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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얼마나 많은 경제현상을 담을 수 있을까?
서현덕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2016년 07월호

거시경제학은 단순히 거시변수 간의 과거 관계를 실증적으로 요약하는 데서 벗어나 개별경제주체가 어떠한 결정을 하고 이것이 거시변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다만 계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모형에 보다 많은 경제현상을 반영할지, 아니면 경제주체 간 이질성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병렬계산 기술의 발달로 여러 대의 프로세서를 연결해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보다 복잡하게 설계하고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러한 상충관계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거시경제학은 거시변수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거시변수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GDP, 인플레이션, 이자율, 실업률 등을 의미한다. 거시경제 모형은 이러한 거시변수 간의 관계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해 설계도면을 그린 것이다. 거시경제 모형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모형을 이용해 향후 거시변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모형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 평가하고 앞으로의 정책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합리적 기대에 기반한 최적화행동 중시하는 거시경제학

기초 거시경제학 교재에서 배우는 모형 중 대표적인 것이 IS-LM 모형이다. 케인즈 이론에 기반한 이 모형에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가 늘고 GDP가 늘어나며(IS 관계),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리면 이자율이 낮아진다(LM 관계). 이와 같은 관계는 실제 통계에서도 나타나며 논리적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다. 직관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게 때문에 실제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S-LM을 비롯해 대외, 고용 등 거시경제 각 부문별 주요 관계를 방정식의 형태로 모형화하고 실제 데이터를 통해 그 계수를 추정한 것을 연립방정식 모형이라고 한다. 이들 모형은 전체 경제를 하나의 기계적 시스템이라고 여기고 그 설계도면을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연립방정식 모형은 1970년대 이전 미국 및 다른 여러 나라에서 경기예측 및 정책분석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연립방정식 모형은 현실 대비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사람이며 사람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주택구매를 원하는 가계는 현재 주택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경우 기꺼이 그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1970년대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은 연립방정식 모형에 이러한 요소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비판한다. 루카스 비판에 따르면, 어떠한 경제정책이 실시될 경우 민간 경제주체들은 그 정책을 반영해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으며, 이때 과거 통계에 기반해 결정된 연립방정식 모형의 계수들은 정책 실시 시점에서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이러한 모형을 사용해 정책의 효과를 예상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바람직한 정책효과 분석을 위해선 개별 경제주체가 정책의 미래 효과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해 행동하는 과정까지 모형화할 필요가 있다.


루카스 비판 이후로 거시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에 기반한 최적화행동을 중시하게 됐다. 즉 경제주체들은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경제변수들의 미래 값을 예측하며, 그 기대치를 기반으로 자신의 효용이나 이윤 또는 다른 목적을 극대화할 것이므로 이를 모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선 소비, 투자 등 개별 경제주체의 미시적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와 같은 연구 기조를‘미시경제 기반 거시경제학 (micro-foundation of macroeconomic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이러한 모형은 다음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가계 부문은 주어진 효용함수에 따라 효용을 극대화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와 저축을 결정하고 노동력을 공급한다. 기업 부문은 주어진 생산함수를 가지고 이윤을 극대화하며, 그 과정에서 생산량과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를 결정한다. 이 두 과정을 비교하면 그 목적이 다르다는 차이는 있으나, 주어진 상황(state)을 인지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value)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사결정(policy)을 내린다는 원리는 동일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재화시장과 생산요소 시장의 수요공급은 각 시장의 가격에 의해 청산돼 균형가격과 균형수량이 결정된다. 위 모형은 모든 시장의 청산을 전제로 하므로 개별 시장에 초점을 맞춘 부분균형(partial equilibrium) 모형과 대비돼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 모형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실경제 최대한 적합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

경제주체 중심의 거시모형은 대표자 모형(representative agent model)과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heterogenous agent model)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자 모형은 특정 부문의 경제주체는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즉 ‘평균적인 활동’을 중시해 모든 가계는 서로 동일하며, 모든 기업은 서로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경제주체의 특성을 단순화하면 모형을 계산하는 것이 쉬워져 가격경직성, 임금경직성, 대외 부문, 금융중개 부문 등 다양한 경제현상을 포함해 모형을 복잡하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많은 중앙은행이나 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DSGE(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모형은 주로 대표자 모형을 채택한다. 반면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은 가계는 가계대로, 혹은 기업은 기업대로 소득, 순자산, 생산성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모든 이질적인 경제주체의 최적 결정을 계산한 후 이들 수량을 합해 GDP나 투자 등 거시변수 값을 도출한다. 특히 많은 모형에서 경제주체가 연령별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점을 고려해 모형 안에 다양한 연령의 경제주체를 포함시키는데, 이를 중첩세대모형(overlapping generation model)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형은 대표자 모형에 비해 현실 경제변수가 결정되는 과정과 유사하며, 루카스 비판이 지적한 점을 보다 충실히 수용한다. 또한 정부 정책이 서로 다른 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분배효과를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모든 경제주체의 최적결정을 계산하는 과정이 컴퓨터를 이용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모형 자체는 다양한 현상을 포함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거시경제학은 단순히 거시변수 간의 과거 관계를 실증적으로 요약하는 데서 벗어나 개별 경제주체가 어떠한 결정을 하고 이것이 거시변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다만 계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모형에 보다 많은 경제현상을 반영할지, 아니면 경제주체 간 이질성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병렬계산 기술의 발달로 여러 대의 프로세서를 연결해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보다 복잡하게 설계하고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러한 상충관계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한편으로는 합리적 기대나 시장이 항상 청산된다는 가정을 완화해 제한적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이나 시장균형의 불안정성을 강조한 모형도 제시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거시경제학의 진보 방향에 내재된 기본 정신은 모형이 현실경제 과정을 최대한 적합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