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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지역·필수 의료 강화에 연 3조6천억 원 투입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2026년 08월호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보편적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늘날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중추적인 사회보장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정부는 일찍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한정된 재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2001년 ‘상대가치점수제’를 도입했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행위에 투입되는 의사의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투입되는 자원의 양, 의료사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화한 것으로, 개별 의료행위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상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정부는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맞춰 3차례의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단행하는 등 의료행위 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현행 건강보험 수가행위의 비용 대비 수익을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빈도를 쉽게 늘릴 수 있는 검사 영역은 과보상되고, 진찰·입원을 비롯해 중증·응급 등의 필수진료 영역은 저보상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진찰보다는 검사에 치중한 의료 공급과 짧은 진료를 초래해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의료기관별 기능과 소재지, 환자의 상태나 진료 간 대기비용 등과 관계없이 동일한 의료행위에 같은 수가가 적용돼 지역의료를 약화하고 필수의료 역량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역 우대 수가 신설하고 인구감소지역 진찰료 5% 가산…
‘3분 진료’ 개선 위해 심층진찰 수가 적용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 혁신을 전격 추진해 2001년 현행 수가체계 도입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연 3조6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자 한다. 의료 현장에서 과다한 검사는 줄고 지역·필수 의료 중심의 진료가 이뤄지도록 지역·필수 의료 부문의 보상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등 균형 수가 전환을 모색한다.

먼저, 지역의 의료비용과 진료량 차이를 고려해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 등에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지역 우대 수가 신설에 연 4천억 원을 지원한다. 수도권 중 지역의사 의무복무 지역 6개 진료권(경기 의정부권, 남양주권, 이천권, 포천권, 인천 서북권, 중부권)과 비수도권의 종합병원 이상에서 수술·처치를 시행할 경우 10%를 가산 적용해 지역 내에서의 응급 대응과 최종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하는 인구감소지역(84개 시군구)에는 입원료와 진찰료를 5%씩 가산해 거주지 중심의 의료 안전망을 탄탄히 다질 방침이다.

둘째, 검사 중심의 의료 공급이 필수적인 기초 진료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외래 진찰과 입원 진료에 연 1조5천억 원을 보상한다. 동네 의원의 초진 진찰료를 6% 높이는 등 20년 만에 진찰료를 대폭 인상한다. 충분한 진찰과 상담에는 일반 진찰료보다 더 높은 심층 진찰과 상담 수가를 적용해 3분 만에 끝나는 진료가 아닌 10∼15분 이상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기본 입원료도 10년 만에 올리고 간호인력 투입이 많은 입원 병동에 더 높은 보상이 돌아가게끔 가산체계를 개편해 질 좋은 입원 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셋째,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소하고 생사의 기로에 선 중증·응급 환자가 적시에 고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종 치료에 연 9천억 원을 집중 지원한다.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시행되는 1,600여 가지 고난도 중증 수술 및 시술 수가는 일괄 20% 인상되며,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서 휴일·야간에 긴급하게 이뤄지는 응급 수술 보상은 최대 5.5배까지 확대된다. 또한 중증 수술 시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전신 마취와 고난도 특수 마취 수가도 최대 50% 인상해 병원의 최종 치료 역량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휴일·야간 응급 수술 보상 최대 5.5배까지 확대하고
중환자실 입원 조산아 치료에 1일 최대 144만 원 보상 신설

넷째,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입원 치료, 소아 진료에 이르기까지 연 3천억 원을 투입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자·소아 의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임신·분만 수가는 20% 인상하며,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고위험 분만 가산 수가를 현행 66만 원에서 최대 396만 원까지 확대한다. 분만 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조산아 치료에는 1일 최대 144만 원의 보상이 신설된다. 소아의 경우 진료 난이도를 고려해 진찰·입원 가산 연령을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중증 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6세 미만 소아의 중증 수술 시 보상을 강화(50% 가산)하는 한편 소아 중환자실에 입실한 8세 미만 환자 처치에 대한 보상도 마련(최대 100% 가산)한다.

마지막으로,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보상을 지속 추진하면서 급성기 중증 치료 후 회복기 진료로 연계하는 재활 의료체계 마련에 연 5천억 원을 투입한다. 현행 중증 진료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과 지역 내 의료 문제 해소를 위해 시행 중인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계속해서 본사업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한편 질환 치료 후 조기 재활을 통해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급성기 재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환자가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회복기 재활 치료에도 별도의 성과 보상을 도입한다.

이와 같은 건강보험의 각종 지원은 국민이 어느 곳에 살든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제공받도록 하고 의료기관에는 적정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다만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 최소화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보건복지부는 비용 대비 수익을 분석한 결과 과보상된 것으로 확인된 검체검사 수가는 연 1조9천억 원을, CT·MRI 영상 수가는 연 7천억 원을 인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 환경 변화와 실제 의료 원가 변동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그간 5∼7년 단위로 이뤄졌던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2년 주기로 단축해 2028년까지 균형 수가를 조정해 나간다. 덧붙여 건강보험 제도 차원에서 과다 의료 이용 방지와 건강보험 부정수급 관리 강화 등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건강보험 수가 혁신은 지역·필수 의료 강화와 관련된 진료비에 대해 본인 부담이 없거나 낮게 설계했고, 검체검사와 CT·MRI 수가 수준을 인하해 본인 부담분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이에 국민의 현재 의료 이용 수준을 가정할 때 전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차원에서 진료비 본인 부담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보험 수가 개편은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수가 혁신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 의료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이 지역에서 신속히 응급 치료를 받고 병원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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