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고기,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을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에 대한 30대 여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밤중에 주문을 해도 다음 날 아침 배달을 해준다고? 솔직히 믿기지 않아 얼마 전 식품 몇 가지를 밤 10시 50분쯤 주문해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주문한 상품이 보냉상자에 담겨 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샛별배송’이 가능한 것일까.
창업 3년 만에 회원 50만명 달해…식품 안전성 등 70가지 항목 면밀히 심사 김슬아 대표가 2015년 1월 창업한 마켓컬리는 3천가지의 엄선된 식품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한다.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5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목표를 1,600억원으로 잡을 만큼 고속성장 중이다. 50만명의 회원 중 여성이 95%에 달한다. 지난 2016년 말에는 세마트랜스링크 등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등 글로벌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에서 오래 일한 인재다. 세계를 누비며 억대 연봉을 받던 커리어우먼이 도대체 왜 창업이라는 어려운 길에 들어섰을까.
“직장에 다니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쇼핑할 시간이 없어요. 대형마트에 간다고 제가 원하는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그런 제품을 찾아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면 낮에 배달이 되기 때문에 받기도 어렵고 신선식품은 상하기도 해요. 바쁜 사람들은 어디서 장을 봐야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직접 창업에 나섰습니다.”
김 대표는 직장 여성으로서 본인이 겪던 불편함에서 창업의 기회를 찾아냈다. 그리고 전국의 품질 좋은 신선식품을 고객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남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필자가 본 마켓컬리의 성공비결은 “내가 만족하는 좋은 식품을 고객에게 판다”는 확고한 신념과 실행 중 겪는 어려움을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 해결하는 능력이다.
마켓컬리는 먹거리에 관한 한 덕후들의 회사다. 김 대표부터 와인, 치즈 등의 마니아라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파는 것은 고객에 대한 배신입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유기농채소브랜드 장안농장, 프리미엄 소고기 본앤브레드 등 자신이 이미 애용하고 높은 품질로 잘 알려진 업체들을 설득해 마켓컬리에 입점시켰다.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직원들은 상품위원회를 만들어 수많은 제품을 직접 먹어보고 판매를 결정한다. 식품의 안전성 등 70가지 항목을 면밀히 심사한다. 심지어 김 대표는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약 3천개의 상품을 모두 직접 구매해봤다. 구매과정을 테스트해보고 시식도 해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신선식품을 배송하려다 보니 큰 난관에 봉착했다. 산지에서 최단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해야 하는데 냉장차량의 수요가 주로 낮에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지는 것이다. 냉장차량의 수요가 적은 시간이 언제인가 보니 새벽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집을 비우는 낮에 배송받는 것보다 새벽에 배송받고 아침에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좋겠다 싶어 새벽배송이 시작됐다.
새벽배송 비결은‘머신러닝’ 통한 주문량 예측 마켓컬리는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직접 구매해서 판매한다. 미리 구입해둔 신선식품이 제때 판매되지 못하면 폐기처분해야 하고, 그렇다고 적게 구입해두면 품절사태가 일어나 고객들의 불만을 산다. 이런 부담에도 어떻게 주문과 공급을 맞춰서 매일 밤 11시까지 주문을 받아 새벽에 바로 배송해줄 수 있었을까.
“기존 데이터에 의거해 주문이 들어올 만큼 정확히 맞춰서 전국에서 구매해놓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주문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매일 노심초사하며 날씨와 고객들의 주문상황 등을 보면서 상품을 준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예측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 과정에서 김 대표의 실사구시 정신이 돋보였다. “우리는 기술회사가 아니지만 문제에 맞닥뜨리면 열심히 구글링을 해서 해결책을 찾아봅니다. 솔루션이 오픈소스로 있거나 그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전 세계 어딘가엔 있습니다. 연락해서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줍니다.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 머신러닝으로 수요예측 시스템을 만든 마켓컬리는 요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농산물의 품질보증을 하려고 한다. 자체적으로 사물인터넷 기술과 현장 실사를 통해 농축산물의 생육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장·배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써보겠다는 것이다.
또 난관을 만나면 그것을 기회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홈페이지를 해킹당해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빠르게 수습하고 이를 계기로 취약한 데이터 센터에 있는 서버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옮겼다.
이처럼 마켓컬리는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한다는 스타트업의 기본에 충실한 회사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만든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스템을 이제는 전국의 식품업자들에게 오픈해 신선식품을 편하게 배송할 수 있는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마켓컬리도 한국의 촘촘한 규제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전국의 유명 빵집, 음식점 등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요즘 오프라인 매출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저희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텐데요. 현행법상에서는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공장규모의 식품제조공간을 갖춰야 해서 최소 2억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영업자들이 이런 큰 투자를 하기 어려워 좋은 음식들이 널리 퍼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온라인이 없던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가 스타트업의 성장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 성장에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다. 규제가 참으로 많은 영역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다시금 느꼈다.
마켓컬리는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생산자들을 돕는 물류 플랫폼이라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유통의 형태를 바꾸는, 큰 변화를 주도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는 세계 수준의 고급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농가가 많지만 외국에 한국식품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수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농부들을 설득하고 데이터를 쌓아서 우리가 식품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꼭 해보고 싶습니다.” 마켓컬리의 문제 해결 능력이라면 꼭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의 규제만 없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