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연중기획
핵심은 IT의 정보처리, 데이터 확보와 사용전략 중요해져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17년 12월호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도 IT가 결합되면 제품에 IT의 성격이 나타남으로써 경쟁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인더스트리 4.0 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람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나 생각은 다르지만 ‘IT가 다른 기술과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대규모의 혁신’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IT가 자동차기술과 결합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제조기술과 결합하면서 스마트팩토리 혹은 인더스트리 4.0이 등장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IT는 다른 기술과는 성질이 다르다는 점이다. IT는 정보라는 가상의 재화를 다루기 때문에 물체의 운동법칙과 같은 물리적인 법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저장용량이나 계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자동차와 같은 기계기술은 물리적인 운동에 대한 기술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전속도가 느렸다. 지금까지 빠른 발전을 한 IT가 다른 기술과 결합을 하면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IT와의 결합이 불러온 산업계 지각변동

IT가 다른 기술과 결합되면 기존의 기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IT는 스스로 길을 찾고 장애물에 대처하는 일을 해줌으로써 자동차라는 제품을 혁신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용화되면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는 엄청난 산업의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를 운전할 필요가 없어지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도 없어진다. 다른 사람과 자동차를 공유하면서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비용이나 편리함에서 훨씬 낫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 타는 것처럼 미리 가입한 운송서비스 회사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필요할 때마다 불러서 타고 다니는 형태로 산업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산업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제조, 자동차 보험 등 관련 산업이 크게 바뀔 것이다.


이는 다른 소비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일상생활에 들어오면 TV나 다른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패턴과 산업구조도 바뀔 것이다. 현재는 소비자들이 TV와 같은 제품을 선택할 때 제품 자체의 화질이나 가격 등과 같은 물리적인 속성을 고려해서 구매를 결정하지만 TV에 인공지능과 같은 IT가 결합되면 TV에도 IT의 특징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TV와 결합되면 각 사용자의 특성과 사용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작동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특성을 정확히 학습하는 능력이고, 인공지능 학습의 정확성은 알고리즘은 물론 얼마나 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확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TV가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TV가 될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인공지능으로 더 많은 사람이 쏠려 자연스럽게 독점이 되는 소위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현상은 SNS나 검색엔진과 같은 IT 서비스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이처럼 IT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 TV나 자동차 같은 제품에 IT가 결합되면서 IT의 특성이 이런 제품에도 전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이 같은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IT가 다른 기술과 결합되면서 기존의 기술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그런데 IT가 할 수 있는 일은 심하게 말하면 정보처리밖에 없다. IT가 자동차의 기계적인 성능이나 제조설비의 생산속도를 직접 높여주지는 못한다. 결국 IT가 다른 기술과 결합해 나타나는 다양한 혁신은 IT가 정보처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것이나 인공지능이 개개인에게 꼭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정보처리가 향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발적 데이터 공여 유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해야

IT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보, 즉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IT가 발전해도 정보 없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은 양질의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활용할 수 있느냐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하는 기계학습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알고리즘이 발전한다고 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가 있어야 4차 산업혁명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혁신과 변화가 가능하다. 즉 4차 산업혁명은 다른 의미로는 데이터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전략적 변화와 데이터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도 IT가 결합되면 제품에 IT의 성격이 나타남으로써 경쟁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인더스트리 4.0 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사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자발적인 데이터 공여를 유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제품과 서비스의 성격과 경쟁원리가 바뀔 텐데 예전의 경제논리로 산업을 규제할 경우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산업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규제의 정도가 강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정책도 개혁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인정보 규제를 적용받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분야에서는 풍부한 데이터로 시장을 선점한 기업을 따라잡기가 극히 어렵다. 따라서 나중에 여건이 되면 개선한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는 맞지 않고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내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에 정부의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