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이 있다. 바로 토스(Toss)다. 토스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송금앱이다. 친구에게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거나 다 같이 식사를 하고 더치페이를 할 때도 너무 쓰기 편해서 애용되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550만회에 매달 5천억원이라는 거액이 이 앱을 통해 움직인다. 대한민국 계좌이체의 1.5%를 토스가 움직인다고 할 정도다. 성장률도 엄청나서 몇 달 뒤면 월간 송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기세다. 한 달에 몇백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니 가히 국민앱이라고 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중 대표주자라고 할 만하다.
이 토스를 만든 회사는 비바리퍼블리카라는 6년 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이승건 대표(36세)를 처음 만난 것은 2년 반 전인 2014년 5월이다. 당시 그는 창업 이후 8가지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하고 송금앱인 토스에 기대를 걸던 중이었다. 사실 한국만큼 계좌이체가 복잡한 나라도 없다. PC에서는 우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스마트폰이라도 송금을 하려면 공인인증서부터 설치해야 하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하고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단돈 1만원을 보내려고 해도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니 무척 번거롭다.
CMS망 통해 복잡한 송금절차 해결 이 대표는 은행의 자동출금(CMS)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보험회사나 통신회사가 매달 자동으로 은행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것처럼 토스가 이 CMS망을 통해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서 실시간으로 송금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간단한 5자리 패스워드나 지문인증만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전자금융업자로 정식 등록돼 있어야 하며 각 은행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2년 반 전 이 대표가 열정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나는 속으로 ‘그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선 대형 은행들이 작은 스타트업에 문을 열어줄 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사고가 날 가능성을 운운하며 안 해줄 것이 뻔했다. 두 번째로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았다. 무료로 송금하게 해주면 돈은 어떻게 벌 것인가? 이런 이유로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진짜 창업가다. 이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리콘밸리에서 온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가 비바리퍼블리카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투자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살렸다. 당시만 해도 한국 벤처캐피털은 금융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제한돼 있었다. 이 대표에게는 다른 운도 따랐다. 2014년 말부터 한국에 핀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15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 핀테크 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당시 그는 “핀테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현장에서 느끼는 은행 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이후 핀테크산업을 키우는 정책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 은행들이 속속 토스에 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기업·부산·경남은행과 제휴해서 토스앱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앱을 내놓고 9개월 동안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다운로드가 60만회에서 늘지를 않았다. 제휴 은행이 많지 않으니 확대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를 포기해야 하는지 망설였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수수료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더치페이, 간편대출 기능도 선보여 성장의 전기는 2015년 말 메이저 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이 토스에 들어오면서 마련됐다. 2016년 1월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어났다. “2016년 1월 한 달 동안 60만명의 추가 가입자가 생겼다. 그때부터 월 30~40%씩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사용자들은 한번 써보고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계속 사용했다. 재사용률도 SNS앱 못지않게 높았다. 급성장이 시작되자 투자자들도 신뢰를 보내며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6년 4월 KTB네트워크와 미국 굿워터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65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는 최대 금액의 투자유치였다.
이제 토스에서는 월 700만회의 송금이 이뤄진다. 월 5회까지는 무료로 송금할 수 있지만 6회부터는 500원씩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주저 없이 돈을 내고 쓰는 사람이 많다. 또 음식값을 자동으로 나눠서 송금받는 더치페이 기능도 인기다. 간편대출 기능도 생겼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중계수수료를 받으며 매출도 나오고 있다. 금융플랫폼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원래 그는 금융이나 IT 업계와는 관계없는 치과의사였다. 안정적으로 돈도 잘 버는 치과의사가 왜 이런 어려운 일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원래 컴퓨터를 엄청 좋아하고 프로그래밍도 잘한다. 다만 학창시절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서 무조건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람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군대를 다녀와서 바로 창업을 했다.”고 한다.
토스의 성장과 함께 직원 수도 쑥쑥 늘어나 2017년 1월 현재 65명이 됐다. 역삼동 본사는 이제 공간이 모자라 회의실을 다 허물고 사무실로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중 고객응대팀이 16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작은 회사에서 고객응대를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 왜 그런지 물어봤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이런 것까지 돼?’ 하고 놀랄 정도로 미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엄청난 거래량에도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은 점도 놀랍다. 사고는커녕 장애가 발생한 일도 거의 없다. 이 대표가 얼마나 서비스의 보안과 안정성, 그리고 고객만족에 신경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모인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회사를 키우기에도 바쁜데 업계의 리더 역할까지 맡은 이유를 물었다. “핀테크가 대한민국의 신성장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규제가 많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작은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협회장을 맡았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금융에 있어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애용하는 필수앱이 되지 않을까. 이승건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에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