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는 겹겹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경제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혁신을 위해서는 누구나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거래의 대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이 같은 사회가 될 때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잠재된 역량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노력이 모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에서 99%를 차지할 뿐 아니라 종업원 수 기준으로도 88%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하도급ㆍ유통ㆍ가맹 분야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과의 거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방해하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해 중소기업이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중소사업자의 80% 이상,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하도급ㆍ유통ㆍ가맹 분야에서 경제적 약자인 수급사업자ㆍ납품업자ㆍ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많이 도입했고, 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법 집행도 강화해 왔다.
하도급 분야에서는 ①3배 손해배상제도 적용대상 확대 ②부당특약 금지 ③중기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 등을 도입했고, 유통 분야에서는 ①부당한 판매장려금 수취금지 ②특약매입 거래 시 각종 비용분담 기준 등을 마련했으며, 가맹 분야에서는 ①부당한 심야영업 강제금지 ②과도한 위약금 부과금지 ③점포환경 개선 강요금지 및 비용분담 의무화 ④영업지역 설정 의무화제도 등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들 분야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 거래관행 개선으로 실제 연결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현장실태를 점검했다. 이번 2차 실태점검은 중소기업중앙회ㆍ전문건설협회ㆍ식품산업협회 등 중소사업자단체 대표 21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주관했고, 2014년 11∼12월 약 2개월간 수급사업자ㆍ납품업자ㆍ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간담회를 실시했다. 특히 이번에는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된 지 1년이 된 시점이어서 2013년 대비 2014년의 불공정행위 유형별 경험 유무, 2013년과 비교한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 등 제도도입 1년 전후 거래관행의 변화 정도에 초점을 뒀다.
현장 실태점검 결과 하도급ㆍ유통ㆍ가맹 분야에서의 고질적인 불공정행위가 유형에 따라 적게는 20% 많게는 80%까지 감소했고, 80%에 달하는 중소사업자가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하도급 분야의 경우 2013년에 비해 2014년에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ㆍ감액, 부당위탁 취소, 부당반품, 기술유용 등 4대 불공정행위와 부당특약을 경험한 중소업체 수가 각각 25%, 22.1% 감소했고, 80% 이상의 중소사업자가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간담회에서도 대기업들의 부당한 단가인하 행위가 줄어들었고, 특히 대형건설업체의 부당특약 설정행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통 분야의 경우도 2014년에는 대형유통업체의 부당한 판매장려금 수취행위와 인테리어비용 전가행위를 경험한 납품업체 수가 2013년에 비해 각각 81.3%, 60% 감소했고, 90% 이상의 납품업체가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간담회에서도 판매장려금 중 기본장려금은 대부분 폐지됐고, 특히 백화점들의 부당한 비용전가 행위가 개선됐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마지막으로 가맹 분야의 경우, 심야영업에서 손실이 발생한 편의점 등이 영업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대부분 심야영업 중단이 허용(총 996개)됐고, 가맹점주의 평균 위약금 부담액과 패스트푸드 업종의 매장시설 변경비용 부담도 각각 21.2%, 2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영업지역 설정 의무제도 시행 이후 조사대상인 201개 가맹본부는 거리, 인구ㆍ세대, 행정구역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가맹점에 대해 영업지역을 설정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담회에서는 편의점 업종에서 종래 허용되지 않던 심야영업 중단이 허용되고 위약금 부과금액도 크게 경감돼 관련 분쟁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복 우려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익명 제보채널 확대 구축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불공정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가 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공정위는 중소기업이 거래행태의 개선 효과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선 하도급ㆍ유통ㆍ가맹 분야에서 불공정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1ㆍ2ㆍ3차 협력사로의 원활한 하도급대금 지급관행 정착은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도급거래에서 순차적으로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대금회수 불만이 주로 제기되는 1ㆍ2차 협력사들을 먼저 조사하고, 그보다 윗 단계에서 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상위 업체를 추적 조사하는 방식(‘윗 물꼬 트기’ 조사)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불공정거래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TV홈쇼핑 분야를 집중점검하기 위해 공정위ㆍ미래부ㆍ중기청 등 유관부처가 합동으로 ‘홈쇼핑 정상화 추진 특별 전담팀’을 지난 2월에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가맹 분야에서 허위ㆍ과장 정보를 통한 가맹점 모집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단기간에 가맹점이 급증하는 가맹본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둘째, 중소기업이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복의 우려 없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대기업의 법위반행위를 억제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제보자가 인적사항 입력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제보할 수 있는 ‘익명 제보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지난해 일선 15개 업종별 중기협동조합에 설치된 ‘대리 제보센터’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익명 제보채널을 확대하며, 익명으로 구체적인 위반혐의가 제기되면 기명 신고사건에 준해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정조치 이후 신고인에게 물량축소, 거래중단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는지 6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확인해 신고에 따른 보복조치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셋째,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문화 확산을 장려하고 대기업의 자율적인 시정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공정거래 협약은 192개 대기업ㆍ중견기업이 2만8천여개의 중소기업과 체결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는 가맹사업과 광고 분야로 협약이 확산되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또한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ㆍ교육활동도 강화해 기업 간에 모범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아울러 자진시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관련 법위반을 스스로 시정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분쟁조정의 대상범위도 확대해 사업자 간 자율적인 분쟁해결 기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새로 도입된 제도의 작동실태를 점검해 가면서 정책추진이나 법 집행상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한 개선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