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1999년부터 지역개발정책위원회(RDPC; Regional Development Policy Committee)를 통해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주민들의 생활 수준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회원국 간 지역발전 정책을 공유하고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RDPC 산하 농촌정책작업반 회의에 참여해 농촌서비스 강화를 위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emand Responsive Transit) 도입 사례를 공유하는 등 삶의 질 제고 성과를 해외에도 확산하고 있다.
농어촌 인구 2010년부터 상승세로 전환···
주민 주도로 삶의 질 높인 홍성군 사례 주목할 만
한국은 도시와 농어촌 간 삶의 질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년간 총 4차례의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했다. 그 결과 1970년 이후 지속 감소하던 농어촌 인구는 2010년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현재는 전체 인구의 18.5%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농 간 정주 만족도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42%인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사례는 주의 깊게 들여다볼 만하다. 전국 최초 면 단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670여 명의 조합원이 운영하는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의 고령화와 맞물린 열악한 의료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동네의원’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강좌 개최 및 질환 관리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 소재지 내 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어르신학교를 운영하고 마을택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좋은 사례로, 고령화로 사회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어촌에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어촌은 인구 감소와 함께 청년층의 도시 쏠림 및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이고 인구 과소지역에 소매점, 병의원, 식당 등 공공·생활 서비스가 부족한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지난 3월 21개 부처·청이 모여 ‘제5차(2025~2029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농어촌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3대 전략인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농어촌 주거여건 개선 및 생활인구 확대, 공공·생활 서비스 사각지대 최소화에 기반한 180개 세부 과제를 추진함으로써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
우선, 농어업·농어촌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지자체가 육성하고자 하는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농촌특화지구 내 입지 규제를 개선하고 소멸 위험이 있는 농촌지역을 혁신 거점으로 바꾸는 제도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학계·연구계 및 전후방산업 업체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농산업혁신벨트를 구축하고 해안지역 특성에 맞는 바다생활권도 조성할 예정이다. K미식벨트, 동서트레일 등을 연계한 K농산어촌 관광벨트를 확대하고 세계 중요 농어업 유산을 관광자원화하는 ‘(가칭)K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자연 휴양림, K관광섬, K마리나루트 등 관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며 여행사와 주민이 협업해 농촌 테마관광 상품을 개발·운영하는 농촌 크리에이투어(creatour)도 지원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가치를 높여 사업화하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농어촌 혁신을 이끌 푸드테크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등에 인턴십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청년들이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초기 정착자금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해 생활인구 확대하고
지방의료원 신축·증축 등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둘째, 농어촌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생활인구를 확대한다. 농촌을 재구조화하는 중장기 농촌공간계획을 시군에서 수립하도록 하고 마을 인근 난개발 시설을 이전·철거하는 등 공간재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빈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농어촌 빈집 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고 노후 주택 정비 등 기존 주거 인프라도 개선할 예정이다. 인구 감소 지역에 맞춤형으로 주거를 마련하는 지역활력타운과 청년 보금자리 조성을 확대하고 주거·일자리 등을 통합 지원하는 청년 바다마을을 조성한다. 또한 주거비용 중 난방비 경감을 위해 LPG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연륙 도서지역 해상운송비도 지원한다.
생활인구·관계인구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를 신규로 조성하고, 농어촌 원격근무(워케이션)가 활성화되도록 인프라 및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빈집을 생활인구 유입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민간 플랫폼과 연계해 거래를 활성화해 나간다.
셋째, 공공·생활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농어촌의 보건·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농촌 왕진버스 운영을 확대하고 비대면 섬 닥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재택의료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찾아가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방의료원을 신축·증축하고, 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한 취약지역에 의료기관 설치·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 의료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농어업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지원을 확대하고 농번기 주말 돌봄서비스, 찾아가는 돌봄교실 등을 확대하는 한편, 2026년 3월에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맞춰 의료·요양 통합돌봄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노인 돌봄도 강화할 예정이다. 농어촌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방과후 과정과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를 전국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아울러 찾아가는 도서관·박물관, 구석구석 문화배달 등으로 농어촌 주민의 문화생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판매·배달해 주는 ‘가가호호 이동장터’를 확대하고 반찬 배달, 이동식 빨래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생활서비스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나간다. 대중교통 부족 지역에 노선형·수요응답형 등 맞춤형 교통모델을 지원하고, 섬-육지 간 접근성 향상을 위해 운항 결손금 및 내항여객선 운임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지자체와 농어촌 주민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활기찬 농어촌을 만들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