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경제정책해설
공정거래 위반 신고포상금, 30억 상한 없애고 과징금의 최대 10%까지 지급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총괄담당관 2026년 08월호
신고포상금 제도의 목적은 포상금을 많이 지급하는 데 있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오히려 포상금을 지급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들이 ‘누군가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를 시도하지 않게 된다면, 신고포상금 제도는 사후보상이 아니라 사전예방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흔히 담합을 두고 ‘피해자는 있지만 목격자는 없는 법 위반’이라고 한다.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하는 순간 소비자는 피해를 보게 되지만 그 합의는 회의실 안에서 이뤄진다. 입찰을 나누기로 약속하는 순간 경쟁은 사라지지만 외부에서는 정상적인 경쟁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회의록은 폐기되고 메신저 기록은 삭제된다. 결국 법 위반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조사관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다.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래 자체는 정상적인 계약처럼 보일 수 있기에 특정 계열사나 총수 일가를 지원하려는 의도는 외부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기술유용행위 역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정보 격차 때문에 피해 사실이 드러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담합, 사익편취 등은 피해자는 있지만 목격자는 없는 법 위반…
신고포상금으로 정보 비대칭 완화하고 시장 감시기능은 강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러한 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이 커질수록 정부의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경쟁 당국은 내부고발과 신고제도를 시장 감시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의 조사 역량에 민간의 감시기능이 더해질 때 시장은 훨씬 촘촘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정보가 한쪽에만 집중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이 매우 큰 영역이다. 정부는 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 내부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위반이 이뤄졌는지 잘 알고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장치다. 기업 내부에만 머물러 있던 정보를 시장 감시기능으로 전환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히 신고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라 민간이 가진 정보를 공공의 이익으로 연결하는 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고포상금은 사후적발뿐 아니라 사전예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경제학에서는 법 위반으로 얻는 기대이익보다 적발될 가능성과 제재에 따른 기대비용이 커질수록 위법행위가 감소한다고 본다.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을 시 언제든 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이 기업 내부에 자리잡게 된다면, 이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를 시도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제도 개선의 필요성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부고발은 신분 노출이나 조직 내 불이익 등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과징금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건이라 하더라도 포상금은 최대 30억 원으로 제한돼 있었다. 포상금 산정방식도 과징금 구간마다 서로 다른 요율을 적용하는 구조여서 실제 지급 규모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신고자가 감수하는 위험과 보상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신고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실질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과징금 구간별로 복잡하게 계산하던 지급기본액을 과징금의 10%로 단순화하고 지급 한도도 폐지했다. 신고자가 제출한 증거 수준에 따라 과징금의 최대 10%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대규모 사건일수록 신고 유인이 충분히 작동하도록 했다. 신고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한 점도 중요한 변화다.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의 증거 인정 범위 확대하고
기술유용행위 근절 위해 기술보호감시관 포상률 상향 근거 마련

포상금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지급방식도 함께 손봤다. 만약 공정위 처분 직후에 포상금 전액을 지급한다면, 이후 행정소송 등을 거쳐 과징금이 변경됐을 때 제도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최종 판결까지 수년을 기다린 뒤에야 포상금이 지급된다면 신고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이번 개정은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했다. 과징금이 최초로 국고에 납부되면 기본포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가 종료되고 과징금이 최종 확정돼 국고납입이 완료되면 잔여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최종 법률관계가 확정되기 전에는 신중하게 재정을 집행하면서도 신고자의 기여와 부담 또한 충분히 고려한 균형 있는 지급체계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특히 신고가 더욱 필요한 분야도 함께 보완했다.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의 인정 범위를 ‘지원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확대했고, 기술유용행위 근절을 위해 기술보호감시관에 대한 포상률 상향 근거도 마련했다. 반면 제도의 악용 가능성도 보완했다. 신고자의 조사협조 정도나 법 위반행위 가담 여부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포상금을 일정 범위 내에서 감액할 수 있게 했다. 신고는 적극 장려하되 제도에 대한 신뢰 역시 함께 높이려는 취지다.

신고포상금 제도의 목적은 포상금을 많이 지급하는 데 있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오히려 포상금을 지급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들이 ‘누군가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를 시도하지 않게 된다면, 신고포상금 제도는 사후보상이 아니라 사전예방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공정한 경쟁질서는 정부의 조사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시장 참여자의 용기 있는 신고와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이 함께할 때 시장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이번 신고포상금 제도 개선이 민간의 시장 감시기능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의 준법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돼 우리 경제가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경쟁 질서를 갖추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