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A. H.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론에 따르면 ‘안전’에 대한 욕구는 생리욕구 다음으로 충족돼야 할 기본 욕구 중 하나다. 안전욕구가 충족돼야 애정과 소속욕구, 존중욕구를 지나 최고 단계 욕구인 자아실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회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목표를 성취하며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해가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19년 전 충격적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은 뒤 책임감리제도 등 건축안전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15차례의 건축안전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우리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부터 최근 의정부 화재사고까지 일련의 사고들은 그동안의 제도 개선이 미흡했거나 허점이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욕구가 충족되려면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와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근원적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5월 33개 단체 76명의 전문가로 안전TF팀을 꾸려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간 40여차례의 내부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원인과 개선 방향을 도출했다.
사고원인은 첫째, 부실공사 시 발생하는 이득이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즉 불법행위를 할수록 이득은 증가하나 불법이 적발돼도 불이익(처벌)은 미미하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잘 적발되지 않는다. 실례로, 건축물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고, 회사 대표는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분양위반인 경우 벌금은 3억원에 달한다.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원인은 제도적 미비에 있다. 소득수준 증가, SNS 발달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대책 요구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에 건축안전제도는 관리 용이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안전 사각지대를 발굴·해소하고, 획일적 규제를 맞춤형 규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명피해 발생하면 영구적으로 수주 금지, 벌금도 3억원으로 상향
이번 안전강화 종합대책은 제도보완을 포함하고 있지만 제도의 이행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사고 후 단편적인 제도개선에 치중하고 제도의 이행력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본다.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종합대책은 크게 네 개 방향으로 추진된다. 두 가지는 제도의 이행력 확보를 위한 것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제도보완에 관한 것이다.
첫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 불법행위를 하면 업계에서 퇴출하고 벌금도 상향한다.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해 불법행위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영구적으로 수주를 금지(원 스트라이크)하고, 그 밖에 불법 설계·공사 등 1회 적발 시 6개월 자격 및 수주를 금지하며, 2년간 2회 적발 시 자격취소 및 영구 수주를 금지한다. 벌금수준도 현재 1천만원에서 경제사범 수준인 3억원으로 상향 조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처벌만으로는 피해를 본 건축주 등에게 실질적인 피해자 보상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건축관계자 배상책임보험 도입도 추진을 검토키로 했다.
둘째, 불법행위 적발체계를 강화한다. 공공기관이 감독하는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건축공사는 시공자에게 고용된 공사감리자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한 허가관청에 의해 관리되므로 현실적으로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관리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지역건축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지역건축센터는 이행강제금을 재원으로 설치하고 건축사, 구조기술사 등을 채용해 설계도서 검토와 공사현장에 대한 점검을 수행할 계획이다. 국토부 또한 제도운영에 그치지 않고 실제 건축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점검하는 건축안전모니터링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감리자나 인허가권자가 검토하기 어려운 구조설계, 샌드위치패널, 단열재 등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안전영향평가제도 도입해 구조안전과 시공, 감리, 유지관리 방향 검토
셋째, 맞춤형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다. 현재는 20층 건축물이나 3층 다세대주택이나 적용되는 건축기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마우나리조트 같은 PEB(Pre-engineered Building; 외측의 철골조로 모든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을 설계하는 방법의 일종)의 특수구조 건축물도 일반 건물과 동일하게 설계·감리되고 있다. 따라서 설계와 감리 과정에서 초고층 건축물, 특수 구조물 등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 샌드위치패널 등 화재가 빈번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대형건축물에 대해선 안전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인접대지와 당해 건축물의 구조안전과 시공, 감리, 유지관리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감리와 건축심의 등이 강화되는 다중이용건축물의 규모기준도 면적 5천㎡에서 1천㎡로 확대한다.
넷째, 건축제도에 안전 사각지대를 적극 해소한다. 지금까지는 건축물 붕괴 및 방·내화 위주로 규제하고 있고,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볼라벤 태풍으로 인한 광고탑 붕괴, 마포 영화관 내부 마감재 탈락 사고 등 안전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또한 장성요양원 사고와 같이 현재 불연성 마감자재 사용은 3층 이상으로서 일정규모 이상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동주택·요양원·숙박시설·오피스텔 등은 규모와 관계없이 불연자재 사용 대상으로 운영한다. 또한 「건축법」이 설계와 인허가에 집중 치중하고, 시공관리나 유지관리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앞으로는 시공자가 주요 공사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건축주와 감리자,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다중이용건축물에는 유지관리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보완할 계획이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 강화로 얻게 될 인명·재산 피해 방지,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는 투입된 비용과 노력 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회 전반의 안전, 특히 우리의 삶과 경제가 영위되는 공간의 안전이 확보돼야 우리 사회는 더 큰 꿈과 목표를 향해 자신감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 건축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건축 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은 지난해 12월 17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상정됐으며,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2분기까지 입법을 발의하고,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3분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입법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부작용이 없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