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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달라진 금융 환경, 규제를 재해석하라!
서영숙 숭실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2017년 08월호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핀테크 발전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인프라도 글로벌 수준에 버금가지만 현재 글로벌 핀테크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의 창업과 사업영위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금융 분야의 규제다.


국내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허점을 보인 후 전열을 가다듬은 알파고는 커제 9단에게 압승했다. 인공지능의 위대함이 다시 한 번 각인되는 순간, 커제 9단의 소감은 인간의 한계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핀테크, 디지털기술 활용해 기존 금융의 한계 극복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하는 한계는 기존 금융에서도 비켜갈 수 없다. 차세대의 금융은 이름부터 다르다. 재무와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가상의 세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한다. 플랫폼 형식의 핀테크는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발생했다. 디지털기술은 소외됐던 금융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제공한다. 이용자 쌍방에게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핀테크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의 핀테크에 대한 선호와 추종은 디지털 금융저변을 확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융복합’이다. 핀테크도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많은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기술, 서비스, 사업구조, 수익모델 등이 다양하게 융합된 산업이다. 혁신적인 ICT기술로 금융서비스를 디지털 플랫폼에 띄워 빠르고 편리하고, 그러면서도 혁신적으로 낮은 가격의 지급결제, 송금, P2P대출, 신용분석,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디지털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디지털 강국이다. 초고속인터넷, 거의 100%에 달하는 모바일폰 보급률 등 핀테크 발전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인프라도 글로벌 수준에 버금간다. 그런데 글로벌 핀테크시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우리 핀테크산업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핀테크 발전에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 기술, 인재, 경험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하다. 그러나 금융 분야의 높은 규제장벽으로 핀테크기업의 창업과 사업영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창업자들은 글로벌 수준의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해외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제품개발 이외의 다양한 규제 관련 이슈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이 우리의 촘촘한 규제와 높은 금융장벽으로 시작도 못하고 좌절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보도도 있다. 관계자들은 혁신서비스를 위한 생태계 조성과 규제개편, 실질적 지원정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016년 독일연방교육부에서 발간한 혁신적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10가지 프로그램(Vorfahrt fuer den Mittelstand, Bundesministerium fuer Bildung und Forschung)을 보면 독일정부가 독일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독일정부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변화와 혁신을 자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처해 있음을 간파하고, 중소기업의 구조적 한계 극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혁신 아이디어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정부가 나서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간소화한다. 영국도 스타트업이 등록되면 창업아이디어를 저해하는 요인을 당국이 나서서 찾아주고 지원하도록 규제당국과의 합동팀이 꾸려진다.


‘최근 잘나가던 인터넷은행 국회 늑장에 발목 잡혀’, 얼마 전 모 경제신문에 난 기사제목이다. 영업시작 후 불과 2개월 만에 1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 은행이 현행 규제로 인해 자본확충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 은행의 6월 말 기준 여신잔고는 5,700억원을 상회하며 그중 50% 이상이 직장인 신용대출이다. 시중은행보다 1~2% 저렴하고 간편한 모바일신청으로 10분 안에 대출이 가능해 월 2천억원씩 규모가 증대되고 있다고 한다. BIS 비율을 맞추려면 자본확충이 필요하나 추가 증자에 난항이 예상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에 이미 들어 있다. 금융의 환경과 형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금융규제들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때다.


신규 핀테크서비스에 맞는 규제 마련과 글로벌 수준의 규범체계 도입이 과제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핀테크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제안으로 첫째, 본인인증, 계약체결, 계약서 송부 등 전체 거래과정에서 오프라인 지점 방문 등이 필요 없도록 비대면거래가 활성화되고 일상화되기를 요구한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는 고객과의 직접대면 없이 온라인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자산을 운용하는 형태임에도 비대면 일임서비스가 허용되지 않는 등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전문 금융기관과 다른 특성을 가진 신규 핀테크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규제를 새롭게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크라우드펀딩, P2P대출, 로보어드바이저, 가상화폐 거래 등은 기존 금융법체계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오프라인에서 적용되는 규제방식을 온라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형태로 지속적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는 온라인 거래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외에도 규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글로벌 수준에 맞는 규범체계를 도입해 달라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핀테크가 발전한 국가들, 예를 들어 미국은 규제대상을 사전에 규모로 정한다. 명확히 금지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취한다. 중국은 핀테크 발전을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정부가 육성한다. 영국도 독일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유사하게 정부의 선도로 새싹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세제혜택 및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허브를 운영하는 등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행하고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병행한다. 금융규제 당국인 FCA도 혁신적 핀테크기업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은행에서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은행실무의 많은 경우 법규정은 정해진 형태나 방식 그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직원 나름대로의 융통성이 발휘되고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기존 금융에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규제항목들을 모바일 환경에서까지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은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융복합적 사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핀테크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규제당국은 핀테크 기업과 함께 책임 영역에만 머무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융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사고로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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