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사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나타나는 가장 일차적인 특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특징보다는 연결성이 제공하는 산업 차원의 가치를 이해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세계(physical world)와 가상세계(cyber world)를 연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융합 세상을 사이버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s)이라 부르는데,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가상세계에 만드는 형태로 실현된다. 즉 사이버물리시스템은 단순히 통신기술을 이용해서 사물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지능이 현실세계 사물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물들에 영향을 미치는 융합시스템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사이버물리시스템의 개념은 사실상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개념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의 범위 다양한 만큼 다양한 방식의 연결 가능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사물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말한다. 여기서 사물이라는 것은 <그림 1>에 보이는 전기·IT 제품들처럼 비교적 인터넷에 연결하기 쉬울 것 같은 제품에서부터 사람이나 동식물, 안경이나 시계처럼 인터넷에 연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까지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집과 사무실 같은 공간이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도 사물이 될 수 있다.
사물의 범위를 이처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유형의 사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연결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연결은 지금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라고 하면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원격에서 공장의 기계를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며 그런 제품을 이용해서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왜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18세기 말부터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사물인터넷 역시 그러한 새로운 기술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어떤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사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그렇게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직접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아도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제품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이며 일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특징보다는 연결성이 제공하는 산업 차원의 가치를 이해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흔히 산업적 가치의 발굴은 사물들이 생성한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빅데이터 분석 결과물들은 데이터에서 발견되는 반복적인 패턴이나 일정한 규칙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산업적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를 개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데이터에서 찾아낸 어떤 규칙이나 패턴은 산업적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업적 가치는 다양한 연결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결성이 제공하는 다른 산업적 가치들은 알렉산더 오스터왈더(Alexander Osterwalder)와 예스 피그누어(Yves Pigneur)가 소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를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찾아낼 수 있다. <그림 2>처럼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비즈니스에 포함돼야 하는 9개 주요 사업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 기업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인터넷에 연결될 때 모든 사업 요소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왜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필요 이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재해석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제품을 만들거나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사물인터넷은 어떤 제품만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도 인터넷에 연결되며,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인터넷에 연결되고 그 기업에 부품이나 원료 혹은 별도의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도 인터넷에 연결된다.
이처럼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물론 그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까지 달라진다. 비즈니스 방식에서의 이러한 변화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하며, 기업들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산업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존처럼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만 판매하는 기업이 존재하겠지만, 어떤 기업들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서 다른 제품이나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를 활성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기업들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대신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청구하거나 이용하는 기능에 따라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디다스와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시점을 결정하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A라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B라는 기업이 연결될 때는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지게 된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해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 연기감지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력회사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이용함으로써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자동차 정비소들은 체계적인 자동차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OBD2(On Board Diagnostics 2) 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다양한 사물들뿐만 아니라 고객들과 기업들이 연결될 때 사물인터넷 시대는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결성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고객 가치, 새로운 산업적 가치가 존재할 것이다. 무조건 연결만 하려 하기보다는 어떠한 산업적 가치를 위해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