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첨단 GPU 8천 장 규모의 슈퍼컴퓨터 6호기를 가동해 대형 국가 과학 연구 지원하고,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지원 강화함으로써 민간의 AI 컴퓨팅 투자 촉진
빅테크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라마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며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및 디지털 디바이스 제조 역량, ICT 인프라, 과학기술 연구 수준 등의 측면에서 AI를 선도할 수 있는 조건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AI 강국 대한민국,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최근 정부는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열고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성능 AI 모델 확보는 국가 경제안보에 매우 중요···
AI 정예팀의 세계 최고 수준 LLM 개발 집중 지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한 답변을 해주고 코딩, 글쓰기, 이미지 및 동영상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AI를 개발·학습·실행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팅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에 총 5천억 달러(약 73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EU도 ‘AI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포함한 총 2천억 유로(3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요국은 AI 연구개발(R&D)을 위한 컴퓨터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성능 AI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다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이번 정책은 산학연의 시급한 AI 컴퓨팅 인프라 수요를 맞추고, 이를 AI 모델 개발, 인재 양성, 분야별 융합 프로젝트로 연결해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정부는 민간의 AI 컴퓨팅 수요에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먼저 광주에 위치한 국가AI데이터센터와 민간 클라우드 기업을 통해 기업·연구소의 시급한 수요를 지원한다. 올해까지 첨단 GPU 1만 장,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8천 장을 확보하는 한편, 민관합작 특수목적회사(SPC)를 조속히 설립해 2조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한다. 또 2026년부터 첨단 GPU 8천 장 규모의 슈퍼컴퓨터 6호기를 가동해 대형 국가 과학 연구를 지원한다.
AI 컴퓨팅 인프라를 정부의 재정 투입만으로 확충하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의 AI 컴퓨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AI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클라우드 이용료에도 R&D 세액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계통영향평가 우대를 검토하고, 미래 AI 전력수요를 반영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한다. 또한 항만배후단지, 공항구역 등으로 AI 데이터센터 입지를 다변화하고 현재 적용되고 있는 승강기·미술품 설치 등 데이터센터 시설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다.
둘째, AI의 범용성이 확대되고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국가전략자산으로서 고성능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수의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하고 데이터 및 GPU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월드 베스트 LLM(WBL)’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더불어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글로벌 AI 챌린지를 개최해 AI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입상자들이 AI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현재의 LLM을 넘어서는 차세대 AI 원천기술 확보에도 주력한다.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개발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제조·바이오·금융 등 산업 특화형 에이전틱 AI(Agentic AI;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가운데 특정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 기술 확보에 힘쓴다.
정규교과 탈피한 혁신 교육에 2,246억 원 지원하고
산업 분야별 AI 모델 개발·실증해 대전환 촉진
셋째, 국내 AI 기술·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AI 전문인재를 양성한다. 신진 연구자가 프로젝트 리더로서 창의적 AI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과제당 연 20억 원 규모로 최대 6년까지 집중 지원한다. 한편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가 공동 소장으로 참여하고 한미 국제공동연구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과 유사한 공동 연구랩을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국으로 확대한다. 또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AI 융합형 고급인재 육성을 위해 산학 협력형 AX(AI Transformation) 대학원을 설립하고, 정규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교재·수업 없이 혁신 교육을 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올해부터 2030년까지 2,246억 원 규모로 확충한다. 각 산업 영역에 AI 활용을 확산하기 위해 기업 사내 대학원의 AI 석박사 과정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올해 전국 58개 SW중심대학을 AI 인재 양성 거점으로 전면 개편해 전교생 대상 AI 기초·활용 교육을 의무화하고 다른 전공 분야 학생을 대상으로 AI 융합 실습 교육을 확대한다.
넷째, 부처가 협력해 각 분야에 우리의 특화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를 접목, 우수한 국산 AI 모델의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산업 분야별 AI 대전환을 촉진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맞춤형 치료 및 건강관리, 상담서비스를 확산하고, 미디어 분야는 창작 활동 보조 및 영상 편집 AI 서비스를 개발·실증한다. 교육 분야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고, 법률 분야는 국민에게 법률정보를 제공하고 법원 재판을 지원하는 AI 모델을 개발·실증한다. 학술 분야는 논문 요약 및 연구 동향 분석 등을 보조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재난·안전 분야에서는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CCTV 관제 시스템과 제조 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개발·실증한다. 이러한 분야별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AI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난 1월 EU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AI 기본법」이 공포되면서 정부의 AI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정 위원회로서 위상을 강화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