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연중기획
뱃속 태아얼굴 딥러닝으로 보여준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8년 07월호





엄마의 뱃속에 잉태 중인 태아를 보여주는 입체 초음파사진.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쁘고 신기하지만 사실 어렴풋이 아기의 얼굴윤곽을 보여줄 뿐 실제 생후 아기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낳은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문제를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베이비페이스’ 기술을 초음파사진에 적용하면 생후 아기 모습과 아주 비슷한 실사 얼굴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본 예비 부모들이 모두 ‘대박’이라고 외쳤을 정도다.


소프트웨어 배우려 입사한 회사에서 인공지능에 눈떠
지난 5월 네이버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D2데모데이에서 알레시오의 ‘인공지능 기반 먼저 만나는 우리 아기’ 발표를 듣고 이 회사가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개발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알레시오의 김다운 대표를 만나봤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서울시립대 전자과 재학 시절 로봇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많은 경진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그런데 하드웨어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안 만들어지면 좋은 하드웨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는 싶은데 대학생으로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특허에 관심이 많아 변리사 공부도 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출원 여부를 찾아보면 웬만한 것은 이미 다 등록돼 있었다. 실망스러웠다. 취업으로 방향을 바꿔 삼성SDS에 들어갔다. 회사에 가서 소프트웨어를 배우겠다는 심산이었다(이렇게 직장을 학교로 삼는 창업가들이 제법 있다. 이들은 창업을 위해 공부가 필요할 때 그것을 잘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배우고 나온 뒤 창업에 나선다).
물론 창업을 생각했기 때문에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3년 반 동안 일을 하게 됐다. 빅데이터 연구소에서 일을 했는데 상사가 딥러닝(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한 학습을 통해 인간처럼 판단하게 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덩달아 일찍 인공지능 트렌드에 눈을 뜨게 되는 행운을 잡았다. 2016년 알파고 충격으로 인공지능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의 일이다. “딥러닝은 정말 충격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산업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유튜브 등 동영상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방끈이 짧아 하고 싶은 연구를 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또 딥러닝이라는 신기술을 응용한 프로젝트를 회사에서는 허용해주지도 않았다.

너무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실망한 그는 다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논문을 쓰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특히 본인이 만든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직접 쓰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2016년 9월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유방암 종양을 찾는 것을 인공지능이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기술보다는 영업이나 규제가 회사의 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스타트업이 하기에 적당치 않은 것 같아 다른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기술···초음파사진 판독해 실제 얼굴 만들어내
2017년 4월쯤의 일이다. 김 대표의 삼성SDS 동기 30여명이 다 결혼을 했다. 그리고 2세를 얻으면서 태아 초음파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예쁘다”를 연발하는데 미혼인 김 대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가면 같은 윤곽만 보이는 초음파사진은 아기 얼굴이 보이기는커녕 무섭거나 징그러운 느낌이 드는데 왜 예쁘다는 것일까. 그러다가 ‘딥러닝을 이용하면 이 사진을 진짜 아기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디어를 주위에 이야기하자 “누구나 아이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전 세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술이라 쉽지 않았다. 초음파사진 데이터를 모으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이 기술이 될지 안 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알레시오의 기술은 초음파사진에서 실제 아기얼굴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특징들을 딥러닝으로 판독해 추출한 다음 실제 얼굴 모양을 만들어낸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삼성SDS의 에이스 개발자로 김 대표와 의기투합해 나온 최광민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단 3개월 만에 데이터의 정밀도를 높여줬다. 그런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말 네이버의 투자도 받았다.
현재는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중이다. 고객이 직접 알레시오 사이트에서 사진변환을 의뢰하는 B2C 방법, 산부인과나 유아 관련 회사와 제휴해 B2B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등을 모색 중이다. 해외진출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신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알레시오의 베이비페이스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수요가 있고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키워나가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질문했다. “인공지능은 정보가 많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술과 노력으로 90%까지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데이터접근성이 좋지 않고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알레시오도 베이비페이스 기술 개발을 위해 데이터가 많이 필요했는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나하나 돈을 주고 구입하기도 하고 온갖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가치의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모두 중국에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데이터를 구하기 쉬운 중국이 인공지능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정부지원 사업에서는 빅데이터 연산에 꼭 필요한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사는 비용이나 데이터를 가공해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스타트업 하는 것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사업에서 만난 멘토들도 도움이 됐고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신박하기 이를 데 없는 알레시오의 베이비페이스 기술이 글로벌하게 보급돼 “전 세계인이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김 대표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