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은 기존 첨단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다. AI 시대를 넘어 경제·안보·산업 전반에 유례없는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된다. 맥킨지의 「2025 양자기술 모니터」에 따르면 2035년까지 양자기술이 창출할 경제적 가치는 최대 2조 달러(약 2,9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 에너지, 물류, 제약 등 주요 산업의 지형도가 양자기술에 의해 재편될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글로벌 패권 경쟁은 치열하다. 미중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은 양자기술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이며, 기술 블록화와 수출 통제라는 장벽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도국 대비 약 3년의 기술 격차와 인력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ICT 기반과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지배적 기술이 확정되지 않은 ‘골든타임’에 우리의 강점을 결집한다면 양자시장의 선점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2035년까지 양자기술이 창출할 경제적 가치 최대 2조 달러…
컴퓨팅, 통신, 센서 등 3대 핵심기술 분야별 특화 전략 추진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범부처 합동으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과 ‘제1차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 추격을 넘어 세계 산업의 선도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3대 핵심기술 분야별 특화 전략을 추진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첫째, 양자컴퓨팅 분야는 ‘기술 내재화’와 ‘양자·AI 시장 선도’를 양대 축으로 삼는다. 외산 기술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산 풀스택(Full-stack)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인 ‘제조 그랜드 챌린지’를 본격화한다. 단순히 컴퓨터 한 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양자연산장치(QPU), 희석 냉동기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국산화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국가 양자컴퓨팅 허브와 양자 알고리즘 센터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신약 개발, 신소재 설계, 금융 리스크 최소화 등 산업계의 고질적 난제를 해결할 ‘양자·AI 킬러앱’ 100개를 발굴해 민간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둘째, 양자통신 분야는 ‘초신뢰 보안망’ 구축에 집중한다.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QKD)망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국방, 행정, 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우선 적용해 초신뢰 보안체계를 구축한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위성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인터넷의 기반이 될 양자인터넷의 핵심기술인 양자중계기 원천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다가올 양자컴퓨터의 기존 암호체계 무력화 위협에 대비해 공공과 민간 전반을 대상으로 양자내성암호(PQC) 시범 전환 사업 확대와 활용 방침 마련도 병행한다.
셋째, 양자센서는 산업 혁신의 도구로 활용한다. GPS가 작동하지 않는 극한 환경에서도 위치를 파악하는 정밀 항법 시스템을 개발해 국방 경쟁력을 높이고,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감지하는 양자 센서를 통해 뇌 질환 진단이나 배터리 내부 결함 분석 등 바이오와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국내 양자 역량 총결집할 ‘국가양자연구소’ 설립하고
주력산업에 양자기술 접목하는 양자 전환(QX) 프로젝트 추진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단기 성과주의를 벗어나 30년을 내다보는 전략 기초연구 체계를 마련하고, 국내 양자 역량을 총결집할 ‘국가양자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파급력이 큰 도전적 연구를 지원하는 혁신형 R&D 제도와 국가 대형 인프라에 대한 양자기술 영향평가 체계도 도입한다.
이러한 기반 조성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제1차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한 5대 분야 양자클러스터(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양자소부장, 양자알고리즘)를 조성할 계획이다. 각 분야의 양자클러스터는 단순한 산업 집적지를 넘어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클러스터 특성에 맞게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와 양자 팹·파운드리 등 국가 양자 인프라인 ‘퀀텀 고속도로’도 확충한다. 특히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등 기존에 지역이 영위하던 주력산업에 양자기술을 접목하는 ‘양자 전환(QX; Quantum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딥테크 분야 모태펀드를 활용해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 상용화를 검증하는 개념검증(PoC) 센터를 운영해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모든 혁신의 끝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 명의 양자 전문인력 확보를 목표로 양자대학원을 대폭 확대하고 산학연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 또한 글로벌 우수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 특히 기존 물리·수학·전산 전공자들이 양자 분야로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재직자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할 것이다.
전략적 국제협력 체계도 강화한다. 미국, 영국 등 기술 선도국과 공동연구 및 인력교류를 확대하고, 양자소부장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IEC/ISO JTC3 등 양자 분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활동을 강화해 우리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보안체계 구축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양자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국가의 미래 생존을 위한 과제다. 이번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2분기 중으로 후보지 공모를 시작해 하반기에는 클러스터 지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과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양자기술이 AI를 잇는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신화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2035년 대한민국이 글로벌 양자경제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지금이 바로 산학연 및 관이 힘을 모아 양자 대전환의 서막을 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