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그동안 벤처자금을 크게 늘려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벤처캐피털 규모를 100으로 봤을 때 2016년에 미국 231.7, 한국 229.9, 그리고 뒤를 이어 프랑스 122.8, 독일 112.5, 일본 106.1, 영국 79.0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0대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신생기업) 중 국내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고, 설립한 지 10년 이하인 상장기업 수도 2012년에는 10.1%였던 것이 2016년에는 7.2%로 줄었다. 적극적인 창업이 기대되는 연령층인 30대 미만 창업 기업은 생존율이 전체 기업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낮으며, 시장 진입이 비교적 쉬운 생계형 서비스업 창업에 의존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혁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제 창업정책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책자금을 투입해 자리 잡을 때까지 거의 모든 것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에 의한 공급(push)형 정책이었다면, 성공한 창업 롤(role) 모델에 자극을 받아 수요자 스스로 창업에 나서는 ‘창업 풀(pull) 정책’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2000년 전후에 우수한 인재들이 인터넷 상거래 등 정보통신 관련 대학에 몰려가고, 스스로 창업에 나서면서 이들 업체로 자금이 모이던 시기를 경험했다. 그 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서비스, 오픈마켓, e-스포츠 등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냈다. 정부 주도적 창업정책으로는 이런 ‘모험적인’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외 벤처기업들은 수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인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것이 가능한 창업 여건을 갖춰야 한다. 둘째, 기존 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창업을 개인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국한해 보고 있지만, 기업이 사업을 재편하는 데도 창업 활동이 아주 중요하다. 기업 창업은 일반적 창업 실패요인인 자금과 기술 부족, 판로 확보 등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의 육성과 차후 사업 분할에 이르기까지 금융 및 세제 지원 범위와 기간을 확대 적용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요청된다. 셋째, M&A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M&A를 통해 성공한 창업가가 속속 등장하면, 이를 롤 모델로 삼아 창업에 나서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의 사업체를 M&A로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또 다른 창업에 계속 도전하는 창업가가 늘어난다면 창업하려는 정신은 한층 배양될 것이다. 넷째, 20대의 기술 기반 창업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담은 ‘칵테일형 정책’ 개발이 요청된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또는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앞으로도 신기술·고부가의 사업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선순환의 창업 시스템을 갖추려면 20대가 기술 기반의 위험추구형 창업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 20대 창업을 유인하는 특화된 창업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 세계 젊은이가 우리나라에서 창업하고 싶어질 정도로 기반이 갖춰진다면, 취업난 해소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이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