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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블록체인이 제공할 ‘가치의 인터넷’
이제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2017년 09월호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까지 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 기반 기술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가 2022년에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산원장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블록체인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뿐만 아니라 의료, 유통·물류, 나아가 공공·행정 서비스 개선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특징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복합돼 범위, 속도, 파급효과 측면에서 사회 전체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과거 디지털혁명이 시작됐을 당시 인터넷은 정보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 사이를 이어주는 단순한 소통장치의 기능이 강했다. 그 후 4차 산업혁명에 이은 지능정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소비자들도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게 되고 객체 간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블록체인(Block Chain)을 기반으로 한 제2의 인터넷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정보의 인터넷(Internet of Information)’을 뛰어넘어 거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변화시키고 기존의 비즈니스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을 제공할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거래정보가 암호화돼 구성원 간 공유되는 ‘분산원장’이 핵심
록체인이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보자. 글자 그대로 블록들이 체인처럼 연결돼 있어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거래정보는 하나의 블록에 저장되고 이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승인과정을 거쳐 새로운 블록으로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거래정보 처리와 보관을 위해 기존의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P2P(Peer-to-Peer) 네트워크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기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장부의 성격을 가진다. 실제 장부에 거래당사자와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이라는 온라인 장부에 거래발생 순서대로 관련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특징은 거래원장의 복사본이 각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 ‘분산돼(distributed)’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구성원들의 동의를 통해 해당 거래를 인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익명의 참여자들과 공공의 거래기록으로 이뤄진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완전 분산화된 공유시스템으로 인해 서로 모르는 익명의 네트워크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의 또 다른 장점은 해킹이 어렵다는 점이다. 분산원장기술의 특성상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 실시간으로 동시에 업데이트되는데, 이러한 경우 해킹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중앙 노드(node)가 존재하지 않아 하나의 거래이력을 변경하기 위해선 모든 노드를 동시에 조작해야만 한다.


블록체인은 결국 분산원장기술을 통해 거래정보에 대한 보안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제3의 신뢰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네트워크 참여자들 간의 거래정보를 신뢰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점에서 블록체인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을 뛰어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제2세대 인터넷의 핵심기술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더욱 탈중앙화되고, 더 개방적이지만 안전하며, 더 높은 접근성으로 모두가 공평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 데이터 활용 생태계 조성에 중요
블록체인시스템에 기반한 조직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기록, 보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로운 서비스 기반 구축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현재 주식시장과 같은 금융서비스산업에서의 지급, 정산, 결제 과정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에 민감한 각종 금융자산의 거래는 거의 실시간으로 하루 수백만 혹은 수천만건이 발생하는데, 현재의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서는 해당 거래들을 정산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블록체인기술을 사용한다면 계약이 완결되기까지 걸리는 비용과 시간의 획기적 단축이 가능해진다. 계약 내용과 실행 조건 등을 사전에 분산원장시스템에 입력해놓고 해당 조건들이 충족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진행되도록 하는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각종 유·무형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온라인 장부상에서 쉽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로봇이나 무인자동차 등과 같이 다수의 사물인터넷(IoT) 기계와 센서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생성되는 빅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블록체인과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은 활발히 활용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개인 의료정보의 기록·저장 및 보안을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환자와 병원, 보험사가 분산원장을 통해 모두 동일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의료서비스 제공이나 보험 계약내용 이행과 관련된 불필요한 마찰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임으로써 실제 의료서비스 분야로의 더 많은 재정과 자원의 투입이 가능해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유통·물류 분야에서의 공급망 관리(SCM)에도 적용될 수 있다. 원재료나 생산방식, 원산지 등과 같은 제품 탄생의 히스토리를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유통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함으로써 제품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은 소규모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국가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신뢰로 확장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과 같은 공공·행정 서비스를 통해 정부는 개인, 기업, 지역사회 등 각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정보와 피드백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합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신뢰성 있는 공공데이터 활성화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활용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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