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지구촌의 큰 위협요인이다. 지난 100여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도, 해수면은 19cm 상승했으며, 그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세계적 협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로 선진국 위주의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됐으며, 최근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무감축국은 아니지만 2009년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0%를 감축하기로 국제적으로 공약한 데 이어, 2012년에는 개도국의 기후대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을 유치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초기에는 거래제 안착에 주력…2017년까지 배출권 무상할당
배출권거래제는 시장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토록 하되, 여분ㆍ부족분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배출권을 상품처럼 거래해 비용효과적인 감축활동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제공하는 한편, 자발적인 온실가스 저감 기술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에 비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감축비용을 절약하고 감축목표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각종 분석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는 직접규제에 비해 GDPㆍ물가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배출권거래제의 유용성을 인식해 세계 30여 국가에서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됐으며, 시행국가도 확대 추세에 있다. EU를 비롯해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전국단위 거래제가 운영되고 있고, 미국ㆍ일본ㆍ중국은 지역단위로 시행 중에 있으며, 멕시코ㆍ브라질 등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EU는 거래규모의 증가와 함께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도 당초 목표보다 초과달성하는 등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효과적 달성과 글로벌 흐름에 부합한 감축정책 마련을 위해 여야 합의와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법)을 제정(2012년 5월)하고,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에 수립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2012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2015~2024년까지 10년간 배출권거래제 운영방향을 제시하는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정부는 충실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013년 5월부터 기초 연구조사를 착수한 데 이어, 이후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 간담회와 관계부처 간 협의, 공청회(2013년 12월 17일)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쳤으며, 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배출권거래법은 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본계획은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기본원칙, 계획기간별 운영방향, 경제적 영향 및 국내산업 지원대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궁극적 목표는 온실가스의 비용효과적 감축이다. 이를 위해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계획기간을 설정해 운영된다. 다만, 운영 초기에는 시행착오로 인한 문제점을 조기에 해결하고, 국제사회의 논의동향에도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3년으로 단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따라서 2015~2017년이 1기, 2018~2020년이 2기가 되고, 3기는 2021~2025년까지 5년간의 계획기간을 갖고 운영된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기간별로 차별화된 운영을 계획 중에 있다.
우선 1기에는 경험축적과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면서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하는 등 도입초기에 따른 부담도 최소화해 나갈 예정이다. 2기부터는 배출권거래제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3% 범위에서 유상할당도 개시하는 등 상당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한편, 3기부터는 보다 본격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상할당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도 늘리고, 할당방식도 선진화해 나갈 예정이다.
국제경쟁력 민감 업종 100% 무상할당 유지
배출권거래법은 거래제 운영을 위해 준수해야 할 5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협약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배출권거래제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전망은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하에 산정될 필요가 있다. 둘째, 배출권거래제는 경제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국제경쟁력을 고려하는 가운데 운영돼야 한다. 셋째, 효과적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기능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배출권거래제는 이월ㆍ차입ㆍ상쇄 등 유연성 있는 감축수단을 다양하게 보장하고 있다. 넷째,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거래제 적용-비적용 부문 간, 산업 간, 업계 간 감축부담이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운영한다. 다섯째, 국제탄소시장과의 연계를 고려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예외규정 등의 특례조항을 최소화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충분히 감안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에 있다. 국제경쟁력 유지에 민감한 업종에 대해선 앞으로 지속적으로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는 한편, 감축설비 투자에 대한 금융ㆍ세제 지원, 에너지 효율 향상 기업에 대한 혜택이 이미 제공 중에 있다. 또한 앞으로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제도도입 이전 감축량에 대해선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하고, 거래제 적용업체가 비적용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감축실적의 일부를 이전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등 유연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아울러 저소득층 가정, 중소기업, 거래제 도입으로 생산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분야 등 취약계층에 대해선 추가적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 6월까지 배출권 발행총량과 업종별 할당량 등을 규정하는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하고, 10월까지 업체별 배출권을 할당함으로써 2015년부터 본격적인 거래제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우리경제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방향이며, 배출권거래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수단이자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