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출자를 바탕으로 지난해보다 30bp 이상 낮은 최저 2%대 금리로
약 4조3천억 원의 자금 공급해 반도체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 지원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다. AI 등 기술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비슷했던 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요국 간의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나타나면서 경제안보 관점에서도 반도체산업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26일과 11월 27일에 두 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경쟁에 맞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기한 3년 연장 및 범위
확대, 투자 증가분 추가공제율 4→10%
먼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당기분의 투자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를 세액공제하고, 과거 3년 평균보다 증가한 부분에는 올해부터 추가 10%(기존 4%)를 공제한다. 연구개발(R&D) 투자는 투자액의 30~50%를 공제한다. 2024년 말 일몰이 도래했던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기한은 2027년 말까지로 3년 연장했다. 1월에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적용범위에 SW 대여·구입비, 연구·시험용 시설의 임차료·이용료 등을 추가한다.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 모두를 수행하는 인력의 인건비도 지금까지는 일반 R&D 공제율만 적용했으나, 실제 연구시간으로 안분해 국가전략기술 연구시간만큼은 국가전략기술 R&D 공제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 업계 건의가 많았던 R&D 시설투자에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고, 반도체기업에 한해 투자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러한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
투자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2027년까지 정부가 산업은행에 최대 2조 원을 출자해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대출 프로그램을 우선 개시해 12월까지 약 8,300억 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올해는 정부 출자를 바탕으로 지난해보다 30bp 이상 낮은, 최저 2%대의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약 4조3천억 원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6개 정책금융기관의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을 포함해 2025년 총 14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반도체산업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팹리스 및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 규모도 현행 3천억 원에서 1조1천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올해 1,2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신설하고, 2027년까지 총 8천억 원 규모의 생태계 펀드를 차질 없이 조성할 계획이다.
용인·평택 메가클러스터 전력·용수 공급망 확충…
산단 인프라 조성에 공공 비용 분담↑
최근 기업 간 경쟁이 클러스터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어 경쟁력 있는 메가클러스터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수도권에 클러스터 입지를 제공했다(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은 R&D, 인력 공급, 산업 간 연계 등의 측면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속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지난 11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 공급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반시설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관계기관들이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전력 공급 계획과 비용 분담 방안을 마련했다. 호남과 동해안으로부터 전력을 수송하는 공용망 송전선로는 한국전력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 구축하고, 공용망에서 클러스터까지의 송전선로 및 산단 내 변전소는 공공과 기업이 분담해 건설한다. 그 외 전력 공급 비용은 국가산단(1단계), 일반산단(1·2단계)의 총사업비 2조4천억 원 중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이 약 30%인 7천억 원, 민간기업이 약 70%인 1조7천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업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약 1조8천억 원 중 기업 부담분을 정부가 적극 분담하는 방안을 연중 구체화할 예정이다.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용수를 공급하는 통합 복선관로 구축 사업도 지난 10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비용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총 2조2천억 원 중 1조5천억 원(70%)을 부담할 계획이다. 통합 복선관로 구축을 통해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각각 용수시설을 구축하는 데 비해 약 3,300억 원을 절감하고, 관로 사고 등 비상시에도 차질 없이 용수를 공급하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2025~2031년 국가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을 서편으로 이설하고 기존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8,843억 원)도 지난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비로 추진한다.
반도체 분야 재정지원도 2025~2027년 3년간 5조 원 수준으로 크게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올해 반도체 분야에는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한 1조7천억 원의 재정이 투입될 계획이다. 반도체산업 금융지원을 위한 정부 출자와 함께 첨단패키징 기술개발, K클라우드 기술개발 등 다양한 R&D 지원도 추진한다. 한-네덜란드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팹리스기업 첨단장비 공동이용도 사업화해 적극 지원한다.
기술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후발국의 추격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 환경 변화로 반도체산업 지형 개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국회, 정부가 함께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투자 단계별로 밀착 관리하고 현장 애로를 해소함으로써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하고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 속에서도 계속해서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속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