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광고 시장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체 광고시장의 규모는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는 반면, 광고시장을 둘러싼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광고 규모는 2012년부터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ㆍ신문ㆍ인터넷 등을 포함한 전체 광고시장 매출액은 9조3천억원(2011년) → 9조4천억원(2012년) → 9조5천억원(2013년)인 반면, 방송광고 매출액은 3조7천억원 → 3조6천억원 → 3조5천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터넷ㆍ모바일광고의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방송광고 시장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방송콘텐츠 제작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방송광고 매출액 감소는 방송사의 재원구조를 악화시켜 양질의 콘텐츠 제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중앙방송사의 광고 매출 감소는 결합판매, 전파료 배분 등 지역ㆍ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원규모 감소로 연결돼 지역ㆍ중소방송사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 급변하는데 방송광고 제도는 1973년 기준에 머물러
보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광고 형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광고 유형별로 칸막이를 만들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창의적인 광고상품 판매를 통한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4년 12월 19일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의 기본방향은 시청자가 방송을 시청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송법」 시행령상의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가상광고’(방송프로그램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광고)는 현재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프로그램에만 허용돼 있다. 이를 교양ㆍ오락ㆍ스포츠보도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으로 확대해 가상광고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보도(스포츠보도 제외)ㆍ시사ㆍ논평ㆍ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에는 금지해 무분별한 가상광고 송출을 방지한다. 현재 모든 방송사업자에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만큼 가상광고를 허용하고 있는데, 방송 매체별 영향력을 고려해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100분의 7로 확대한다.
「방송법」에서는 7가지 광고 종류만 규정하고 있어 컴퓨터 기술 등을 활용한 새로운 광고 기법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가상광고에 대한 세부기준을 방송통신위원회고시로 정할 수 있게 해 IT기술 및 광고기법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가상광고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예를 들면 오락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곡에 대해서 검색창 형태로 ‘멜론’, ‘벅스’, ‘엠넷’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간접광고’(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에 대해서는 허용시간을 가상광고와 마찬가지로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100분의 7로 확대한다. 그리고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ㆍ이용을 권유하는 것,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해 시현하는 것 등을 제외하면 간접광고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한다. 다만 간접광고 범람에 대한 우려 및 시청권 보호를 고려해 방송프로그램 흐름 및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개별 광고규제 폐지하고 ‘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 도입
현재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부분적인 시간당 총량제를 개선해 지상파, 유료방송 모두에 개별 광고규제를 폐지하고,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를 도입한다.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란 편성된 프로그램 시간의 일정 비율만큼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고, 허용된 비율 내에서는 방송프로그램ㆍ토막ㆍ자막ㆍ시보광고 중에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광고를 편성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매체별 영향력 차이를 고려해 유료방송은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 17, 최대 100분의 20 이내로, 지상파방송은 평균 100분의 15, 최대 100분의 18 이내로 비율을 달리했다. 다만 지상파방송의 방송프로그램 광고 시간은 최대 100분의 15 이내로 상한을 설정해 단가가 높은 방송프로그램 광고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한다.
‘협찬고지’(타인으로부터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직ㆍ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ㆍ물품ㆍ용역ㆍ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고 그 타인의 명칭 또는 상호 등을 고지하는 것)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ㆍ판매ㆍ제공하는 자가 협찬하는 경우에는 협찬고지를 금지하고 있으나, 한 협찬주가 복수의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하는 경우 광고가 금지되지 않은 상품이나 용역에 대해서는 협찬고지를 허용한다. 예를 들면 현행 규정에서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카지노에 대한 방송광고가 금지돼 있으므로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대한 협찬고지까지 금지되는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리조트에 대한 협찬고지를 허용한다.
이상의 방송광고 제도개선을 통해 다음과 같은 파급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방송프로그램 및 광고 편성의 자율성 제고를 통해 광고 시장의 창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현재의 복잡하고 경직된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새롭게 등장한 광고유형을 광고제도에 반영해 방송사, 제작사, 광고대행사 등 민간의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제도개선으로 방송광고 매출액이 증가하면 경쟁력 있는 방송콘텐츠 제작으로 연결돼 해외 수출 등으로 추가적인 방송광고 매출 증가를 유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지난해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제작비 중 일부는 광고 매출액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방송광고 활성화를 통한 소비 진작이 내수경기 회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다. 방송광고 시장에 규제 완화의 긍정적 시그널을 전달해 새로운 광고상품 구성을 촉진시키면, 국내외 광고주들의 광고 시장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광고제작 및 광고유통산업 등 연관 산업들이 동반성장할 것이다.
넷째, 시청자들의 실질적 시청권을 제고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광고 제도개선을 통해 광고시간이 증가하면 시청자들이 방송프로그램을 방해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시청권이라 함은 시청자들이 양질의 방송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권리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방송광고 매출액 증가를 통한 고품질 콘텐츠 제작의 증가는 시청자들의 실질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므로, 방송광고 제도개선이야말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신뢰를 받는 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 중이다. 향후 방통위는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방송사업자, 광고산업 종사자, 관계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을 확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