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지원기능과 부가가치, 고용 및 소득을 창출하는 국가 성장동력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국가경제의 핵심 서비스산업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라 택배 등 라스트마일(last-mile) 서비스인 소비자물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류 서비스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통칭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개발과 도입 활성화로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를 도모하는 현상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물류산업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물류기업, 가격 아닌 서비스로 경쟁해야
지금까지 정부는 우수물류기업 인증을 통해 물류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화물자동차에 대한 유가보조금과 철도전환보조금 등으로 육상운송업의 효율화를 도모하며, 물류공동화 및 물류창고업 등록제 등을 통해 중소 물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화물자동차 운송에 대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하고 해운산업 재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일자리 창출 극대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물류산업을 미래 4대 육성 대상 서비스업으로 설정해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물류 중심의 물류산업 구조 변화에도 상존하는 화물차 중심의 낡은 제도, 지입 및 다단계가 일반화된 불투명한 시장구조와 물류인프라 투자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대두, 생활물류에 대한 수요 증대, 유통과 물류 서비스의 융합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환경 변화에 대응한 고민과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완적인 논의로 몇 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보다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물류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물류기업들의 경우 화주와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해 표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격을 낮추는 가격경쟁을 서비스경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ICT를 활용한 융복합 물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화주기업과 소비자들의 고급 물류 서비스 수요증대에 대응하고, 서비스 가격도 높여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대형화·종합화·글로벌화에 대한 투자를 증대해 화주기업과 대등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식품·의약품 등을 위한 특정 기능 또는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 물류 서비스의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화주기업은 물류를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우수한 서비스의 공급사슬 물류생태계 형성을 위한 물류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경쟁력의 핵심요소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도 물류산업을 제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국가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중소기업 보호 위주의 정책을 과감히 탈피해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정교한 산업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물류정책의 소관부처를 살펴보면 산업물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육상·항공물류는 국토교통부, 국제물류는 해양수산부, 식품물류는 농림축산식품부, 병원·의료물류는 보건복지부 등으로 다양하다. 이 같은 거버넌스 체계는 원료생산부터 최종소비자까지 전체적인 공급사슬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물류의 기본적인 특성과 괴리돼 물류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효율성 및 유효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전달·조정 기능도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물류기업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해 전달할 수 있는 물류 관련 단체의 위상도 미약한 실정이다.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내 물류정책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시장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효율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혁신은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투트랙의 맞춤형 정책 추진을
현재 물류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중소 물류기업은 보호대상으로, 물류 대기업은 규제대상으로 생각하는데 서로 상생하는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물류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DHL 등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및 전문화를 도모해 생산성과부가가치, 고용 창출을 극대화하는 투트랙의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
항공·해운 및 물류 대기업에는 종합화·대형화·첨단화 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는 네거티브로 전환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물류 대기업의 해외 M&A와 지분인수 등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세제 및 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특히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물류 대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물류 대기업과의 협업 체계 및 해외 공동 진출을 위한 정보제공과 행정·재정적 지원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최근 택배산업의 폭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류시장의 90% 이상을 기업물류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물류정책의 주요 대상은 제3자 물류기업으로 통칭되는 기업물류산업의 육성이었다. 기업물류의 경쟁력 증대는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국제경쟁력과 연결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물류 전문기업의 육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다. 이를 위해 인증받은 우수물류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정책은 기업 및 다양한 인프라에 정부의 직접적이고 과감한 재정적 지원이 있을 경우에만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다. 2000년대 초 이후 추진해온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인증제의 경우 제도화 과정에서 지원방안이 약화되면서 DHL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물류기업 육성이라는 당초의 목적달성이 어려워진 경험이 있다. 물류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는 현재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물류계정을 신설하고 여기서 공동물류시설, 물류R&D, 물류기업의 해외진출 등에 대한 유효한 지원을 도모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물류산업육성기금을 조성해 우수물류기업 인증, 물류기술 개발 및 활용, 물류기업 해외진출, 물류 전문인력 양성과 영세 물류종사자 복지를 지원해 물류산업 정책의 유연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