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설화에 등장하는 봉이 김선달은 평양 대동강 물을 판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봉이 김선달 같다.’는 말은 당연한 것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황당한 행위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될 정도다. 그만큼 ‘물’은 당연한 것이었다. 언제나 풍부하고, 공짜이며, 마르지 않는 자원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불과 2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제는 돈을 주고 물을 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가 됐다. 그 틈새에 생긴 것이 바로 ‘물시장’이고 ‘물산업’이다.
한국 물산업 규모 세계 8위지만 물시장점유율은 0.3%
전 세계 물시장 규모는 벌써 약 5천억달러(500조원)를 헤아린다. 2,800억달러인 반도체나 2,500억달러인 조선시장에 비해 2배 정도 큰 규모다. 성장세도 무섭다. 영국의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는 매년 4% 이상의 성장을 통해 물시장이 2025년에는 8,650억달러(937조원)까지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물시장은 어떨까? 우리 물산업 규모는 2007년 12조6천억원에서 2011년 16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놀랍게도 세계 8위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 물산업은 상하수도 건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타 하천관리나 생수시장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즉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이다. 기술수준도 선진국의 70~80% 정도다. 이렇다 보니 해외진출 규모도 세계 물시장의 0.3% 수준인 15억달러에 그치고 있다(2008년 기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해외진출 노력은 몇몇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상하수도 분야는 물론이고, 해수담수화 분야는 이미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오랜 역사의 서구 글로벌 물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물 관리가 바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수질오염, 홍수와 태풍 등 각종 재해와 같이 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제를 겪어본 나라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는 이제 ODA(공적개발원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개발 국가의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잠재력에 비하면 세계시장에서 우리 물산업이 저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거꾸로 보면 그만큼 기술개발 여력과 창조경제 성장동력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 물시장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아세안·중동을 포함한 아시아의 물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수자원 개발을 포함한 통합적 운영·관리 분야가 새로운 물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에 위치한 우리나라로서는 서구에 비해 아시아적 정서와 관점에서 지역의 물 문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간 물 관리 과정에서의 독특한 경험과 극복사례들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발전모델로 활용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인 ICT 기술은 떠오르는 통합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우리에게 최대 강점이 될 것이다. 인근 일본이 이미 물 선진국으로서 시장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나 연평균 물시장성장률이 2.6% 수준으로 정체돼 있고, 중국은 아직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물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나라 물산업 발전에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바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물 분야 지구촌 최대 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2015년 4월 12일부터 1주일간 대구와 경북(경주)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은 세계물위원회(WWC)가 1997년부터 3년마다 개최하는 ‘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물 문제는 어느 한 국가, 특정 전문가들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세계물포럼은 정치인부터 언론인, 기업인, NGO까지 전 세계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선언을 도출하고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장이다. 특히 이번 세계물포럼은 ‘실행’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이에 기업·기술 기반의 과학기술 과정을 신설한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적정기술의 개발과 기존에 개발된 유용한 기술들의 교류·확산이 주요 이슈다. 아울러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적·교육적 환경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비즈니스 차원의 물 엑스포 등 관련 부대행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의 올림픽’ 성공 위해선 기업 참여가 핵심
‘제7차 세계물포럼’은 전 세계의 물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우리나라로 불러 모으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발전된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을 소개하고, 지구촌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유치한만큼 그저 또 하나의 생색내기용 국제대회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이해당사자들도 이번 행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과학과 기술을 강조하게 될 이번 7차 포럼에서 기업들의 역할과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2015 세계물포럼 조직위는 다양한 기업인들의 참여와 발언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에서 이번 기회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정보교류와 자사의 홍보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럼기간 동안 기업 간, 기업-정부 간 비즈니스 미팅 기회를 주선하며, 물포럼의 이름으로 해외진출 희망 국가의 고위급 인사를 초청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려한다. 거시적으로는 물산업 이슈 및 기술표준과 관련한 주도권도 확보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기업들은 총 200여개의 세션으로 이뤄진 본 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후원·초청·리셉션·설명회·엑스포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다. 가까이는 올해 2월 27~28일 경북 경주에서 있을 ‘제7차 세계물포럼 당사자 준비총회(2nd Stakeholders Consultation Meeting)’를 위한 워킹그룹 모집부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7차 세계물포럼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나라의 국격 향상은 물론 물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대구·경북지역에도 큰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우리의 물산업이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며, 여기에 기업들은 어느 정도 의무감과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경제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물산업 진흥의 계기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선 생명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물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실행의 주체가 될 때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물포럼은 더 큰 반향을 세계에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