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경제정책해설
은행대리업 도입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 높인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2025년 05월호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우리 금융생활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변화했다. 이제는 은행 앱에서 터치 몇 번이면 고이율의 특판 적금에 가입할 수 있고 저리의 신용대출도 10분이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은행서비스가 영업점 없이 고객 수요 대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만큼 골목마다 즐비하던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최근 8년간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별로 은행 영업점은 많게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15~2023년 영국은 1만745개에서 5,100개로, 호주는 5,480개에서 3,588개로 줄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 나아가 디지털 소외계층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일상 생활에서의 디지털 기술 및 스마트 기기 이용 수준은 여전히 세대·연령에 따라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우리 국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5.3%에 달하고 고령층도 카카오톡에 익숙해진 상황이지만, 금융서비스는 또 다른 이야기다. 금융거래와 상품은 내용도 복잡하고 소비자가 손익과 사고 우려에 민감하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스마트폰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은행 앱만 믿고 거래하다 자칫 소중한 예금을 잃지는 않을지, 남들보다 높은 대출이자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보이스피싱으로 억대 피해를 본 고령 소비자에 대한 기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이고 은행 앱에서 보내는 각종 인증 문자도 왠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은행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직원과 대면 금융거래를 하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금융의 접목에서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을 앞세우는 쪽에서는 핀테크 기술과 간편결제서비스 등을 이용한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령층 등의 금융생활 소외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2023년 영국 컨설팅 기관 NPC에 따르면, 디지털 소외와 금융 소외는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경제적 빈곤을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대리업자가 예금·대출 등 대면 업무 수행하되
심사·승인 같은 업무는 은행이 계속 직접 수행


은행의 영업점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서도 대면거래를 원하는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업점이 아닌 곳에서도 최대한 많은 금융서비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하고 은행권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및 편의점 입출금서비스 활성화를 포함한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은행대리업 도입으로 은행 고유업무인 예금, 대출, 환(송금, 이체 등) 업무를 제3자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은행대리업자는 고객 상담이나 거래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일선 현장에서 이뤄지는 대고객 접점 업무를 은행 대신 수행한다. 다만 예금·대출과 관련한 심사·승인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는 은행이 계속해서 직접 수행하게 된다. 소비자는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은행대리점을 방문해 대면으로 은행 예금에 가입하거나 계좌이체 등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은 직영 영업점에서 소요되는 인건비 등 다양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은행대리업은 인가제로 운영 중인 은행의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진입할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은행 또는 은행이 최대주주인 법인, 그리고 지역별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예금 등 업무를 수행 중인 우체국, 상호금융, 저축은행에 한해 은행대리업 영위가 허용될 예정이다. 기존에 다양한 은행을 이용 중이던 소비자의 편익을 효율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은행대리업자가 복수의 은행을 대리하는 것도 허용된다. 다만 소비자의 대면거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만큼 은행대리업자는 대면으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은행대리업의 도입으로 소비자의 대면거래 접근성과 함께 다양한 은행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비교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대리업자를 통해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 중이던 은행 외에도 다양한 예금·대출상품을 비교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대리업자는 일종의 ‘오프라인 비교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을 연내 추진하고, 제도 도입 효과와 보완사항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법 개정 등이 완료되기 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은행대리업 시범운영을 실시한다. 시범운영 시에는 은행 등 여수신 취급 금융회사와 함께 전국 2,500여 개의 영업점이 있고 그간 은행의 입금·지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경험을 보유한 우체국 등의 진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관공서 등으로 은행권 공동 ATM 설치 확대

한편 예금, 대출 등의 은행 업무 외에도 현금 입출금 등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현금거래 역시 ATM이 없는 일부 지역의 경우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처럼 간단한 현금거래의 이용 편의를 높이고자 은행권 공동 ATM 및 편의점 입출금서비스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먼저 그간 제휴를 맺은 4개 주요 은행(신한·우리·하나·국민)이 금융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운영해 온 은행권 공동 ATM과 관련해 더 많은 은행의 참여를 유도하고 설치 지역을 확대한다. 공동운영과 관련된 경비를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비용으로 인정하는 등 참여 유인을 제공하고 기존에 지역 전통시장으로 한정돼 있던 설치 지역을 관공서나 주민편의시설(행정복지센터, 문화센터, 노인복지관 등) 또는 지역 대형 마트로까지 확대한다. 

또한 그간 편의점 등에서 실시해 온 실물카드나 현금을 통한 소액출금(캐시백, 2017년 10월~), 거스름돈 입금서비스(2020년 9월~)의 이용편의를 개선하고 활성화를 유도한다. 해당 서비스는 도입 이후에도 물품 구매 없이는 출금이 불가하고 현금카드 기능이 포함된 실물 체크카드 등으로 이용 수단이 제한되는 등 이용상의 제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결제(물품 구매) 없는 출금을 허용하고 입출금 한도를 상향하는 한편, 모바일현금카드[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및 은행권을 중심으로 기존 플라스틱 현금카드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해 은행서비스(ATM 입출금 등) 등을 제공 중(2020년 6월~)]와도 연계해 언제든 간편하게 현금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우리 금융생활을 편리하게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은행 등의 영업점이 서서히 감소해 대면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는 비수도권과 지방, 격오지 주민과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 보다 포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적응 속도의 차이가 금융생활 수준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금융포용성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대면 방식의 금융거래 수단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