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등 자율주행 선도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서비스가 현실 단계로 진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대거 운영되며 도심 주행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는 등 미국은 민간 주도, 중국은 국가 주도로 대규모 투자와 실증을 진행하며 성장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자율주행 업계는 인력과 자본력이 부족하다. 수천 대의 자율주행차 실증으로 기술 안전성을 검증하고 실증데이터를 확보하는 미중과 달리 우리는 전국에서 일부 노선·구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132대의 소규모 실증에 그치고 있어 기술격차가 더욱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우리 자율주행산업이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더욱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증·기술개발·제도·인프라 혁신을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1월 26일 ‘자율주행차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내 자율주행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질적 실행 전략으로, 실증 확대부터 제도개선,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까지 산업 전 주기를 균형 있게 담아낸 종합 계획이다.
도시 단위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하고
대기업·스타트업 등 ‘K자율주행’ 상생협력 모델 구축
우선, 이번 대책의 핵심 과제로서 기업들이 대량의 주행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기반을 본격 구축한다. 기존에는 노선형으로 지정된 시범운행지구의 도로 일부 구간에서 소수의 자율주행차량을 활용하는 제한적 실증에 그쳤는데, 2026년부터는 도시 전체가 실증구역이 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가 조성된다. 자율주행 실증도시에는 100대 이상 규모의 자율주행차량이 투입돼 상시 주행할 예정이며 이때 확보되는 대량의 주행데이터는 기술 고도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실증도시 조성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운영·유지관리, 주행 안전성 확보를 위한 관제체계 등 기업들이 온전히 실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 운영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더불어 차량 제작 등의 과정에서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자동차 분야 대기업,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스타트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K자율주행’ 협력 모델을 구축해 우리나라 자율주행이 나아가야 할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자율주행 분야 규제 합리화도 포함됐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 개선을 위한 AI 학습에는 다양한 데이터가 활용된다. 그중 자동차 주행 과정에서 습득되는 사람의 얼굴 정보 등으로 보행자 이동경로 및 행동패턴 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자율주행차의 주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원본 상태의 데이터 이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간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로 원본 영상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업계 기술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원본 영상데이터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기업들이 보다 폭넓고 질 좋은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개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연구개발(R&D) 속도와 자율주행차의 주행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업계에서 운전자 없이도 시스템이 모든 주행을 책임지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실증이 증가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해 기술발전에 발맞춘 제도개선도 병행한다. 그간 운전자가 탑승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실증이 대부분이었는데, 현행 제도상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스쿨존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 내에서는 운전자의 수동운전만 가능했다. 그 결과 업계에서는 실증 노선 제한 및 다양한 복합상황 학습 제약으로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안전조치를 전제로 교통약자 보호구역 내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무인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다.
자율주행서비스 단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 자율주행차 R&D 업체만 허가를 받고 있던 현행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허가 대상을 확대한다. 운수사업자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다양한 운수사업 모델이 개발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또한 기존에는 국토교통부 장관만이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할 수 있어 지자체 또는 업계가 여객운송 노선 등을 추가·확장하고자 할 경우 시범운행지구 추가 지정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등 여객운송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이에 시범운행지구 지정 주체를 시도지사까지 확대해 여객운송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서비스가 신속히 도입돼 국민이 체감하는 자율주행서비스가 조기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흐름에 맞춰
자율주행 AI 학습센터 등 자율주행 특화 인프라 구축
최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직접 규칙을 개발하는 규칙 기반(rule base)에서 AI 기반(E2E; End to End) 방식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가 학습할 실제 주행테스트 데이터와 AI를 훈련시킬 고성능 서버를 얼마나 많이 축적하고 있는지가 기술 수준을 결정하게 됐다. 미국이 대형 IT 기업 주도, 중국이 국가 주도로 대규모 AI 서버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AI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해 미중과의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2일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에서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국내 기업을 하루빨리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자원 집중을 통한 AI 인프라 확보와 국내 기업의 R&D 활동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율주행 AI 학습센터’를 구축해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필수 요소인 핵심 인프라를 공공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 우선, 자율주행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 등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해 업계가 주행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훈련시킬 수 있도록 한다. 합성데이터 등을 활용한 가상환경 시뮬레이터를 구축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등을 지속 검증할 수 있도록 E2E 기술개발을 전격 지원한다.
또한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개방형 학습 플랫폼을 조성한다.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해 업계가 자율주행 시스템 고도화 및 기술개발을 위해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진입장벽도 대폭 낮춘다.
이번 자율주행차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은 단편적 지원을 넘어, 우리 자율주행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구조적으로 정비하는 전략이다. 실증 확장과 규제 혁신,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며, 우리 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 또한 크게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대책을 차질 없이 실행해 자율주행 상용화의 속도를 앞당기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자율주행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며, 더 포용적인 이동 환경을 열어줄 미래 기술이다. 대한민국이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여정에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