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로 선언했다. 우리나라 역시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기반해 아동의 생존권·발달권·보호권·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범정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동복지법」에 따라 2015년부터 범정부 아동정책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해 왔으며, 2015년 제1차, 2020년 제2차 기본계획에 이어 2025년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 8세 → 13세 미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자살 고위험 아동에 대한 발굴·지원도 늘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아동을 둘러싼 전반적인 생활수준도 개선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나홀로아동 등 돌봄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며, 아동의 정신건강 위기와 같은 새로운 위험 요인도 증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과도한 학업 경쟁 등으로 수면장애·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 비만과 자살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교육 증가 등으로 아동들이 놀이와 휴식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유기 등으로 부모와 분리돼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보호대상아동은 감소하고 있으나, 그중 ADHD, 경계선 지능 등 맞춤형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증가 추세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나 재학대 사례 역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으며, 아동이 정책 결정 과정에 스스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 아동 관련 예산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OECD 평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향후 5년간 아동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했다. 각계 전문가, 아동단체, 아동 당사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본사회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발달 단계별로 돌봄·교육·의료·여가 등 아동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고, 가정형 보호 원칙 아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권리주체로서 아동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아동 존중 사회 구현을 목표로, 10대 주요 과제와 78개 세부 추진과제를 수립했다.
우선,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돌봄·양육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현재 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을 13세 미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인구감소지역 등의 경우에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한다. 단기 육아휴직 도입 등 일하는 부모의 돌봄시간을 확보하고, 나홀로아동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지역돌봄기관 연장운영 확대, 온동네 초등돌봄 도입,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확대 등 아동돌봄체계를 촘촘히 강화해 나간다.
정서·행동 위기에 놓인 학생을 위한 다층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자살 고위험 아동에 대한 발굴·지원도 확대한다. 디지털 과의존 대응을 위해 예방과 상담뿐 아니라 민관협력을 통한 기업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통합지원체계 구축 연구도 추진한다. 학교 체육수업과 스포츠클럽 등 체육활동을 활성화해 아동의 신체 건강을 증진하고, 미숙아 의료비 지원 확대, 소아의료 인프라 확충과 함께 계절독감·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국가예방접종 지원대상도 확대해 나간다. 아울러 사회적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 아동의 놀이와 휴식의 중요성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아동학대 의심 사례 조기에 발견…
권리주체로서 아동의 기본권 강화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 가정형 보호 원칙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취약·보호 아동 지원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아동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 지난해 7월 기존의 민간기관 중심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공적 입양체계를 도입한 바 있으며, 향후 아동보호체계 강화를 통해 해외입양도 단계적으로 중단해 나간다. 보호대상아동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위탁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도록 개편하고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조기에 발견하고,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에 대한 심층분석 제도를 도입해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해 나간다.
다양한 환경에 놓인 아동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한다. 저소득 한부모가정 지원을 확대하고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한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와 함께 출생등록제 도입을 검토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동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례관리 지원을 고도화하고, 올 3월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13세 미만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서비스 연계와 지원도 확대한다.
마지막 핵심과제로는 권리주체로서 아동의 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아동친화도시 제도화, 아동친화업소 인증 등 아동 친화적 참여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아동의 권리가 침해됐을 경우 이에 대한 구제절차를 규정한 아동권리협약 제3선택의정서 비준을 추진하며, 현행 사법·행정 절차에서 제한적으로 보장되던 아동의 의견표명권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아동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책 참여의 장을 확대하고, 정책 정보가 아동의 연령과 발달 수준에 맞게 제공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30년 전, 한 해에 70만 명이 넘게 태어나던 아이들이 최근에는 23만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초경쟁 시대 양육 부담, 불확실한 미래 전망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과연 아동이 살아가기에 행복하고 안전한 곳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의 기본 권리를 충실히 구현하고자 한 종합전략이다. 아동수당 확대와 돌봄 강화, 아동보호체계 개편 등을 통해 아동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기본법’ 제정과 제3선택의정서 비준 등은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권리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담긴 정책이 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점검해 실제 아동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