장의 균형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비수도권 전용 벤처펀드를 2027년까지 1조 원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에 신설하는 ‘지방시대’ 분야로 조성되며, 우선손실충당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지역 거점기업, 지방은행 등의 지역 벤처투자 참여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지자체 간 ‘지역 벤처투자 협의회’를 신설하고 모태펀드 자펀드 전반의 지역 투자 인센티브도 강화하는 등 지역 벤처투자 활성화를 총력 지원한다. 아울러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안정적으로 투자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모태펀드의 창업 초기 분야 출자 확대를 추진하고, 창업기획자가 보육부터 투자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자회사 설립 방식의 투자(컴퍼니 빌딩) 허용범위를 확대한다. 글로벌 세컨더리 펀드를 2025년 1억 달러 규모로 조성하고 M&A와 세컨더리 분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기업승계 M&A 펀드’를 신설하는 등 중간 회수시장도 보강한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균형성장 및 모태펀드의 시장 보완 기능 강화를 위한 모태펀드 존속기한 영구화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수준의 벤처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벤처투자 회사의 투자 자율성과 관련된 규제를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한편, 선진 벤처투자시장에서 보편화된 투자·관리 업무의 분업화도 허용해 펀드 운용 전문성을 높인다. 투자자 사전동의권이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도록 표준 투자계약서를 개정하는 등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계약 제도를 확산하고, 벤처투자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 우수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대학생 벤처투자 경진대회 및 벤처캐피털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도 추진한다. 벤처투자 회사에 대한 성과평가 실시, 벤처투자 조합의 수익률 공표 정례화 등을 통해 벤처투자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벤처투자 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선제적 구조조정 시스템 구축도 추진해 벤처투자시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여나간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2027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 원으로 성장시키고, 글로벌 투자유치 규모도 2023년 2천억 원에서 2027년 1조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을 최초로 측정하고 목표 지표로 구체화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정부는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당당히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역동적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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