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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학점제 방식의 무학년제 도입하자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2017년 11월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서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 교육 분야에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이 밀려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해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것은 학교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우리 사회 전반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 분야만 살펴본다면 환경의 변화가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더라도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시대 적응력,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민첩성, 인간 고유의 창의성 길러야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바와 같이 저출산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교육계에 한 명의 아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퇴직 이후에 오랜 기간을 살아야 하는 노년층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복지정책의 핵심은 결국 학습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평생학습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급격히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다문화 결혼의 증가 등으로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재학생의 과반수가 다문화 학생인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한글 교육, 기초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며, 다문화 이해 교육도 시급한 과제다.


글로벌 경쟁이 이제 교육 분야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국외 유학과 해외 유학생 유치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을 넘어 IT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학습 방식의 확대로 인해 국경 없는 교육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와 그로 인한 교육격차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이나 교육적 지원은 유아교육의 단계에서 시작돼 대학입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 분야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교육시스템 전반에 대한 혁신적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서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 교육 분야에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이 밀려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은 개별적으로 발달해왔던 각종 기술들 사이에서 ‘융합’이 이뤄지면서 종전의 산업혁명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창의적인 기술이 이제는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이 길러야 할 인재상을 생각해본다면 기존의 인재상과 유사한 점과 더 추가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기존의 인재상을 살펴보면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를 고루 갖춘 인재’,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전인적 인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가 길러야 할 인재상은 기존의 인재상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더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능정보사회에서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기기를 이해하는 능력)’를 길러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맞는 ‘디지털 시민의식(Digital Citizenship)’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인류애에 기반한 ‘인문적 소양(Humanity)’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특히 인간에게 부여될 많은 여가시간을 생각해본다면 이를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인문적 소양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민첩성(Agility)’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정된 사고의 틀을 바꾸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Creativity)’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학업 성취수준, 심리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구현으로 개별 학습자에 가장 적합한 학습경험 제공해야
현재의 교육제도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이룩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사회형 제도인 학교는 대량생산 방식의 공급자 위주라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 개인의 흥미와 소질, 적성, 학업 이력과 수준, 학습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운영하고 엄격한 상대평가를 통해 선별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육의 내용에 적응하고 수준에 맞추는 것은 학생 개인의 몫으로 여겨져온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기존 학교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차원에서는 위기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것은 학교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의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맞춤형 교육이란 개별 학습자의 학업성취 수준, 심리 특성,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학습자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방식의 교수지원을 의미한다. 교육의 원형(原形)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하는 것’을 상정해볼 수 있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주 오래됐지만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교수-학습 과정’을 중심으로 학교제도를 구성하는 하위 교육제도에 대한 개선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유연한 학교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식과 이해 위주의 인지적 교과 학습의 영역에서 학습자의 학업성취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도록 학점제 방식의 무학년제가 도입돼야 한다. 학생 개인의 필요와 학습 성과를 반영해 다양하게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맞춤형 교육이 적용되기 위해서 교육과정의 측면에서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학생 개인별로 개별화된 교육과정이 도입돼야 한다. 학년군이나 학교급별로 모든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핵심 성취기준(standards)을 설정하고, 이 성취기준에 따라 절대평가에 의해 이수를 점검할 수 있는 성취수준(mastery level)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평가의 측면에서는 모든 학습자들이 학습의 과정에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절대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래형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의 역할 변화도 요구되는데,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정해진 대로 가르치는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생의 성공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학습 멘토, 코치, 컨설턴트’ 역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꿈이 이뤄지도록 하는 교육제도를 구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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