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첫 번째로 편성한 2026년 국가연구개발(R&D)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19.3% 늘어난 수준으로, R&D 예산 삭감 이전인 2023년의 31조1천억 원을 크게 웃돈다. 이 중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친 주요 R&D 예산은 올해 대비 21.4% 증가한 30조1천억 원이다. 이번 예산안은 올해 말 국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예산안에는 규모 회복을 넘어 무너진 연구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속 가능한 ‘진짜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기술 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이 이번 예산안의 핵심 축이다. AI, 에너지, 전략기술 등 핵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동시에 연구 현장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과학기술 혁신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 트랙 접근법이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언제나 기술이었다. 최근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둔화하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AI, 에너지, 전략기술, 방위산업, 중소벤처 등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해 생산성 혁신과 미래 전략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AI에 올해 두 배가 넘는 2조3천억 원 투입···
양자컴 등 초격차 전략기술 개발에 8조5천억 원 투자
첫째, AI 분야에 올해의 두 배가 넘는 2조3천억 원을 투입해 2030년 AI 3대 강국 도약과 AI를 통한 경제·사회 대전환을 이끈다. 범용인공지능(AGI), 피지컬 AI 등 미래 AI 판도를 바꿀 기술 선점을 통한 독자적 AI 역량 강화가 핵심 목표다. 고성능 AI 인프라를 확충·연결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산업·공공 모든 분야에 AI를 융합해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AI 기본사회’가 되도록 지원해 나간다.
둘째,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현재 효율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효율 태양전지, 초대형 풍력시스템 개발 등을 지원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변동성을 보완하고 지역 단위 에너지 자립을 위한 지능형·분산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현해 나간다. 이와 함께 청정수소, 소형모듈원자로,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후 적응·순환 기술 등도 속도감 있게 개발할 계획이다.
셋째, 초격차 전략기술 개발에 8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 양자컴퓨팅, 합성생물학과 같이 새로운 파급력을 가져올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AI 반도체, 양자내성암호 등의 기술도 내재화해 나간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등 단기간 내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는 조기 실증을 지원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인다.
넷째, 방위산업은 단순한 안보 차원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K-9 자주포, 천궁-Ⅱ 미사일 등 큰 수출 성과를 거둔 무기체계를 고도화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한다. AI, 양자 등 첨단기술도 국방에 신속하게 적용함으로써 미래 전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다족보행로봇, 수소동력 등 민간의 앞선 기술을 국방 분야에 도입·적용할 계획이다.
다섯째, 중소벤처 혁신에 대한 투자는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전환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거나 시장성이 검증된 기업을 확실하게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이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창업 이후 성장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도 함께 제공한다. 혁신조달과 구매 연계를 통한 기업의 초기 실적 확보도 적극 지원한다.
최소 연구기간 늘려 연구자의 단기 성과 압박 덜고
지역 특화산업 연계한 대규모 AX R&D로 지역혁신
기술 주도 성장은 활발한 연구생태계 기반 위에서 지속 가능하다. 연구생태계의 발전·확장을 위해 기초과학, 인재 양성·유치, 출연연, 지역혁신, 재난·안전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
첫째, 그간 위축됐던 연구생태계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개인 기초연구과제 수를 2023년보다 많은 1만5천 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소규모 기본연구 대상 신규과제 지원도 다시 시작한다. 최소 연구기간을 늘려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첨단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한다. AI, 바이오 등 첨단 분야는 교육부터 취업까지 전 주기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연봉, 연구비, 체재비 등을 포함하는 파격적인 패키지를 지원해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한다.
셋째, 출연연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인건비 충당을 위해 소규모 과제를 다수 수주하는 구조를 바꿔 국가 임무 중심 연구에 집중하도록 대형 ‘전략연구사업’을 신설한다. 또한 최우수 연구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연구자가 자부심을 갖고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도 함께 개선해 나간다.
넷째, 지역균형 성장을 위해 권역별 자율 R&D 추진을 지원한다. 지역 스스로 과제를 발굴·기획·운영하도록 권역별 예산을 배분해 지역이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한다. 아울러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대규모 AI 전환(AX) R&D를 통해 AI 기반의 지역혁신도 촉진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AI·드론 등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해 재난의 감시·예방부터 대응·복구까지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증가하고 있는 복합 재난 대응을 위한 범부처 협업을 강화하고, 각종 사회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리빙랩 등 현장 실증과 구매조달 연계 등을 통해 연구성과물의 현장 활용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35조3천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R&D 예산은 회복을 넘어 연구생태계의 확장·발전과 국가적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정부는 이런 과감한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부처 간 역할 조정으로 유사·중복을 줄이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도 극대화한다. 예산 편성 이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산하 기계·소재, 우주·항공·국토, 에너지·원자력·자원 등 기술 분야별 전문위원회 소속 민간 전문가와 함께 사업기획과 추진방안 등을 집중 점검해 R&D 투자가 성과 창출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과감한 투자와 꼼꼼한 점검으로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고, 진짜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