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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예약 없이 언제든 가능한 수업으로 바쁜 직장인 공략 성공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8년 08월호



최근 2년간 틈틈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제 한어수평고시(HSK) 4급에 합격했을 정도로 초급단계는 넘어섰는데 문제는 회화다. 중국어 선생님과 대화연습을 하지 않는 한 회화가 늘지 않는다. 그래서 전화중국어를 해볼까 했는데 바빠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자투리 시간이 났을 때 중국인과 대화하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반가운 앱을 만났다. 영어와 중국어 온디맨드(on-demand) 수업을 제공하는 ‘튜터링’이다. 아무 때나 앱에 들어가서 대기상태인 중국어 선생님을 고른 뒤 20분 동안 1 대 1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동영상이 아닌 음성으로 연결되며, 앱에 나오는 중국어 교재를 선생님과 같이 보고 공부할 수 있어 부담도 없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원어민과 공부가 가능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튜터링의 김미희, 최경희 두 창업자를 만나 어떻게 이런 앱을 만들게 됐는지 들어봤다.


서비스 출시 2년도 안 돼 100배 이상 성장
“업무에 필요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데 학원에 등록하고도 바빠서 결석하기 일쑤였어요. 마땅히 좋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 불편함을 풀고자 튜터링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죠.”
김미희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2006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품기획 등을 하다가 2009년 자원해서 갤럭시 시리즈의 UX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던 때다. 당시 한창 팽창하던 스마트폰시장을 보며 김 대표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제품으로 구현해보고 싶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속속 떠올랐습니다. 창업에 대한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죠.”
튜터링은 2011년 사내공모전에 냈던 아이디어다. 공부가 필요할 때 실시간으로 교사를 연결한다는 점이 당시만 해도 참신했다. 하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아쉬웠다. 2014년 회사를 휴직하고 카이스트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장차 창업을 위해 자신에게 부족한 비즈니스 역량을 채우고자 하는 포석이었다. 학교에서도 프로젝트로 발표한 튜터링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2015년 말 퇴사하고 창업에 나섰다.
“회사가 싫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갈증이 있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낼 때마다 다 거절을 당했습니다. 대기업이다 보니 모두 해볼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창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교육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업계 경력이 11년이고 창업경험도 두 번이나 있는 학교 선배 최경희 대표에게 튜터링에 들어와 달라고 요청했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김 대표의 끈질긴 권유에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됐다. 최 대표도 마침 스타트업 동네에 끌리고 있던 참이었다.
김 대표는 2016년 2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첫 튜터링 서비스는 그해 9월에 출시했다. “돌이켜보면 창피할 정도로 형편없는 서비스였습니다. 하루에 수업을 받는 사람이 10명도 안 됐어요. 한 시간에 한 명 들어오고 그랬습니다.”
온라인으로 고객이 한 명이라도 들어오면 전 직원이 숨죽이고 지켜봤다. 고객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수업 만족도가 어떤지, 왜 수업을 들으려 하는지 등을 자세히 물어보고 고객에 대해 연구했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통했는지 이제 겨우 창업 3년 차, 서비스를 내놓은 지 2년도 되지 않아 튜터링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하루 10번의 수업도 열리지 않던 것이 이제는 하루에 1,500건의 수업이 열리고 저녁에는 동시에 100명이 수업을 받을 정도가 됐다. 초기와 비교하면 10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튜터링에 가입해 체험해본 회원 수도 53만명까지 늘었는데 올해 안으로 100만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매출도 쭉쭉 올라가 월 5~6억원이 나오는 수준이 됐으며 하반기엔 더 성장해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했을까.
“튜터링은 가성비가 높다는 것이 차별화 요소입니다. 한 달 6만원 정도에 20분 수업을 12번 할 수 있는데요, 시중 유명 전화영어의 절반 가격입니다.” 즉 기존 전화영어에 비해 가성비가 높으면서도 예약 없이 언제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폭발적인 성장의 비결이다. 특히 초급수준을 벗어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들이 고객의 70%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통해 성장 발판 마련…향후 과외시장, 해외진출 등 계획
튜터링은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르치고자 하는 원어민 강사(튜터) 문제도 풀었다. 원격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의 경우도 교재를 준비해야 하거나 미리 시간을 정해놔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튜터링은 강사가 원할 때 언제든지 들어와서 교재를 준비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학생을 가르치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해외에 있는 강사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난 덕분에 강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지금은 500명 이상의 강사가 활동하고 있다. 영어수업이 자리를 잡자 2017년 10월부터는 중국어수업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튜터링이 순조롭게 성장하는 데는 예전보다 훨씬 활성화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모판 역할을 했다. “처음 창업했을 때는 지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파크랩스, 롯데액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 등 초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저희처럼 액셀러레이터를 세 곳이나 거친 곳이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투자와 도움을 받아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죠.” 김 대표의 말이다.
스타트업은 대개 초기 성장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사업방향을 크게 수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튜터링처럼 순항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김 대표가 삼성전자와 카이스트 MBA 과정을 거치며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었고 최 대표 등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재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튜터링은 지난해 5월 빅베이슨캐피털 등 투자사들로부터 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앞으로 튜터링을 어떻게 키워가고 싶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튜터링은 한국의 영어교육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혀보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은 1 대 1 과외가 큰 시장인데 아직도 지하경제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과외를 튜터링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전 과목에서 가격거품을 없애고 저렴하게 1 대 1 과외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튜터링은 본글로벌(born global) 제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지 마케팅 등이 문제여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지 파트너를 찾아 해외로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영어, 중국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열망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 로켓성장을 하고 있는 튜터링. 한국의 대표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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