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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철가방 음식 주문은 옛말···배달의 민족이 만들어가는 ‘푸드테크’ 혁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7년 09월호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은 어디인가요’라는 조사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는 회사가 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처럼 재치 있는 광고문구로 시선을 붙잡고, 치킨 감별사를 선발하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앱을 만드는 우아한 형제들 이야기다.


민을 이용한 다음부터 필자는 더 이상 전단지를 찾아서 음식점에 전화를 걸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참고해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른 뒤 주문하고 결제까지 끝내버리니 지갑을 꺼내 현금을 건넬 필요도 없다. 2010년 음식점의 전단지 정보를 입력한 앱으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인의 먹거리 문화를 혁신하는 한국의 간판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만나봤다.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 음식점 비즈니스 효율화 이끌어
배민은 명실상부한 국내 일등 배달앱이다. 앱 누적 다운로드는 3천만회를 넘었고, 월간 1,300만건의 주문이 이뤄진다. 하루 평균 약 43만건이다. 보통 한 번 주문해서 2명 이상 같이 음식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하루 100만명 이상이 배민을 통해서 음식을 시켜먹는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뭔가 주문해 먹고자 하는 한국인이 바로 떠올리는 서비스로 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외 벤처캐피털에서 지금까지 약 1천억원을 투자받았으며, 매출도 2014년 291억원, 2015년 495억원, 2016년 849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배민의 성장을 보면 음식 분야의 혁신을 뜻하는 ‘푸드테크’가 얼마나 빨리 뜨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창업한 보기 드문 사례인 김봉진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5월 실리콘밸리에서였다. 어떻게 하면 좋은 회사를 만들까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남달랐다. 서울에서 방문한 사무실도 인상적이었다. 사무실 곳곳에 기발한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가득했다. 한국에도 이렇게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배민은 경제불황 속에 고통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수익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기업을 성장시키면서도 어떻게 하면 상생을 이룰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2015년 ‘바로결제 수수료 제로’ 선언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우선 그에게 배민앱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줬는지 물어봤다.


“배달음식시장의 선택권을 소비자 쪽으로 옮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점에서 일방적으로 배포한 전단지를 보고 배달음식을 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소비자들이 직접 음식을 먹어보고 후기를 남기고, 이를 참고해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전단지, 전화번호 광고 등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광고할 수밖에 없었던 음식점 사장님들에게는 어떤 경로로 주문이 들어오고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올릴 수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요즘은 대형프랜차이즈 음식점보다 이런 똑똑한 작은 음식점들이 더 좋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장사를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배민 덕에 더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배달음식 하면 치킨, 중국음식, 피자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했는데 배민을 통해 이제는 배달음식이 더욱 다양화됐어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서 한국인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모바일 반찬가게, 프리미엄 음식배달서비스로 영역 넓혀
사업초기 배민의 비전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였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전도 변화해 2년 전부터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가 됐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비전에 맞게 사업도 확장 중이다. ‘배민프레쉬’는 온라인으로 반찬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배민키친’은 맛집 공동주방이다. 이태원의 맛집들이 강남에 위치한 배민키친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해 강남권에 배달한다. 배민라이더스는 초밥, 삼계탕, 수제버거 등 배달음식의 범위를 인기 맛집으로 확장한 프리미엄 음식배달서비스다. 그런데 최근 이 프리미엄 음식배달서비스 영역에 글로벌 스타트업 공룡인 우버가 ‘우버이츠’를 내세우며 들어왔다. 위협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오히려 우버이츠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프리미엄 배달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답했다.


배민은 평등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스타트업 조직문화로도 유명하다. 우아한 형제들에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휴가 가거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등의 소통과 자유를 강조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과 같이 규율을 강조하는 부분도 있다. 또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 책 구매비용 무제한 지원 등 직원의 휴식과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도 인상적이다. 김 대표는 “일을 하는 데 수평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배민은 자율과 규율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에서 ‘치믈리에’ 같은 홈런 아이디어가 자발적으로 나왔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치킨의 맛과 향, 식감을 구분할 수 있는 전문가를 뽑아 치믈리에 자격증을 준다는 이 이벤트는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화제가 됐다. 사내 워크숍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를 팀원들이 활발하게 토론하면서 발전시킨 것이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사실 이런 큰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있다”며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것보다 팀워크를 통해 더 많은 혁신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하면 철가방 음식 주문을 떠올리면서 얕잡아 보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것보다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민이 활약하는 푸드테크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혁신의 무대다. 전 세계 각 도시마다 수많은 음식배달앱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문, 결제, 요리, 배송 등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적용되는 등 혁신의 노력도 엄청나다. 이 영역에서 세계 최대 회사는 알리바바가 2조원 이상을 투자한 중국의 ‘어러머’라는 스타트업으로 이미 몸값이 6조원을 넘었다.


이에 뒤질세라 배민도 올해 ‘배민 데이빗’이라는 100억원짜리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음식, 맛, 양, 취향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된 수천, 수만의 우리말 표현을 익혀 고객들이 더 쉽고 편한 방식으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또 푸드테크라는 회사에 120억원을 투자해 자영업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주문과 결제, 배달 등을 통합 처리할 수 있는 POS시스템 개발에도 나선다.


배민 본사 카페에는 배민 특유의 유머로 가상 연혁이 적혀 있다. 2027년에는 누적주문 수 100조건을 돌파하고 2035년에는 우주배송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배민의 추진력과 요즘 세상의 변화를 볼 때 꼭 농담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빨리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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