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관광은 변곡점에 서 있다. 최근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과 대외 여건을 보면 방한 관광시장의 획기적 확장을 꾀할 모멘텀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의 관광은 수도권에만 지나치게 집중돼 외래객의 80% 이상이 서울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는 관광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그 과실을 지역과 나누지 못한다. 게다가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기형적 구조로는 관광산업 성장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외래객 3천만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관광의 동반성장 구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지난 2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가 관광법제 개편, 관광재정 확충, 관광산업의 인공지능 대전환(AX) 등 관광정책 기반 혁신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2월 전략회의의 초점은 대한민국 관광의 ‘성장축 전환’이다. 외래객 입국 3천만 시대를 향해, 관광의 지평을 수도권에서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전체 방한 관광시장을 키우기 위해 출입국 문턱부터 낮춘다. 법무부는 동남아와 중국에 빗장을 푼다.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의 경우 3인 이상의 단체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또한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중국과 동남아 11개국 국민에게는 매번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는 ‘복수비자’ 발급을 추진한다.
아울러 ‘2027~2029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을 민관 합동으로 전방위로 전개한다. 항공, 쇼핑, 숙박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방한 관광객 환대 분위기를 전국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방공항 직항편 늘리고 서울-지역 간 이동 수단 다양화…
2만7천여 일반·생활 숙박시설도 여행객 위한 시설로 포괄 육성
이번 대책은 방한 관광시장의 구조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거점 인프라 확충에 힘을 실었다. 핵심은 지역 입국 관문 개선과 숙박 인프라 확충 대책 마련이다.
먼저, 지역 입국 관문을 넓히기 위해 지방공항으로 직항하는 국제선을 대폭 확대한다. 지방공항 전용 국제항공 운수권 설정 등으로 지방공항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김해·청주 공항 등은 민간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횟수) 확대를 바탕으로 인바운드 노선을 즉시 증편한다. 지방공항 국제선 신규 유치를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 실질적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이 지방으로 이동하기 편하도록 인천공항과 지방공항 간 환승 노선을 신설·증편한다. 공항에서 지방 주요 거점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에서 충청·강원권으로 가는 심야 공항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현재 1개월 전부터 예매 가능한 KTX 사전 예매 기간도 앞당긴다.
이렇게 국토교통부가 길을 넓히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길을 따라 방한 관광객이 유입되도록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지역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모션을 적극 추진해 지역 완결형 여행 생태계를 조성한다.
또한 크루즈 수용 태세도 개선한다. 승하선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복수 기항 크루즈에 대한 신속 심사제도를 도입하고, 대규모 크루즈의 선상 심사도 확대한다. 또한 크루즈 인프라 확충을 위해 부산북항크루즈터미널 신축을 검토할 예정이다. 통상 밤 10시까지인 터미널 운영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부산항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해 1박 2일 기항(오버나이트 크루즈) 관광객들의 지역 체류시간을 늘린다.
외래객 3천만 명 입국 시대의 관건은 숙박이다. 현재의 3천여 개 관광숙박업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만7천여 개의 일반·생활 숙박시설까지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포괄해 육성해야 한다. 부처 간 분산된 숙박업 진흥체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한다. 숙박업 진흥체계를 통합하기 위해 ‘(가칭)숙박업법’을 제정하고, 숙박시설 통합 정보 기반도 구축한다. 또한 양질의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숙박업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고, 지역 관광호텔의 신축·개보수 및 일반 숙박업의 시설 개선 등에 융자지원과 관광 분야 펀드 투자를 확대한다.
숙박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도 정비한다. 4~5성급 관광호텔에 적용되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완화하고, 학생 교육환경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유해시설 미운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관광호텔에 한해 대학교 인근 건립 규제를 완화한다.
전통문화와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 숙박시설 품질도 높인다. 고택·민속마을·사찰 등을 활용한 한국형 ‘파라도르(Parador; 스페인 정부가 운영하는 호텔 체인으로 고성, 수도원 등 역사적 건축물을 호텔로 활용함)’ 모델을 육성하고, 농어촌 민박 제도 개선, 한옥체험업의 고급 브랜드화 등도 추진한다.
황리단길 30개 만들기 등 지역 한정판 관광콘텐츠 발굴하고
여행자 동선 따라 체류형 관광기반 조성
길이 생기고 머물 곳을 마련해도 볼거리가 없으면 사람들은 그 장소를 찾지 않는다. 그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지역 한정판 관광콘텐츠를 키워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명소를 국민과 함께 발굴해 알리는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X100 프로젝트’, 기존의 낙후된 명소와 주변 상권을 재생하는 ‘대한민국 명소 재생 30 프로젝트’, 일명 황리단길 30개 만들기를 추진한다. 또한 대형 K팝 공연, 국립예술단체 공연 등 대형 킬러콘텐츠를 지역에 순회 개최하는 ‘우리 동네에도 이게 오네’ 사업으로 대한민국 관광지도를 풍성하게 채우고자 한다.
내국인들이 우리 지역을 먼저 찾아야 세계인도 그 매력을 알고 찾는다. 정부는 국민이 지역을 살리는 착한 여행에 동참하도록 ‘국민여행 활력 3종 세트’를 적극 추진한다. ‘반값여행’은 올 4월부터 16개 지자체에서 시범 시행되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반값휴가’는 내년부터 중견기업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의 관광인구 확대와 방문자 경제 창출을 위한 ‘관광주민증’ 제도도 본격화한다.
‘더 많은’ 여행객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여행자의 동선을 중심으로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5극 3특’ 지역 특화 자원을 바탕으로 골든루트를 만드는 초광역 관광권 구상을 이번 대책에 담았다. 아울러 전국 외곽을 잇는 ‘코리아 기차 둘레길’을 구축해 ‘국토순환형 체류 여행벨트’도 완성한다. 올해는 경전선(경남 밀양-광주 송정)을 중심으로 동남과 서남을 잇는 ‘남도 기차 둘레길’을 먼저 선보인다.
외래객 3천만 시대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외래객 1,894만 명 달성으로 외래객 2천만 시대의 문턱에 선 지금,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2030년까지 나아갈 길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강력히 실행해 수도권 중심의 낡은 지도를 과감히 걷어내고, 대한민국 영토 전역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관광성장지도’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