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냉장고 등 대부분의 가전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돼 집 주인의 사용 패턴을 학습하고, 맞춤형 작동을 할 줄 알게 된다. 자동차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넘어 주인이나 외부환경과 교감하는 이동수단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빨래 개는 기계, 로봇 바리스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운동기구 등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삶의 모습이 급격히 가까워 오고 있다.
지난달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7’은 산업 부문 간 경계 없는 융합,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적용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은 삼성, LG, 현대차 등 대표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미래차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일본과 전방위적 성장세를 보여준 중국에 비해 플레이어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번 CES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다. 전자제품 박람회임이 무색하게 주인공 대접을 받은 자동차의 경우 이동수단을 넘어 스스로 운전하고, 인간과 교감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혼다가 공개한 ‘뉴브이’는 자율주행 전기차이면서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스스로 공유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 외에도 파나소닉·보쉬 등 주요 가전·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부스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 안의 모든 가전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공부한다. 삼성, LG 등 국내 대표 전자기업과 알리바바 등이 내놓은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냉장고에 디스플레이를 1개 설치해 조리법을 추천해주고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알리바바가 다른 제조사와 제휴해 내놓은 냉장고는 디스플레이를 2개나 달았다. 한쪽에서는 사람의 신체를 스캔하고 운동량을 입력해 필요한 칼로리와 추천식단까지 제공하는 식이다.
이번 CES에서 부스를 차리지 않은 아마존의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가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 역시 인공지능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아마존 알렉사는 사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음성비서 서비스다.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상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결과를 사용자에 전달한다. 아마존은 자사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 외에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인 ‘메이트9’에, 유비테크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링스’에, LG전자는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에 알렉사를 도입했다.
‘유레카 파크’로 불리는 스타트업 전시관에는 6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몰렸다. ‘폴디메이트’라는 이스라엘 기업은 옷을 걸기만 하면 개져 나오는 기계를 선보였다. 기계 표면에 옷의 어깨 부분을 걸자 빨려 들어가 옷가게에 진열된 상태처럼 개져 나왔다. 미국 기업 ‘에이폴리’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사물을 인식하는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선보여 화제를 끌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체를 찍으면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해당 정보를 음성으로 들려준다.
올해 CES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활의 편의성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각축장이었다. 한국도 개방과 융합의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