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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기업결합신고의무 면제 등 공정거래제도 개선
홍대원 공정거래위원회 창조행정법무담당관 2014년 08월호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 15개 제도정비 방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6월 19일 「공정거래법」 분야의 15개 제도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들은 공정거래규범의 성격을 고려해 공정위 소관 등록규제를 분류한 후 그간의 「공정거래법」 운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치유하고 경쟁정책의 국제적 동향과 판례를 반영해 ‘시장정합성’을 제고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특히 시장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법령에 반영하는 성격이 크다.


「공정거래법」 시행 33년, 달라진 시장상황 반영 필요해져


이번 방안은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폐지하는 측면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공정거래제도의 시장정합성을 높인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시행된지 33년이 지났으므로 그간 시장상황 등에 근본적 변화가 있었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제도의 효과에 비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 규정을 정비하고 내용의 강화가 필요한 부분은 보완했다. 비용 -편익에 입각해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앞으로 모든 규제분석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수범자들, 즉 기업들이 법위반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고, 하위 규정에 있는 사항을 상향 입법화한 것도 주된 정비방향이다. 법 규정이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면 시장참여자들의 예측곤란함과 불확실성을 가져와 시스템 비효율을 야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평성, 비례 측면에서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규정을 명확화, 투명화한 것은 규정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분야 15개 개선과제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과다한 가격수준을 정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 제품의 공급비용과 가격을 비교하도록 한 규정을 개선했다. 둘째, 제조사가 유통업자에 대해 자신의 제품에 일정가격을 정해 그 가격 밑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고 규정한 조항은 그 행위가 발생한 시장상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셋째,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들 간 공동연구·개발, 기술협력은 담합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기업 간 기술협력·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경쟁제한의 우려가 미미한 3분의 1 미만의 임원 겸임, 소규모 계열회사 간 합병·영업양수 등의 경우에 기업결합 신고의무를 면제해 M&A 시 기업의 불편을 덜어줬다. 다섯째, 기업집단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소규모 비상장사의 공시의무를 개선해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지주회사 현황 등 기업집단 현황 공시항목을 추가해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여섯째, 조사·심의 등 공정위 사건처리 단계별로 피심인의 의견진술 기회, 자료 열람·복사권 등의 권리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을 강화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 위법성 판단기준 개선


개선과제 중 가장 대표적 공정거래규범이자 연혁이 오래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가격남용행위’ 및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관련 내용에 대해 부연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흔히 독과점 사업자는 경쟁적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행태와는 다르게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힘, 즉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해 높은 가격을 정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이 된다. 현행 규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정하고 있는데, 가격수준을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비춰보는 것과 해당 상품을 공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변동에 비춰보는 것이다. 수급변동 요인은 시장의 수요-공급이라는 기본 변수에 따르는 것이고 계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비용변동 요인은 수급과 상관없이 사업자의 공급비용 변동만으로 정당한 가격수준을 판단하자는 것으로 시장메커니즘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공급비용은 매우 복잡해 특정상품에 비용변동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규율당국은 물론 사업자 자신도 계측이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그간 우리나라에서 가격남용으로 제재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외국에서도 규제에 소극적이다. 미국은 독과점 사업자의 높은 가격책정을 문제 삼는 것 자체를 하지 않는다. 독과점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사회적 총편익을 감소시키는 것이 규제해야 할 일이지, 단순히 높은 가격 자체만 봐서 제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높은 가격 측면(소비자 편익 측면)만 본다면 기업에 언제나 경쟁시장가격을 책정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나 이는 경쟁에서 이겨 독과점 사업자가 되고 보다 많은 이윤을 향유하기 위한 혁신과 모험가적 활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된다.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경쟁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 등에서의 논의동향이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제조사가 유통사에 제조사가 정한 판매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로, 최고가격 또는 최저가격을 강제하는 유형이 있다. 특히 이번에 개선대상이 된 것은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일정 가격 수준을 정해 그 이하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정은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당연 위법 행위로 보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인한 가격경쟁의 제한만을 고려한 것으로,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 등 유익한 경쟁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음을 반영할 수 없었다. 이번 개선방안에서는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시장경쟁 상황, 행위의 효과, 소비자 후생 저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 제조사가 일정 가격 수준을 정해 그 이하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소매상을 강제하는 것이 허용되면 결국 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그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쟁시장에서 특43정상표의 제품을 할인가로 구입할 수 없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다른 상표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고, 합리적 제조업자라면 자신의 브랜드 내에서 가격할인을 금지해 도태되는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다. 만약 시장이 경쟁적이지 않아 제조업자가 서비스 개선 없이 가격할인을 하지 못하게 할 경우는 개선될 규정에 따라서도 여전히 위법한 행위가 된다. 제도정비에 따라 상표 간 경쟁 활성화와 비가격 서비스 경쟁이 촉진돼 기업은 경영전략의 선택 폭 확대, 소비자는 상표선택의 다양성 확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상표 간 경쟁, 비가격 서비스 경쟁 촉진될 것


이제는 기업활동을 획일적으로 제약해 소비자를 보호하거나 특정계층에 특혜를 줘 바람직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선진국 소비자들처럼 ‘깐깐하고’ 깨어 있다. 기업활동의 자유는 높이고 불확실성은 줄이되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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