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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그까짓 쓰레기통? 남다른 폐기물 종합관리솔루션입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8년 03월호




지난 1월 말 미국 볼티모어시가 16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발표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스마트 쓰레기통 4,500개를 설치해 거리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쓰레기 수거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회사는 한국의 이큐브랩이라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경쟁입찰에 들어갔던 보스턴의 경쟁회사 빅벨리(Bigbelly)는 즉각 반발했지만 볼티모어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의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우선시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 미국에서 어떻게 한국의 스타트업이 이런 큰 계약을 따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이큐브랩 본사를 찾아 권순범 대표를 만났다.


태양광으로 작동, 무선으로 정보 전달…출시 5년 만에 50여개국에 보급
이제 서른이 된 권 대표는 창업 8년 만에 이큐브랩을 직원 40명에 올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그가 처음 스마트 쓰레기통 아이디어를 낸 것은 2010년 대학 3학년 때였다. “신촌에 쓰레기가 넘치는 것을 보고 해결책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근무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쓰레기가 넘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저걸 압축하면 더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한 것이 시초입니다. 그것이 학생프로젝트로 연결됐고 그 다음 해에 법인을 설립했죠.”

학생이 당장 사업을 끌어갈 종잣돈이 있을 리 없다. 궁여지책으로 각종 공모전, 경진대회에서 상금헌터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모전에서 돈 이외에도 얻은 것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계속 받으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됐다. 더 완전한 사업계획을 만들기 위해 고객인 환경미화원 등을 인터뷰하는 등 시장조사를 열심히 했다. 공모전을 통해 초기 사업비용 5천만원 정도를 충당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어설픈 프로젝트가 사업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 벤처투자사로부터 20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이렇게 해서 처음 제품을 내놓은 것이 2013년 초다. 만 5년이 지난 지금은 50여개 국가에 3천여개의 이큐브랩 스마트 쓰레기통 클린큐브와 클린캡 등을 보급시켰다.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창업 전까지는 해외경험이 전혀 없던 권 대표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외진출을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 경쟁 제품이 없으니 조달청 경쟁입찰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국내에서 안 되니 어차피 죽을 것이면 나가서 죽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무작정 홍보메일도 보내고 관련 해외전시회에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참여한 전시회가 효과가 컸다. 아시아 젊은이들의 회사를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줬다.
반면 쓰레기통을 만든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좋은 팀 같은데 왜 그런 사업을 하냐며 다른 아이템을 하면 투자해주겠다고 한 투자자도 있었다. “그까짓 것 누가 못 만드냐”라거나 “중국 회사들이 쉽게 모방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거리에 노출돼 있는 쓰레기통이 센서를 달고 태양광으로 몇 백킬로그램 용량의 쓰레기를 압축하면서 그 상황을 통신으로까지 전달하며 쉽게 고장도 안 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큐브랩의 클린큐브는 100% 태양광에너지로 작동해 쓰레기를 강력한 힘으로 압축해준다. 기존 가로변 쓰레기통보다 최대 8배 더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고, 쓰레기가 얼마나 찼는지 무선으로 시청에 전달해준다. 여기에 확실한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최적의 수거차량 운행코스까지 알려줘야 했다. 그래서 이큐브랩은 수거차량에도 GPS를 달아서 배차방법까지 알려주는 종합관리솔루션을 만들었다. 그게 바로 이큐브랩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데이터를 관리하는 폐기물관리 서비스까지 파는 것이다. 직원 40명 중 25명이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쌓인 데이터에 의거해 최적화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도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이 적용된다. “스마트 쓰레기통만 설치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은 중국 도시들도 저희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하이에서도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볼티모어 입찰에서도 가격경쟁력과 함께 쓰레기 수거를 위한 종합관제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볼티모어시의 프로젝트는 쓰레기 수거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금액의 프로젝트라고 합니다”라며 권 대표는 웃음과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레퍼런스 확보 위한 국내 지자체 실증 지원 절실
이큐브랩의 솔루션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고객은 미국과 호주의 도시들이다. 인건비가 비싸고, 쓰레기 수거를 민간 회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곳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효율성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특히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항은 이큐브랩의 시스템을 도입해 400개의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한 이후 수거·관리 비용을 90% 절감했다.
이에 반해 권 대표는 한국, 일본 등에서는 판매를 확장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국, 일본은 관 주도로 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에 소극적인 것 같다는 얘기다. “한국의 지자체들은 AWS(아마존웹서비스)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우리 시스템은 다 AWS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쓰레기통만 팔고 나중에 관리해주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클라우드시스템을 쓰면 이큐브랩이 각국의 데이터센터에 서버장비 등을 설치하고 수거시스템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도 더 쉽다.
이큐브랩은 그래도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서울시를 시작으로 고양, 전주, 부산, 제주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용이 금지돼 있어 국내에서 종합관제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 대표는 스마트시티도 최근에 중국, 인도, 캐나다 등이 치고 나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나 지자체에 이렇게 주문했다.
“IoT(사물인터넷)나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레퍼런스가 없으면 못 나갑니다. 한국 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하지 않으면 망합니다. 한국 지자체들이 이런 새로운 시도를 수용해주지 않으면 레퍼런스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우리 같은 기업들을 위해 R&D 비용을 지원하는 것보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주는 실증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을 중국이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잘 수용해줍니다.”
권 대표는 이큐브랩의 솔루션을 전 세계 모든 쓰레기 수거회사가 쓰는 표준 같은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전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지 이큐브랩의 쓰레기통을 쉽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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