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지식이 부족한 현장 인력도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개발 시스템 제공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 상호 인정을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유리한 환경 조성할 계획
최근 산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AI의 활용이다. 많은 민간 기업이 AI 학습을 위한 초거대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고성능 AI 컴퓨터를 보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챗GPT와 같은 AI는 민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지만,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산업 데이터는 이러한 민간 플랫폼에서 쉽게 활용할 수 없다. 이는 산업 데이터가 기업이나 개별 장비 단위에서 생성돼 외부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 데이터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1월 제정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통해 산업 데이터를 정의하고, 이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규정을 명확히 했다. 산업 데이터는 산업 활동 중 생성되거나 활용되는 모든 종류의 정보로,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현장의 센서 데이터를 통해 수집되는 기계 운용 데이터, 품질 검사 데이터, 물류 시스템에서의 화물 운송 데이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업 데이터 연계 필수지만
대다수 기업은 데이터 가공에 어려움 겪어
그렇다면 왜 지금 산업 데이터의 활용이 그토록 중요해졌을까? 기존의 산업 디지털 전환은 자동화와 스마트 공장화를 통해 산업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 산업계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AX)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산업계는 생산 혁신, 품질 관리, 예지 보전(predictive maintenance)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율 제조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산업 데이터의 가치와 이를 활용한 연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또한 공급망 단위에서의 탄소배출량 보고와 제품정보 제출 등의 글로벌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기업 단위 대응에서 벗어나 공급망 차원에서의 산업 데이터 연계와 보고가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산업 데이터 연계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 간 및 산업 간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기반으로 산업 데이터 연계 플랫폼을 발전시켜 왔으며, 자동차 공급망 플랫폼 ‘Catena-X’와 제조업 전반의 ‘Manufacturing-X’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도 소사이어티 5.0을 토대로 ‘우라노스 에코시스템(Ouranos Ecosystem)’을 출범시켜 산업 데이터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데이터 연계와 기업 간 협력을 주요 유즈케이스(use case)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78%가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산업 도메인에 특화된 IT 기술 역량 부족과 데이터 전처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AI가 잘 학습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정제와 가공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산업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가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70~80%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에서의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 데이터 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 AX의 기반인 산업 데이터를 기업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산업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와 산업 간 데이터 연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 전처리 자동화 시스템 지원···
산업 간 데이터 연계 위한 제도 보완
먼저, 기업의 산업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해 AI 활용을 촉진한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 수집 및 가공에서 기술적 한계와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기업이 보유한 원데이터를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하는 전처리 작업은 복잡하고 시간 소모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데이터 전처리 자동화 시스템을 지원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IT 전문지식이 부족한 현장 인력도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개발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기업 간 데이터 연계를 지원한다. EU의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품의 생산·유통·재활용 등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유)과 같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내 기업 간 데이터 협업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적극적으로 산업 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공통된 규칙에서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에 기업의 원데이터가 플랫폼에 저장되지 않아 기업들이 보안 유출 우려 없이 자사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분산형 데이터 스페이스 방식의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고, 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 상호 인정을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조치로 한독 산업 데이터 플랫폼 협력 포럼이 지난 10월 14일 개최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 기업들이 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절차와 원칙을 마련하고, 데이터 연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해 제도적 보완 작업도 진행한다.
정부의 산업 데이터 활용 촉진 방안을 통해 산업계는 AI 활용의 장벽을 낮추고, 기업 간 산업 데이터 연계로 산업 혁신과 글로벌 규제 대응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