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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국가경제 차원의 산업정책 혁신 필요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사)서비스사이언스학회장 2019년 02월호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발전은 한국경제의 필수 성장모델이다. 제조업은 그 운용 철학의 노후화로 기업도 어렵고 정부에서도 효과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서비스업은 전통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두 산업을 모두 살리면서 한국경제를 성장시키는 모델이 제조·서비스 융합이다.

제조·서비스 융합은 미시적으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업의 제조업화이고, 거시적으로는 산업 프레임의 융합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서비스화를 통한 제품경쟁력 제고,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판매,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서 서비스라인 추가, 유통채널로서 서비스라인 추가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고, 서비스업의 제조업화는 서비스업의 장치산업화, 서비스업의 제조 역량 융합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엘리베이터나 중장비 제조기업이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서비스를 장착하고 제품의 최적 사용 및 중단 없는 운영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서비스화를 통한 제품경쟁력 제고라 한다. 또한 제품을 일시불로 판매하지 않고 월 사용료를 받고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판매한다고 한다. 자동차나 타이어 등 수명주기가 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구매와 재구매 사이의 고객접촉 단절기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라인을 추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은행 등에서와 같이 서비스 업무의 상당 부분을 기계장치가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장치산업화인데, 금융과 운송서비스 등 주력 서비스기업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 기업의 트렌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조업화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 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타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주된 방향은 제조기업은 서비스업의 속성을 도입해 계속 서비스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속성을 차용해 제조기업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림〉과 같이 현대 기업은 100% 제조기업도 없고 100% 서비스기업도 없는 그 중간의 어딘가에 포지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포지션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림〉에서 포지션 A의 기업은 제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서비스를 늘려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지션 B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포지션 B의 기업은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 부족한 제품성을 강화하기 위해 포지션 A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과 같이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공간에서 각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대 경제의 경영 현장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이와 같이 제조·서비스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 전체 차원과 한국경제 차원에서는 융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산업정책 혁신이 요구된다.
제조·서비스 융합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한국 조선업의 경우 1980년대 불황기에 일본은 설계인력을 줄이며 대처했는데, 한국은 엔지니어링서비스에 투자를 늘리며 대응해 이후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로 등극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조선업을 비롯해 기계·자동차·철강 등 거의 모든 제조업의 공통현상은 연구개발·엔지니어링·디자인 등 서비스 부문의 역할 증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제조업을 사실상 포기했던 미국은 서비스업(IT서비스, 3D프린팅 소프트웨어 등)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1등 제조업 강국 탈환을 선언했고, 전통 제조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인더스트리 4.0’과 ‘일본재흥전략’ 등의 명칭으로 서비스업화된 제조업인 스마트한 제조업으로의 산업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 등을 통해 저가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 서비스 부문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두가 제조의 서비스 융합이라 할 수 있다.


나선형 성장패턴 보이는 두 산업…융합이 윈―윈 발전 전략
현재 한국 제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개념설계 역량 부족과 스케일업 역량 부족, 산업 공유자산 구축 부족 등이다. ‘개념설계 역량 부족’ 문제는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인 서비스 역량,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재화로 만들어내는 서비스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스케일업 역량 부족’ 문제의 경우, 아이디어를 혁신하고 산업화하는 역량은 공급자서비스 부문의 역할이므로 서비스 융합이 필수적이다. ‘산업공유자산 구축 부족’ 문제도 서비스 융합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조·서비스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운영철학의 현대적 전환이 필요하다. 제조업을 공급기업 중심에서 수요고객 중심으로, 제품 중심 제조업을 ‘사람 중심 제조업’으로 구현해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5차 산업 제조업이 돼야 한다.
한편 서비스업의 경우 무형자산을 유형화하고 대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기술을 제조업에서 차용하면 산업혁신이 가능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나선형 성장 패턴을 보인다. 즉 제조업의 발전이 서비스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서비스업의 발전이 한 차원 격상된 제조업 발전을 견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계장비 등이 스스로 부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마모 및 고장 가능성을 살핀 뒤 부품 교체나 작동 중지 등을 하는 서비스를 통해 제조업이 격상됐고, 격상된 제조업이 관련 서비스 인력 고용 및 서비스업의 진흥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산업이 나선형 성장 패턴을 보이므로 제조·서비스 융합이 두 산업의 윈-윈 발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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