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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아이행복카드 바우처 민간서비스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정지예 맘시터 대표 2019년 03월호




궁금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만 3개월~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에 연간 720시간 이내 아이돌보미가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왜 민간서비스업체를 찾는 부모는 늘어나는 걸까. 무지했던 거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알면서도 못 쓰는 현실과 애타는 부모의 마음을. 제도권 보육기관에서 채워줄 수 없는 부모의 니즈를 해결하는 육아보육 전문서비스업체 맘시터의 정지예 대표를 만나 민간에서 육아보육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맘시터’를 소개해달라.
믿을 수 있는 아이돌보미를 쉽고 빠르게 찾길 바라는 바쁜 부모들과 돌보미로 활동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현재 부모회원은 5만5천여명, 시터회원은 9만여명이다.


이 분야 대표업체로 성장하게 한 동력은?
1시간 돌봄 비용이 저렴하다. 서비스 비용에 따라 엄마의 커리어·인생이 결정되는 현실을 풀어보고자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체가 돌보미를 직접 뽑아 교육·관리해서 파견하면 운영 수수료가 발생해 서비스 비용이 증가한다. 맘시터는 돌보미로 활동하고 싶은 이와 찾는 이가 자발적으로 모이는 공유 플랫폼이라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맘시터와 직접 관계를 맺지 않은 회원들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후기가 쌓인다는 것도 강점이다.


수익은 주로 어디서 얻나?
맘시터는 니즈가 정확하고 강한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다. 회원가입(무료)을 하면 돌보미의 프로필, 활동 가능 지역과 시간 등을 볼 수 있는데 부모가 연락처를 얻으려면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전체 회원 중 20%가 유료로 전환하는데 대부분 부모회원이다.  


정부 지원의 아이돌봄서비스 대신 ‘맘시터’를 찾는 이유는 뭘까?
정부가 인력을 확충하려면 교육, 인증 및 관리부터 4대보험 보장까지 다 지원해야 한다.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신청을 해도 3~6개월 대기가 기본이다. 심한 경우엔 아이가 3살 때 신청했는데 5살에 선정됐다고 하더라.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갑자기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예산을 배로 늘렸지만 돌보미의 시간당 임금이 24% 오르고 소외계층이 우선시되기에 모든 이용자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한다. 수요자층과 공급자층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돌보미들의 이력이 궁금하다.
대학생이 45% 정도, 자투리 시간이 있는 아이 엄마가 20%,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20%, 나머지는 취업준비생과 주말 부업활동을 하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


그들이 공·사립 유치원 같은 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우선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30만명(2018년 기준 133만8천명, 한국보육진흥원 자료)인데 일자리는 20% 정도밖에 안 된다. 돌보미가 되려는 사람은 8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일이 고된 것에 비해 수익이 많지 않아 이탈률이 높다. 풀타임으로 일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반대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겐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일을 하고 싶은 주부와 대학생이 많이 지원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자녀가 2명인 맞벌이 부부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 아빠가 대전으로 발령이 났다. 대전의 집과 교육환경이 더 좋아 아이들도 다 같이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열심히 커리어를 쌓아온 엄마가 대전에선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부부는 맘시터를 통해 아이들 하원을 맡길 수 있는 대학생 아이돌보미를 구하기로 했다. 아빠가 퇴근하기 전 4시간 동안 숙제·야외활동 등을 같이하면서 아이들은 친근하게 돌보미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엄마도 서울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가정생활의 균형을 찾았다며 감사의 인사가 왔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일으키는 아이돌봄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런 사례를 볼 때마다 굉장히 뿌듯하다.


민간 베이비시터에 대한 불신도 있을 텐데.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우려한 게 아동학대 문제라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하려 했다. 우선 회원가입 절차에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다. 돌보미는 대학이나 학과, 보육교사 자격증 여부, 인성검사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부모와 연결이 잘되고 시급도 높게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기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후기가 생기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업계라 나쁜 후기가 생기지 않도록 돌보미들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한다. 돌보미도 부모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어 문제가 있는 회원은 재가입 불가 회원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사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서비스 생태계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국내 육아보육서비스업의 현황은?
육아보육서비스업체 중에는 영세한 업체가 많다. 가사도우미를 소개시켜주는 직업소개소에서 베이비시터를 불러주기도 하고, 베이비시터만 관리해 파견하는 소개소도 많다. 소개 수수료가 30~40%로 높은데도 오랜 기간 지속돼왔다. 배달업이나 호텔업에선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시장을 혁신·성장시켰지만 육아보육서비스업에선 유난히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다. 육아보육 전문서비스업체인 ‘자란다’, ‘째깍악어’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같이 성장해가면서 조금은 업계가 변화됐지만 아직은 초창기 과도기적 시장이다.


육아보육서비스업이 활성화되려면?
세계적으로 일대일 아이돌봄서비스에 직접 개입해 예산을 투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 민간영역에서 담당하는데 한국은 아직 민간에서 발전돼 있지 않아 국가가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영역에서 할 일과 민간영역에서 할 일은 다르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육아휴직제도를 개선하는 부분에 힘써야 한다. 저소득층·장애·특수 아동의 돌봄 문제도 민간에서 풀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바로바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IT기술을 이용해 산업을 혁신·성장시키는 건 민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업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정책이 있다면?
국가가 정한 몇몇 기관만이 돌보미의 아동학대·범죄 경력,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민간업체는 권한이 없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권한 부여에 조건과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업체에도 권한을 주고 안전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줬으면 한다. 또한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이행복카드 바우처를 민간서비스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부모들이 훨씬 쉽게 돌봄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돌보미와 아이가 함께 소비할 콘텐츠의 질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론 시니어케어서비스까지 마련하는 게 목표다.

문보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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