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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IT 기반 플랫폼으로 물류혁신 향해 ‘부릉’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7년 01월호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_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정 넘치는 혁신기업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맡아서 운영하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3년씩이나 했으면 일이 지루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워낙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내가 애지중지하는 명함관리앱 리멤버(역시 스타트업 드라마앤컴퍼니가 만들었다)에는 약 6천장에 가까운 명함이 저장돼 있다. 지난 3년간 내가 만난 사람들의 숫자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정 넘치는 창업자들을 계속 만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이미 이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 이제 막 작은 회사를 시작한 사람이든, 큰 투자를 받아서 급성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자신만의 일을 위해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배울 것이 있다. 그래서 인상적인 창업자를 만나면 기억해 두고자 사진을 찍고 가볍게 메모를 해둔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얼마만큼 발전이나 변화가 있었는지 보고자 함이다.


‘저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 년 만에 놀라운 성취를 이룬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대와는 달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처음 창업아이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가서 성공한 경우도 많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개척해 나가는 창업자들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 앞으로 이 지면에서는 내가 일하면서 만난 인상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메쉬코리아라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플라잉’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신속한 배송이 가능하게 된 것은 메쉬코리아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화주-배송기사-고객을 연결하는 물류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담당…배송기사와의 ‘상생’ 추구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를 만나 여러 면에서 놀랐다. 나는 사실 맛집 음식 배달서비스 ‘부탁해!’로 알려진 메쉬코리아를 작은 음식배달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회사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메쉬코리아는 물류혁신이라는 훨씬 큰 문제를 풀고 있는 스타트업이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심부름을 해주는 앱 ‘부탁해!’와 B2B 당일배송서비스 ‘메쉬프라임’, 그리고 오토바이 물류인프라 ‘부릉’이라는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고객을 상대하는 B2C비즈니스와 기업을 상대하는 B2B비즈니스를 동시에 펼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물건을 물류센터나 매장에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약 2~3km 구간의 ‘라스트마일’을 담당한다. 고객에게 상품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수금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많은 복잡성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한 메쉬코리아는 이제 많은 대기업과 신뢰관계를 쌓을 정도로 성장했다. CU 등 편의점과 버거킹, 피자헛 등 주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배달도 책임지고 있다. 2011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투자받은 누적 투자금도 230억원에 이른다.


메쉬코리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유정범 대표와 이야기하며 인상깊게 느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본적으로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길을 가다 보면 오토바이로 물건을 배달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콜(일거리)을 잡기 위해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오토바이 계기판에 늘어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이 모바일쇼핑시대에 물건을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약 25만명의 오토바이기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분들은 하루 종일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지입업체에 많은 수수료를 떼이거나 아예 돈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갑질의 횡포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이런 오토바이기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토바이기사들을 ‘섬긴다’는 것이다.


전체 직원 185명 중 80여명이 엔지니어, 철저히 기술로 승부
두 번째로 철저하게 IT 기술로 물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다. 전체 직원 185명 중 80여명이 엔지니어다. 또한 핵심인력들은 일리노이공대, 카네기멜론대, 카이스트, UC버클리 등을 나온 고급인력들이다. 어떻게 스타트업에서 이런 인력을 확보했나 싶을 정도였다. 이들은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자동배차 알고리즘을 고도화시켜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물류배송시스템을 만든다.


세 번째는 메쉬코리아가 현장 중심의 회사라는 점이다. 결코 IT 기술만으로는 자동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사실 그렇게 생각했다가 초기에 회사가 망할 뻔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서 배송을 의뢰하는 고객과 오토바이 배송기사의 고충을 철저히 듣고 반영한다. 메쉬코리아가 원하는 인재상의 1번은 ‘우문현답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언제나 답이 있다. 책상머리에서의 아이디어는 공상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력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유정범 대표의 자세다. 알고 보니 유 대표는 부모를 따라 거의 해외에서 성장하고 미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엘리트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버리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깍듯이 대하며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 내가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관련 회사와 연결해주려고 했더니 이미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네트워크도 뛰어나다. 이런 자세 덕분에 많은 투자를 받고 대기업들과 신뢰를 구축하며 일할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한 물류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7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우버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토바이기사들을 연결해 교통, 물류플랫폼으로 급성장,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기업)이 된 고젝(Go-Jek)이 유명하다.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런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물류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메쉬코리아를 발견했다. 메쉬코리아 사무실에는 여기저기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1원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 메쉬코리아’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회사의 미래를 앞으로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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