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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수요관리 중심으로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 2014년 03월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지난 1월 14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수요전망과 수급방안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서, 20년 이상의 계획기간을 가지며 5년 주기로 수립된다. 5년 전인 2008년 1차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정책여건과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2차 기본계획 수립 시에는 이를 반영해 정책 전반에 대한 새로운 방향제시가 요구됐다.

 

전기요금 합리화…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최소화


에너지정책에 대한 대ㆍ내외적인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가 상시화됐으며, 셰일가스와 같이 국제시장의 판도변화를 일으키는 비전통 에너지원의 등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원전정책에 대한 시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국내적으로는 전기의 편리성, 에너지원 간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 등으로 유류 등의 소비가 전기로 쏠리는 ‘전기화’가 급속히 진행돼 왔다. 전기소비 급증으로 공급설비가 계속해서 확충돼 왔지만, 지역의 수용성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발전소ㆍ송전탑 등의 시설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낮은 요금 때문에 민간의 절약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소홀히 돼온 측면도 있다. 에너지 분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갈등조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이슈를 해소하고자 수립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가격정책 개선, ICT 인프라 활용, 수송ㆍ산업ㆍ건물 등 부문별 수요관리정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선 전기요금 수준을 합리화해 나가면서, 적정수준의 세율조정을 통해 상대가격 문제를 해소해 나갈 것이다. 세율은 전기 생산에 쓰이는 발전용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LNGㆍ등유ㆍ프로판의 세율은 인하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제도 절전형 요금제를 개발, 확산해 산업계 절약노력을 유도하고 전력피크 부담을 완화해 나갈 것이다.


ICT 인프라의 경우 스마트그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의 보급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구축으로 국민들이 사용량을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아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다. EMS를 통한 건물ㆍ공장의 에너지 관리는 전력소비 절감뿐 아니라 연관 기업에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ESS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 피크시간대의 부하감축과 신기술 개발의 기회가 크게 확대할 것이다.


2025년까지 건물에너지 제로화 달성, 차량연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개선, 전동기를 포함한 에너지 다소비기기의 효율화 등 부문별 정책도 규제와 진흥의 조화 속에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두 번째, 분산형 電源(전원)시스템 구축이다. 우선 발전소 입지는 송전망이 이미 갖춰진 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등 초고압 송전선로의 건설은 최소화해 나갈 것이다. 민간 발전사업자에 대해 입지 가이드라인도 미리 제시할 예정이다. HVDC(High-Voltage Direct Current) 등 수용성 높은 대안에 대해서도 원천기술개발 등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


집단에너지, 상용 자가발전, ESS,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 전원을 활성화해 나가는 것도 과제다. 분산 전원 확대로 원전ㆍ석탄발전 등 대용량 기저발전기의 부담이 줄어들고 청정연료인 LNG의 활용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 최우선 운영체계 확립으로 원전 믿을 수 있게


세 번째, 환경ㆍ안전 등 에너지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간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에 USC(초초임계압; 화력발전소 효율향상), CCS(탄소 포집ㆍ저장) 등 신기술을 적용해 나가는 한편, 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계획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것이다.


원전설비는 안전 최우선의 운영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회복에 주력할 계획이다. 원전비리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원전부품 구매제도를 개선하고, 원전 관리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혁신노력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도시가스ㆍLPG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제도ㆍ시스템의 개선과 관련 공공기관의 혁신노력을 촉구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확대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혹한기 난방비 지원을 위한 에너지바우처가 2015년부터 도입되며, 전기요금 할인제도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네 번째, 에너지안보를 보다 확고히 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수급여건이 취약한 실정이다(해외의존도 96%). 그간 양적확대에 주력해 왔던 해외자원 개발은 질적 측면에서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철저한 자산관리와 사업조정을 통해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채를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고, 지분투자보다는 탐사ㆍ개발 중심의 역량강화에 무게를 둬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금융 등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규모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열악한 보급여건에도 불구하고 2008년 수립된 1차 에너지기본계획의 11% 보급목표를 2035년까지 유지키로 했다.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 생산에 치중했던 보급제도를 열과 수송 부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폐기물 위주의 보급정책도 햇빛ㆍ바람ㆍ열 등 자연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다.


가스ㆍ석유 등 전통에너지원은 중동 등 일부지역 편중을 벗어나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북미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의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공급시설 확충 중심의 수요추종형 정책에서 앞으로는 수요관리형으로 정책방향을 대폭 전환한 것이다. ICT 인프라, 시장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보다 비용효과적으로 수요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시장과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특히 중소ㆍ중견기업의 참여기회가 확대돼 에너지산업의 허리가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개방형 정책수립 프로세스를 통해 수립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강도 높은 의견수렴을 추진해 왔다. 시민사회 대표, 산업계, 학계 인사 등 60여명의 이해관계자ㆍ전문가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마련했으며, 권고안 내용을 대부분 수용해 정책과제에 반영했다. 이후에도 공청회ㆍ토론회ㆍ간담회 등 의견수렴을 지속해 왔으며, 에너지위원회ㆍ녹색성장위원회ㆍ국무회의의 3단계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앞으로는 전력ㆍ가스ㆍ신재생 등 향후 10여개의 하위계획 수립 시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취지와 내용들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 과정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방형 정책수립 절차가 에너지정책의 전 부문에 걸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이 더 한층 요구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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