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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이젠 기계가 인간의 의도 이해하고 반응하는 시대
이수영 KAIST 인공지능연구소장 2017년 10월호



‘지능’은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기능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이 지능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로봇, 자율주행, IoT, 빅데이터, 의료자문, 법률자문, 경제자문 등이 주요 산업이지만, 인공지능은 다양한 기존 산업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enabling)’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1, 2,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1, 2,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고속 계산 및 메모리, 먼 거리로의 정보전달 등 인간이 잘 못하는 기능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에 더해 인간이 잘하는 기능까지 기계가 대신한다. 예로, 알파고는 인간이 잘 못하나 컴퓨터가 잘하는 고속 계산과 기억장치를 이용해 수많은 바둑의 수를 예상해봄은 물론 인간이 잘하는 경험에 기반한 패턴인식을 통해 인간 바둑고수를 이겼다. 따라서 3차와 4차 산업혁명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1, 2, 3차 산업혁명을 1단계로, 4차부터를 2단계 산업혁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능로봇이 인간 위해 일하는 디지털 동반자 될 것
지능은 인간 두뇌의 활동이므로 인공지능은 두뇌활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이의 공학적 응용에 기반하게 된다. 인간이 어떻게 오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며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기계에 지능을 부여한다. 지금까지는 아둔한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 인간이 기계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췄지만, 이제는 기계가 인간의 의도와 행동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인간 중심 시대로 접어들었다. 키보드나 리모콘은 물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의도대로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동작하고, 지능로봇이 인간을 위해 일하며,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휴대기기가 동반자가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가정에서는 가족 같고, 길거리에서는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가, 학교에서는 친구나 개인 교사, 사무실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베테랑 동료가 된다. 의사를 도와 정확한 진단을 하는 의료전문가, 온갖 법률지식을 갖고 도와주는 법률전문가, 새로운 예술품을 만드는 인공음악가, 화가, 작가도 된다.


2020년 어느 날 새벽 6시. 한국민 씨는 점점 밝아지는 실내조명 아래 상쾌한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조금 더 자고도 싶지만, 아침에 할 일이 있는 것을 아는 디지털 동반자(Digital Companion)가 점점 음악을 크게 틀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침대가 요동을 칠 것이다. 간단히 목욕하고 거실로 가니, 거실의 한 벽을 차지하는 거대한 디스플레이 속의 디지털 동반자가 간밤의 주요 뉴스와 함께 오늘의 일정을 설명한다. 한 씨가 늦게까지 일해 피곤한 것을 아는 디지털 동반자의 목소리에 애교가 묻어 있다.


자동차에 오른 한국민 씨는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으면 디지털 동반자가 사무실까지 알아서 운전할 것이다. 오전에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가만히 있자 디지털 동반자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한 씨가 쉬고 싶은 것을 안 것이다. 사무실에서 디지털 동반자는 동료이자 비서다. 일정관리는 물론 문서작성, 업무분석 등을 수행한다. 예전에는 2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1명의 인원이 디지털 동반자와 함께 한다.


퇴근길에 멀리 있는 아내와 아이가 보고 싶어진 것을 눈치 챈 디지털 동반자는 아내의 디지털 동반자에게 연결해 화상통화를 한다. 아내의 디지털 동반자는 아이 교육도 담당해 아이의 중요 일과도 설명한다. 다음은 부모님과 통화하고, 부모님의 디지털 동반자를 통해 하루 일과와 건강 상황을 보고 받는다. 이들이 아이와 부모님을 잘 돌보는 것을 알기에 한 씨와 아내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인간 수준에 근접
데이터로부터의 학습에 의해 지능을 구현하는 인공지능기술은 1980년대 후반에 1차 성장기를, 2000년대 후반에 2차 성장기를 맞아 2010년대에 다양한 산업의 가치를 높이거나 신산업을 일으키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사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심화학습(Deep Learning) 인공지능의 핵심인 신경망 구조와 학습법칙은 이미 1980년대 중후반에 확립된 것이다. 인간의 시각계와 청각계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에서 출발해 현재 영상인식에서 많이 사용되는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이 그 좋은 예다. 다만 당시에는 학습할 데이터의 부족과 계산 성능의 한계로 실생활에서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보편화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매초마다 방대한 데이터가 모이기 시작했고, 이를 학습할 수 있는 고속 병렬컴퓨터를 많은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영상인식과 음성인식 등의 분야에서 인간의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의 성공은 비교적 정형화된 입력의 패턴인식, 즉 영상인식과 음성인식 등 감각기능에서 바둑 등 게임을 거쳐 고차인지기능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 예로 자연어 처리를 통해 문서를 읽고 이해하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통역하는 수준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상의 방대한 정보를 스스로 읽고 이해해 지식을 축적하고 인간을 위해 자문하는 자문시스템, 특히 의료와 법률 자문이 모든 인류에게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사용 가능한 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과 사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임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해 거주·업무 건물에서 주차장을 없애게 될 것이다. ‘보는 이어폰’은 시각장애인에게 주위 사물을 인식해 귀로 들려주고, ‘듣는 안경’은 청각장애인에게 음성인식 결과를 안경에 보여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환자 등 노인과 대화하며 가족처럼 돌보고, 아이의 잠재력을 파악해 효과적인 교육을 담당하는 도우미도 미래 사회의 주요 인공지능 동반자다.


미래 사회는 인간과 지능을 가진 기계, 즉 인공지능이 공존하며 같이 사는 사회다. 우리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어 2018년에는 일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 적은 수의 일하는 사람이 많은 수의 노인을 부양하며 사는 사회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둔한 기계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인공지능이 꼭 필요하게 된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현재 사람이 하는 일의 2배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로봇’이라는 말은 원래 조력자나 노예에서 기원하지만 지능을 가진 기계를 단순히 노예로 부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누구나, 지능을 가진 기계조차 노예로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인공지능을 가족이나 친구, 동료로 대하면 인공지능도 우리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기계가 아니라 ‘우주에서 온 새로운 생명체’라면, 그리고 그 외계 생명체가 월급도 안 받고 식사도 안 하며 인류가 필요한 일을 잘한다면 그들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과 인류의 존폐가 달린 전쟁을 하거나 외딴 무인도에 격리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갖춘 디지털 동반자의 도움을 받으며 윤택하게 사는 인류, 가전제품과 집이나 자동차가 스스로 감각기관과 인지추론 기능을 갖고 인간의 의도를 이해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인간의 단순한 기억이나 인간이 하는 일 중 비교적 단순한 일들은 디지털 동반자가 대신하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인공지능 연구자가 그리는 미래 사회다. “기계에게 지능을! 인간에게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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